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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이 Jun 19. 2024

미라클모닝_러닝대신 빨래개기

빨래개고 쓰는 우리엄마에 대한 글 

일요일이 갓 지난 월요일 새벽, 4살인 둘째가 날 깨운다. 

"엄마, 젖었어, 지금은 안입고 쫌이따 입을래"

순간 설마...하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든다. 이불을 더듬더듬 만저보니, 설마가 확신으로 바뀐다.

새벽3시에 아이 옷을 갈아입히고, 쉬야한 이불과 옷가지를 주섬주섬 챙겨 세탁기에 넣었다.

이 시간에 빨래를 해도 되나 잠시 고민하였지만, 쉬야의 비릿한 냄새에 세탁기를 돌렸다. 


오늘은 새벽5시에 기상하여, 건조기에 있던 빨래부터 개었다. 운동을 나갈까 잠시 고민을 하였지만, 건조기에 있던 빨래를 개어놓아야 새벽에 돌린 빨래를 건조기에 넣을 수 있다.

마침 어제와 그제 두번의 러닝으로 살살 꾀가 나고 있던 차에, 잘 되었다. 

아침형인간이라 그런가, 이른아침에 하는 모든 활동은 집중이 잘 되고 상쾌하다. 특히 4월 요즘같은 날씨에는 살짝 창문을 열어놓으면 새벽 5시부터 새들이 재재골 짹짹거리며 아침노래를 들려주니 더욱 그렇다. 


종종 이른 아침에 일어나 운동을 스킵하고 다른일에 집중한다. '오늘은 운동을 안하고 적게 먹으면 되겠지' 생각하며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켜거나, 책을 읽기도 하고, 집안일을 하기도 한다.

아이들이 깨기 전까지 온전한 내 시간은 나에게 하루를 살 수 있는 힘의 원천이다. 

그리고 이렇게 온전히 나의 시간을 만들어주는데에는 나의 엄마가 한몫을 한다. 


새벽 4시반 ~6시반 : 온전한 내시간 즐기기

6시반~7시10분 : 아이들 옷입히고 즐겁게 놀아주기

7시10분 : 아이들을 엄마집에 맡기고 출근하기 


엄마는 나의 아래아래아랫집, 7층에 산다. 엄마가 이곳이 좋다며 이사를 왔고, 나는 엄마를 따라 같은 동의 아파트로 이사를 왔다. 비가오나 눈이오나, 우리 아이들은 옷만 입고 엘레베이터로 내려가 '할머니~ 나 왔어' 하며 7층으로 들어간다. (7살 첫째는 이제 할머니 집 비밀번호도 척척 누른다.)


엄마는 나의 지킴이이다. 오죽하면, 남편이 "장모님이 계신 덕택에 너와 나의 갈등요소가 줄었어."라고 말할 정도로, 나를 많이 도와주신다.

아이돌보기, 먹을 거 챙겨주기, 반찬/국 만들기, 때로는 밥까지. 덕분에, 우리집 냉장고는 항상 만원이다. 엄마에게 "제발 반찬좀 그만줘, 냉장고 미어터져" 라며 행복한 아우성을 할 정도로. 

부끄럽지만, 엄마 덕분에 주부 8년차에 아직 국끓이고 반찬하는 걸 잘 못한다. 특히 미역국, 김치찌개 등은 한번도 끓여본 적이 없다. 


엄마는, 아이 친구들에게 놀이터 할머니로 통한다. 자연 속에서 노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비가오나 눈이오나 어린이집을 하원하고 놀이터로 향한다. 오죽하면, 다른 엄마들이 '놀이터에 아무도 없어도 도윤이할머니는 있겠지' 라며 놀이터를 갈 정도로. 

갑가기 공주옷을 입겠다는 그녀.. 4살은 못말린다 
저 멀리 자전거를 타는 첫째와 그 뒤를 신나게 쫓는 둘째. 


(갑자기 글이 엄마자랑으로 바뀌었다..)


지금 이 순간은, 꼬부랑할머니가 되어서도 잊지못할 소중한 순간이다.

나에게도, 엄마에게도, 아이들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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