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자기 계발서를 읽은 58세의 생각

필 스터츠 『내면 강화』

by 김설

나이가 들수록 책을 읽는 경험은 조금 다른 빛깔을 띠게 된다. 젊을 때는 새로운 지식을 배우거나, 성공한 사람들의 조언을 받아들이는 일이 비교적 자연스럽다. 그러나 인생의 후반부에 접어들어 자기 계발서를 펼치면, 마음속에 묘한 혼란이 찾아온다. 긍정적인 울림과 동시에 씁쓸한 그림자가 함께 찾아온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시간의 체감 때문이다. 책 속에서 제안하는 방법이나 태도들은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 있다고 전제한다. “지금부터 해도 늦지 않다”는 문장은 희망처럼 다가오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미 늦은 건 아닐까”라는 의문을 불러온다. 머리로는 동의하면서도, 몸은 그 말을 따라가기 힘들다.

두 번째는 경험의 무게 때문이다. 젊은 독자에게 자기 계발서는 지도와 같다. 그러나 나이 든 독자에게는 이미 걸어온 길과 비교하며 읽게 되는 일종의 ‘회고록의 거울’이 된다. 책 속의 조언이 내 삶과 어긋날 때, 단순히 새로운 방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그때 왜 그렇게 살았을까’라는 자책이 함께 일어난다.

셋째는 가능성과 한계가 동시에 보이는 나이이기 때문이다. 자기 계발서는 언제나 변화와 성장의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그 말이 주는 희망은 여전히 따뜻하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몸과 마음의 한계를 실감한다. 더 이상 무한히 달릴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책이 건네는 약속은 기대로만 머물지 않고, 씁쓸한 현실감과 부딪힌다.

그렇다고 해서 나이 든 사람이 자기 계발서를 읽는 일이 무의미하다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이 혼란 자체가 중요한 사유의 기회가 된다. 젊을 때는 책의 내용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였다면, 지금은 그것을 내 삶의 결로 걸러낼 수 있다. 필요한 것은 남기고, 불필요한 것은 흘려보내는 지혜가 조금 더 단단해진 것이다. 나이 들어 읽는 자기 계발서는 선택의 자유를 더 크게 준다. 모든 것을 다 따라 할 필요도 없고, 내게 맞는 부분만 골라 마음에 담는 지혜가 발동된다. 젊을 때는 책을 정답처럼 받아들였다면, 이제는 ‘필요한 만큼만’ 가져갈 수 있는 것이다.


나이 들어 읽는 자기 계발서는 더 이상 성공을 향한 지침서가 아니라, 지금의 나를 다독이는 위로의 책이 된다. 나이와 상관없이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묻는 책이다. 다만 58세의 독자가 그것을 읽을 때, 혼란은 피할 수 없는 감정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 혼란 속에서 삶의 균형을 다시 점검하는 일이야말로, 나이 든 독자에게 허락된 또 하나의 자기 계발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누군가의 목소리로 읽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