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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일럿대디 Dec 21. 2018

육아에 가계부가 필요할까?

애써모은 적금, 깨면 아까우니까

시대의 흐름 속, 많은 가정이 맞벌이를 하고 있습니다. 혹은 각박한 현실 속에 어쩔 수 없이 일터로 내몰렸을지도. 이유야 어찌 되었건, 이와 같이 부부가 같이 일을 해 벌이가 늘어나면 이에 비례해 어느 정도 씀씀이가 증가합니다. 열심히 일한 만큼 좀 더 풍족하게 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죠.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출산으로 한 명이 육아휴직을 하게 되면, 가계에 큰 공백이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적어도 육아를 하는 동안은 지금까지의 소비패턴을 바꾸어야만 가계의 유지가 가능해요.

저의 경우 큰 준비 없이 육아휴직을 시작했다 뒤늦게 후회한 케이스입니다. 휴직 초기엔 아무런 계획 없는 소비를 했어요. 막연히 “모아둔 돈으로 생활할 수 있겠지.”정도의 안일한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러나 한 달 두 달 정신없이 긁어댄 카드 값은 점점 불어나더니, 급기야 은행의 잔고를 넘어섰죠. 결국 카드 값을 메우기 위해 우리부부는 예금을 해지하고,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아 뒤늦게 가계부를 작성하기 시작했고, 곧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이야기해 ‘가계부를 적는 방법에서의 특별한 노하우’를 말할 것은 없습니다. 제가 썼던 가계부는 아주 평범한 형태였어요. 물론 세부적으로 항목을 나누어 쓸 수 있게 배열된 항목들이 있었지만, 그마저도 일일이 작성한 기억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그래서 누군가 “가계부를 잘 쓰지도 못하면서, 무슨 가계부가 중요하다고 말하느냐?”라고 말한다면 딱히 할 말은 없습니다. 그러나 서툴더라도 가계부를 작성하는 것만으로, 돈의 흐름에 민감해지게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죠.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매일 가계부를 통해 하루의 지출을 써 내려가다 보면 다소 ‘유익하지 않은 지출’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트에서 대량으로 장을 보고 냉장고 구석으로 들어갔다가 버려지는 식료품 이라든지, 한 벌만 필요해 옷을 사러갔다 여러 벌 입지도 않을 충동구매를 하는 일 등이죠.

이를 통해 마트에 가 ‘1+1’상품을 발견하면 뒤도 안 돌아보고 구매하는 나는 없어지고, ‘남은 생활비’ 와 ‘잔여일 수’를 떠올리며 구매를 자제하게 됩니다. 식자재가 부족할 때는 냉장고를 뒤져 나온 재료로 음식을 하고, 한 가지 식재료로 다양한 요리를 해 먹기도 하는 등 생존방법을 터득하게 되죠. 여기서 음식 솜씨가 좋아지는 것은 보너스입니다.

이런 ‘무의미한 지출’을 줄이기만 해도, 육아로 비롯된 가계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되어 금전적으로 안정된 삶이 가능해집니다. 정말 열심히 노력한다면 상당한 금액을 저축할 수도 있죠. 그렇다면 이토록 장점이 많은 가계부를 오늘부터 처음 써보려는 여러분에게 ‘핵심’만 알려준다고 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고정 지출을 계산해야 합니다. 관리비, 가스비, 전기세, 공과금, 세금 등등 ‘생계유지를 위해 반드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을 먼저 정리해야 하죠. 이 금액은 아무리 급해도 ‘통장잔고로 남겨둬야 한다’, 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오래된 예금을 해지하는 일’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고정 수입 입니다. 한 명의 월급에 더해 아래의 것들이 포함됩니다. ‘육아휴직수당’, ‘양육수당’, ‘아동수당’ 등이죠. 여기서 추가적인 부수입까지 파악되었다면 다음으로 ‘고정 수입과 고정 지출의 차액’을 계산합니다.

이 결과가 앞으로 여러분의 ‘생활비’가 될 거예요. 식료품을 사고 아이기저귀와 분유를 구입하는데 쓰이게 됩니다. 처음에야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만, 불필요한 지출은 피한다면, 충분한 금액입니다.


다시 한 번 정리할게요. 가계부를 적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가 불필요한 지출을 많이 하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습관’이 어느 정도 몸에 베개 되면, 출산 후 경제생활을 윤택하게 누릴 수 있죠. 따라서 ‘가계의 수입과 지출을 확인’하기 위해 그리고 ‘현명한 소비’를 하기 위해 가계부 작성은 필수입니다. 특히 휴직으로 인해가계의 총수입이 줄어드는 경우는 반드시 작성해야 해요.


그러나 육아에 지치고 삶이 힘들다 보면, 매일 가계부를 적는 일 자체가 하나의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차선책이지만 하나 더 추천하고 싶은 방법이 있어요. 제가 현재 병행하고 있는 방법입니다.

일단, 고정 지출과 고정수입을 고려하여 생활비를 계산하는 과정까지는 동일합니다. 다만 차이점으로 ‘가계’를 유지를 위해 ‘생활비 달력’을 이용하길 추천해요. 여기에 ‘신용카드’와 ‘체크카드’가 각각 한 장씩 더 있으면 됩니다. 그럼 먼저생활비 달력을 설명할게요.

생활비 달력에는 1부터 31까지 숫자가 적혀있는 주머니가 있습니다. 이 주머니는 ‘매일 지출할 금액’을 현금으로 “오늘은 이 범위 내에서 사용해야지”라고 계획하는 용도예요. 기본적으로 생활비는 달력에 있는 금액으로 생활한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오늘 사용하지 않은 금액은 다음날로 넘겨서 모아 두고, 모자란다면 앞당겨서 쓰면 돼요. 계획과 달리 앞당겨 쓰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지만, 실제로 오늘에 해당하는 주머니에 ‘돈’이 들어있지 않으면 무의식적으로 “오늘은 아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자연스럽게 절약의 길로 접어들게 해 주죠. 그러나 매 순간을 계획대로 살 수 없듯, 때에 따라서 긴급하게 써야할 금액이 있습니다.


아이가 아프다거나, 경조사가 생긴다거나 하는 식이에요. 이를 위해 ‘체크카드’가 필요합니다. 체크카드는 생활비가 모자라거나, 계획하지 못한 일들을 위한 대비책 즉 비상금이죠. 한편, 체크카드가 연결되어 있는 통장에 너무 많은 돈을 넣어두면‘절약’하기 위한 우리의 의지를 약하게 할 수 있으므로 적절한 금액만 넣어서 사용하길 추천합니다. 이는 체크카드의 가장 큰 장점이자, 우리의 과소비를 막아주는 안전장치가 될 거예요.

나머지 한 장의 신용카드는 고정 지출을 위한 용도로 ‘관리비’, ‘가스비’ 및 ‘각종 공과금’ 그리고 ‘핸드폰 요금’ 등이 빠져나가게 설계하면 편리합니다. 여기에 카드사에서 주는 혜택을 이용하여 적지 않은 금액을 절약한다면, 가계에 도움이 되실 거예요.


눈에 보이기 시작하면, 절약이 쉬워집니다. 한 달 계획을 하루 단위로 쪼개서 생각하다 보면 쉽게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죠. 늦게 깨달아 저처럼 후회하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면서, 제가 추천한 이 방법을 ‘휴직 전’부터 시작하길 강하게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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