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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 Soup Jan 16. 2022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세 번은 만나볼까 합니다

"3번 주세요."

"샐러드 주세요. 드레싱은 따로 주시고 애플파이 알라오드도요. 파이는 데워주시고 아이스크림은 따로요. 아이스크림은 바닐라 말고 딸기요. 없으면 생크림으로 주시는데 깡통에 든 거면 안 돼요."


 운명 같은 만남을 경험한 적은 없다. 굳이 이성이 아니라도 말이다. 십 년 넘게 만나고 있는 친구들과의 첫 만남을 회상해봐도, '아, 얘와는 영원한 베스트 프렌드가 되겠는걸!'라는 확신은 없었다. 애초에 특별한 인연이 있다기보다는, 만남을 거듭하며 특별한 사이가 되는 것이 아닐까. 이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말이다.


 둘의 첫 식사는 불편했다. 해리는 샐리의 까탈스러움에, 샐리는 해리의 무신경함에 혀를 찬다. 최대한 빠르게 식사를 마치고,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헤어진다. 그러나 이 둘은 그 이후로 두 번씩이나 뉴욕에서 마주친다. 하필 각자의 연인과 헤어진 상태였던 둘은 급속도로 친해진다. 여전히 까탈스럽고, 여전히 둔하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 차이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의 오랜 친구 H는 약간 자기 말만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나는 그걸 나무랄 생각은 들지 않는데, 그 이유는 두 개다. 첫째로는 H는 '원래 그런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고의가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에 그런 모습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고, 불쾌해하지도 않고,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둘째로는 어쨌든 'H가 나를 사랑함'을 믿기 때문이다. 물론 이 믿음은 그동안의 만남을 통해 생긴 것이다. 자기 이야기를 실컷 하다가도 내가 넌지시 말했던 것에 대해 물어봐주고, 내 일이라면 두 팔 벌려 응원해준다.

 여러 번 만난다는 것은, 함께 추억을 쌓아가는 것과 별개로 이런 관계가 되어가는 것 같다.


 원래 나는 첫 만남이나 첫인상 같은 것에 큰 의미를 두는 사람이었다. ‘필이 찌르르’ 오지 않는 상대와는 굳이 두 번째 만남을 잡지 않았다. 하지만 그 와중에 어쩔 수 없이 계속 봐야 했던 사람들이, 지금은 내게 아주 소중한 사람들로 내 곁에 남아 있다. 단지 카풀로 만난 해리와 샐리가 함께 몸만 한 트리를 지고 가고, 박물관을 구경하고, 뉴욕의 길거리를 걷는 것처럼 말이다.

 자주 본다고 모두가 친구나 연인이 되는 것은 아니겠지. 하지만 앞으로는 새로운 인연이 찾아왔을 때 ‘세 번’은 만나보려 한다. 그 사람이 나의 해리이자 샐리일 수도 있기에.



- redesigned poster -

눈이 펄펄 내리는 날, 뉴욕의 한 팬케이크 가게에서 여전히 까다롭게 주문을 하는 샐리와, 그 주문을 받는 웨이터를 위로하고 있을 해리를 상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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