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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설 Jun 25. 2023

다행한 불행



당연한 어긋남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했는데도 다시 시작한 결혼 생활은 힘겨웠다. 가장 난감했던 건 남편이 낯설다는 느낌이었다. 딸아이를 낳고 2년을 살았는데도 생판 모르는 사람처럼 여겨질 정도였다. 저렇게 먹는데 열정적이었나? 저 정도로 많이 먹는 사람이었나? 저렇게 씻기를 싫어했나? 운전할 대 저 정도로 난폭했나? 잠꼬대가 이렇게 심하지 않았던 갓 같은데? 뭐 하나 익숙하게 느껴지는 게 없었다. 남남으로 산 세월이 길다 보니 남편에 대해 알던 대부분의 것이 사라진 듯했다. 그나마 남은 것은 왜곡된 기억이었다. 나는 재결합을 한 마디로 이렇게 표현한다.


"좋게 말하면 새로운 사람과 재혼한 듯 신선하고 반대로 말하면 속은 기분이다."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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