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어휘력'과 '말 잘 글 잘 꼭!'

글 쓰는 사람에겐 취미서적에 훨씬 가까운, 친절한 실용서

by 이내

살면서 글을 쓰지 않았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도 모르는 초등학생 때도 별 것 아닌 쪽글이라도 써내곤 했으니까요.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고, 사람들을 웃겨주는 것도 좋아했습니다. 내 마음속에 있는 것들을 꺼낸다는 것, 나만 간직하던 것을 누군가 좋아해 준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하고 행복했습니다. '말하기'와 '쓰기'는 그렇게 제 오랜 취미가 되었어요.


일찍이 그런 저를 알아봤던 아버지는 초등학교 4학년, 그러니까 고작 열한 살인 저에게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쓰려면 꼭 알아야 할 것들>>(이하 <<말잘글잘꼭>>) 이라는 책을 추천해 주셨습니다. 마침 제목처럼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던 저는 그 책을 한 글자 한 글자 짚어가며 주의 깊게 읽었습니다. 당시엔 보통의 초등학생들처럼 소설에 푹 빠져 있었는데 (지금도 그렇지만요), 처음으로 접한 실용서에 담긴 내용은 정말 '꿀잼'이었습니다. 저는 그 책의 모든 정보를 흡수하듯 읽었습니다. 따로 노트에 정리까지 해가면서요. 지나가는 말로 책을 추천해 주셨던 아버지도 그런 저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셨대요. 받아쓰기나 좀 하는 나이인 줄 알았더니, 글쓰기에 저렇게 관심이 많았나, 하고요. 그 후로 20년도 더 지난 지금에도 저는 그 책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잊어버릴래도 잊어버려지지 않는 '꿀팁'들을 모아둔 책이었어요.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마 <<말잘글잘꼭>>은 글쓰기를 취미로 삼은 제게 긴 제목의, 복잡한 내용을 담은 실용서가 아니라 '취미서적'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책을 읽고 국어를 더 잘 구사하는 것에 골몰하게 되었고, 아무 이유 없이 여러 기관에서 주최한 한국어 능력시험 같은 것에 응시해 고득점으로 합격하고 상을 받기까지 했으니까요. (딱히 좋은 점은 없었습니다.)


얼마 전에도 저의 국어 구사 능력 향상에 대한 의욕에 활활 불을 지핀 좋은 책을 만났습니다. 바로 글에서 소개할 <<어른의 어휘력>>입니다. 사실 이 책은 특별한 독서 환경을 꾸려두고 읽어야 할 책은 아닙니다. 이 따뜻한 공간에서 좋은 노래를 틀고 읽지 않아도 쉽게 집중이 됩니다. 오랫동안 라디오 작가로 일했다는 저자는 지하철에서 잠깐잠깐 읽어도 내용이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끔 명쾌하게 글을 써두었어요. 그래서 책 곁의 것들에서 소개를 할 필요가 있을까, 엄청나게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책 제목처럼 글에 큰 취미가 없는 사람이라도, 어른이라면 꼭 한 번씩 읽어보면 좋을 책라 소개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노래나 공간, 음료 등과 엮어 소개하는 대신 제가 재미있게 읽었던, 비슷한 결의 아주 오래된 책과 연결 지어 보면 어떨까 했어요. 표지 사진을 구하고 싶지만 너무 오래되어 검색조차 되지 않는 그런 책이지만요.


<<어른의 어휘력>>은 제목 그대로 어휘가 가진 힘에 대해 논하고 있습니다. 서점에 가면 만나볼 수 있는 수많은 글쓰기 관련 실용서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느낌이 조금 다릅니다. 책 전체에 걸쳐 저자가 쓴 단어와 연관 단어들에 대한 각주를 달아 설명하고 있고, 어떤 장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단어들을 예시를 들어 소개하고 있기도 하지만 사실 실용서라고 보기에는 책 전체의 톤이 좀 곰살맞아요. 저자는 '이럴 땐 이런 단어를!', '이런 단어는 쓰시면 안 돼요!' 하고 깐깐한 목소리로 훈계를 하는 대신 어휘라는 특별한 주제에 대한 깊이 있게 고찰합니다. 어휘력 부족은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아, 왜, 그거 있잖아' 하고 머리를 긁게 만들 뿐 아니라 서로 다투고, 오해하게 만들기까지 하는 아주 큰 문제라는 식으로요. 동영상으로도 충분히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의 감정까지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시대에 이 글을 읽고 어휘력을 늘릴 필요가 있느냐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꼬옥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