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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h ahn May 31. 2020

산과 나

오르는 것도 어렵지만 내려오는건 더..

인왕산에 올랐다. 충동적이었다. 자연이 그립기도 하고 산을 오르며 복잡한 세상에서 잠시 떠나있고 싶었다.


광화문 광장에서 종로 09번을 타고 서촌을 지나

옥인동 종점에서 수성동 계곡과 약수터를 지났다.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됐다. 중반쯤 올라가니 잡을 곳이 점점 없어졌다. 무게중심을 잡고 암벽을 올라야 했다. 점프를 해야 갈 수 있는 구간도 있었다.


땀이 나기 시작할 때쯤 포기하고 내려갈까 생각했지만 시작한 일은 끝을 보는 성격에 자존심이 상해서 그 선택을 할 수는 없었다.


고작 300m에 불과한 산 하나 오르는 데 이렇게 힘이 든다니... 저질체력에 반성이 절로 됐다. 산 정상은 보일듯 보이지 않았다. 올라갈 땐 힘들어도 내려가는 건 편하리라 생각했다.


온몸에 땀을 주르륵 흘리며 정상에 도달했다. 다리가 후들후들 거렸다. 간만에 주는 자극에 다리도 놀란 듯 했다.


 풍경사진을 찍고 있는 데 옆에 귀여운 강아지가 한 마리 지나갔다. 험한 산세를 지나며 힘들게 올라왔는데 실상은 쪼끄만 강아지 산책로 정도에 불과한 거였다.


알고보니 성곽을 따라 완만하게 올라올 수 있는 구간도 있었다. 나는 최단 경로를 타고 직선으로 올라온 것이었다.


내려가는 길은 암벽로와 산책로를 선택할 수 있었다. 암벽로를 선택했다. 올라오면서 내려가는 길은 쉽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려가는 길도 만만치 않았다. 다리가 후들거리는 통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수성동계곡에 도착해서야 한숨을 돌렸다. 오를 때 내려오는 길을 만만히 봤던 것을 후회했다. 오히려 땅만 보고 올라갈 수 있는 길보다 전체를 보며 내려가는 길이 더 힘들었다.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산의 진실이었다.


 다음에 또 인왕산을 간다고 해도 편한 산책로만을 선택하진 않을 것이다. 좁은 길로 한 걸음 씩 내딛을 때 몸의 변화가 더 극적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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