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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일럿대디 Dec 14. 2018

말해야 알 수 있는 건,  분명 존재합니다.

서운하면 서운하다고, 힘들다면 힘들다고 이제, 말하세요.

부부가 되어 살면 한 번쯤 느끼는 생각이 있습니다. 바로 “이 사람이 달라졌다.”라는 마음이죠. 예전과 다르게 쌀쌀맞기도 하고, 내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그이를 보면, “역시 결혼하면 별 수 없다”, 라는 선배 부부의 조언이 떠오릅니다.

한편 이런 감정은 한 사람과 오래 사귈 때도 느낄 수 있습니다. 연인 사이에서도 생기는 흔한 감정이라, 여러 번 말하기엔 입이 아플 정도예요. 그래서 굳이 이 감정을 결혼까지 가져와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부부가 되고 육아를 시작하면 더욱 확실하게 피부로 와 닿기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물론, 부부가 되어 얼마간은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신혼 때는 두말할 것도 없죠. 오죽하면 ‘연인이 밤이 되어도 집에 가지 않는 게 신혼’이라는 말도 있을까요. 그러나, 아이가 태어나면 연극도 끝나게 됩니다.

유희열 씨는 결혼에 대해, 그 사람 앞에서 가장 나다울 수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고 조언하며 그 이유로 ‘언젠가는 연극이 끝나기 마련’이라고 했죠. 그리고 그 연극의 끝을 가장 드라마틱하게 느낄 수 있는 건 ‘출산 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육아를 시작하면 더 이상 좋은 모습만을 보여줄 수 없습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너무나 힘들고, 사소한 것에도 서운해지며, 별것 아닌 일에도 쉽게 싸우게 돼요. 결혼 전엔 조금 아쉬운 소리를 해도 한없이 사랑해 주던 상대는, 나에게 버럭 화를 내며, 나 역시 이에 질세라 악을 지르며 공격하는 일이 반복됩니다. 연극은 끝나고, 현실이란 민낯과 마주할 뿐이죠.


그렇게 한차례 ‘부부싸움’이란 폭풍이 지나가면, “이 사람이 왜 이렇게 변했나”, 라는 고민을 자연스럽게 하게 됩니다. 싸워도 싸워도 끝이 나지 않는 이 현실 속에 내가 상대방을 잘못 선택했나 라는 후회가 들지도 모르죠. 저 역시 그런 생각 속에 괴로워했으니까요.

그러나,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서로가 서로를 속이려 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저 좋은 모습만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그렇게 행동한 것이지요. 사랑하는 마음만은 진심이었습니다. 다만, 상황이 변하니 인간적인 면이 나오는 것일 뿐이에요.


따라서, 우리는 언젠가 맞이할 ‘연극 이후’를 준비해야 합니다. 나를 향해 미소 짓는 얼굴이, 고통에 일그러져 고함과 비난이 난무할 날이 멀지 않았을지 몰라요. 그 날에 다른 사람은 이렇게 하는데 너는 이것밖에 못하냐,라고 언성을 높여봤자 얻을 건 없습니다. 비교해 보았자, 결국 나도 다른 사람에게 비교당할 뿐이죠. 그래서 여기, 여러분을 도와드리기 위해 적절한 탈출 전략을 세워 두었습니다. 지금 소개해 드릴게요.

여러분에게 드리고 싶은 제안은 ‘생각하는 시간 가지기’입니다. 상대방이 어떤 한주를 보냈는지, 그래서 어떻게 힘든지 예상하는 것이죠. 오래 걸리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자주 할 필요도 없어요. 일주일에 30분이면 충분합니다.

저와 제 아내는 아이가 잠든 주말 점심, 차 한 잔을 나누며 서로를 바라보는 행사를 가집니다. 20분 정도는 말없이 준비한 종이와 펜을 들고 일주일 동안의 힘든 일을 차례대로 적습니다. 매주 반복되어도 상관없어요. 반복만큼 무서운 것도 없으니.

다 적었으면, 서로가 적은 내용을 나눕니다. 개선해야 할 점을 꼬집어주기도 하고,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하죠. 여기에 더해 다가오는 한주의 일정을 공유하며 어떻게 육아를 분담할 것인지를 논하면, 그날의 일정을 끝납니다.


결혼은 상대방을 향한 믿음이 있어야 할 수 있습니다. 믿지 못했으면 식을 올리지도 않았겠죠. 그러나 그 믿음, 상대방을 잘 안다는 생각이 내 눈을 가릴 때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해요. 이 정도는 알아주겠지, 말 안 해도 잘하겠지, 라는 생각은 서로를 곤경에 빠뜨리곤 합니다.


아쉬운 건 말해야 합니다. 어려운 건 도와달라고 해야 하죠. 지금은 그리고 처음에야 조금 어색할 지라도 나중의 큰 싸움은 막을 수 있습니다. 오늘 바로 시작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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