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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h ahn Apr 29. 2020

재택근무-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나

200429

 오늘은 재택근무를 하는 날이다. 다른 사람은 다 하는 데 나에게만 허용되지 않던 재택근무가 내게도 주어졌다.


 휴가도 아니고 근무도 아닌 그 어딘가에 있는 애매한 날이다. 나는 남들에겐 하나도 특별하지 않은 걸 아주 특별한 일인 마냥 굴었다.


 점심때쯤 나가서 아주 여유 있게 40분 간 순대국밥을 먹었고, 신선식품, 간편식 매장으로 리모델링한 홈플러스에서 유유히 쇼핑을 즐겼다.


 평소엔 10-20분 이내의 점심 시간을 가지고, 카페에 들러 커피만 사서 바로 사무실로 돌아온다. 쇼핑도 인터넷으로 하거나 살 것만 마음속으로 정한 뒤 후다닥 사서 집에 들어온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 스스로는 힘들지 않다고, 익숙하다고 합리화하면서도 속에는 스트레스가 쌓이는 게 아닌가 생각하게 됐다. 젊어서 그렇다는 주변 분들의 말씀도 맞는 것 같다.


 이제 5월이 되면 재택근무가 대부분 끝나고 사무실로 출근하기 시작하며, 학생들도 차차 등교를 시작하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고 생활 방역 체제로 들어간다고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온 후 우리의 삶이 바뀌리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많다. 공동체적 삶이 무너지고 언택트의 시대로 빠르게 옮겨갈 것처럼 보인다.


 사회 구조가 빠르게 개편되면서 일터를 잃은 사람이 매일 뉴스에 나온다. 대충 추산해도 매달 수십만 씩 늘고 있다. 당정은 매달 나올 실업 통계가 두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코로나 이전의 세상이 엄청 좋았던 건 아니다. 이제는 그땐 그랬지라며 우리나라로 치면 IMF 이전의 세상이나 80년대 일본의 버블경제 시절처럼 추억할 뿐이다.


 나는 오히려 재택근무가 더 활성화되고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강화됐으면 좋겠다.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이 한시적 처방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줄 수 있는 환경이 되어 기본소득을 달성하고 너무 많이 일하지 않고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하는 자에게는 충분한, 그 이상의 보상이 이뤄지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


30-40대 실업자가 얼마나 많은지 다들 안다. 일하기 싫다. 퇴사하고 싶다. 프리랜서의 삶은 이미 일반화되었다. 안정적 일자리가 얼마나 허구에 불과한지 다들 알고 있다. 우리나라는 노동보다 책임에 너무 많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22-29세에 취업해서 65세까지 매주 9시에 출근해 6시에 퇴근하는 삶은 이제 구시대의 유물로 남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전 경험에 바탕을 둔 통계치와 그를 근거로 한 관념이 바뀌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지만.


나는 프리랜서의 삶과 정규직의 삶을 선택할 기회가 있었다. 이전에도 나는 이전 세대의 막차를 탔기 때문에 정규직을 선택했다는 글을 썼던 적이 있다.

만약 우리나라가 프리랜서에게 정규직의 70%정도만 사회 보장을 해줄 수 있는 나라였다면 나는 주저없이 프리랜서를 선택했을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은 놀랍게도 마이너스를 기록하지 않을 예정이다. 다른 선진국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추측된다. 정부의 대응 덕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코리안 특유의 빨리빨리 적응 문화도 코로나 대응에 한가닥 한 게 아닐까. 코스피가 1500까지 떨어지다 1900선을 금방 회복하는가 하면 주식에 대해 잘 모르지만 국내를 대표하는 삼전은 망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에 동학 삼전 운동을 펼치는 국민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상생, 언택트, 인공지능 이후의 우리 일상은 어떻게 변할까. 사무실에 더는 모여서 일하지 않고 원격으로 업무를 해결하며 집안에서도 차안에서도 목소리만으로 많은 문제를 풀어내고 스스로의 위생과 건강에 더욱 신경을 쓰는... 어릴 때 봤던 2010년대 미래에 일어날 일이라는 책의 삽화에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 10년 차이가 나지만 그 미래는 분명히 가까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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