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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정 Mar 10. 2018

2-3. 사건일지 Part1

포스여행(포르투갈-스페인)






















003. 사건일지 Part 1











예정에 없던 포르투갈을 추가하게 되면서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마을이 하나 있었다.











'몬산투Monsanto'라는 작은 동네였다.
가장 포르투갈스러운 마을이자
포르투갈의 숨겨진 보석 같은 마을이란다.
검색을 하면 할수록  작은 마을에 매료돼서
어느새 포르투갈 여행 중 가장 기대되는 곳으로 꼽혔다.
























동생의  그림(?) 뒤통수를 맞았지만
이미 몬산투에 대한 열망이 커질 대로 커져
이내 운전을 해서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이상하게 불안하고
이상하게 걱정 됐지만
그보다 몬산투에 대한 기대가 더 컸기에
호기롭게 렌터카를 예약했다.





















포르투갈어 표지판
영어 내비게이션
끝없는 로터리 도로
...

외국에서 렌터카를 운전한 적은 있지만
차를 이용해 도시 이동을 한 적은 없기에
출국 전부터 쉬지 않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다 부질없는 짓이지만 한결 마음이 놓인다.)












막상 고속도로에 접어드니
그저 계속 지루한(?) 직진뿐이었다.
덕분에 긴장이 자연스레 풀리고
땅만 두드리던 자신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괜히 쫄았네."
"여유 있게 경치 구경하면서 가자!"

밀리기는 커녕 도로에 차가 보이면 되려 반가웠고
운전하면서 피로할 줄 알았던 눈은
쾌청한 날씨 덕에 시력이 좋아지는 것 같았다.





...
...
...




포르투갈 운전의 또 한 가지의 감상은
차들이 굉장히 빨리 달린다는 점이다.
(고속도로에서는 시속 110~130km 정도가 기본)

그런데 이는 국도를 달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국도에서도 쌩쌩 달리는 차들이 뒤에 오면
갓길에 비켰다가 먼저 보내줬다.










몬산투에 다다름을 알려주기라도 하듯이
소박한 시골길을 달리니 콧잔등이  살랑거렸다.






























?



...




???















비켜준답시고 갓길에 세우는  번째 시도만에,
붕붕이는 심상치 않은 소리와 함께 발작(?)했다.













2시간여를 달리고 달려
30분 거리의 목적지를 앞에 두고

정말 찰나의 순간
우리의 붕붕이는 갓길 돌부리 턱에 걸려
맥없이 발목이 부러졌다.













차는 퍼지고 전화는 안 터지고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포르투갈의 시골길에서 노숙을 할 판이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신호와의 반복된 사투 끝에
가까스로 서비스 센터에 위치를 보내는 데 성공하고,
장장 3시간 만에 정비 기사님이 레커차를 끌고 도착했다.





























의사는 있으 이번엔 이식할 장기가 없었다.
결국  마을에 영업 중인 정비소로 차를 옮기기로 하고,
자매와 붕붕이는 레커차에 함께 몸을 실었다.






















전화 연결만 되면 해결될  알았건만
자매는 이름 모를 마을을 향해 달리는 레커차 안에서
찬란하게 부서지는 노을을 바라 보았고
그 햇살에 바싹 구워진 마음도 한껏 건조해졌다.

...그렇게 해가 지고 있었다.































 날 동생은 '망연자실' 실사를 보았다.




...
...
...



실낱같이 남아있던 희망과 작별하고
다리가 휜 붕붕이와도 작별하고
몬산투도 코 앞에서 등 돌려 작별하고

어둠이 짙게 내린 밤
자매는 아침에 호기롭게 출발했던 곳을 향해
그렇게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기에 이른다.















"미안하다..."
"아니야우리    다친  다행이지."

육체와 정신을 고이 접어 안드로메다로 보낸 뒤
충격에 잠도 오지 않는 택시 안에서 몬산투 호텔을 취소하고
급하게 포르투 숙소를 예약했다.



그렇게 우리는 또다시
사랑스러운 포르투를 향해 내달렸다.


...
...
...















안전이 가장 최우선이기에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기로 했다.
(이미 운전을 할 수 있는 정신도 아니었다.)
보험 확인 등 비용 처리만 하고 렌트는 취소했다.

다음 날에 버스를 타고 바로
리스본을 향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정작 포르투 여행을 할 때는
저렴한 호스텔에서 2박을 했는데
예기치 못한 셋째 날에 호텔을 결제해버렸다.
(잠이라도 편하게 자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도로 위에서만 꼬박 하루를 보낸 두 사람은
급하게 잡은 포르투 숙소에 도착 해서야
비로소 정신 줄을 더(?) 놓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고생만 시킨 것에 대한 미안함과
계획대로 흘러가지 못한 것에 대한 속상함을 알았는지
동생은 먼지가 되어가는 언니를 비상식량으로 달랬다.



본인도 많이 지치고 힘들었을 텐데
옆에서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별 일 아닌 척 버텨준 동생이 참 고마웠다.
(막상 쑥스러워서 직접 말하지는 못했다.)



















"여행 초반에 생긴 액땜이라 생각하자..."
"진짜  다친  어디야그게 제일 중요해."



몬산투 마을 속 돌로 지어진 호텔에서 잠드는 대신,
매콤한 라면 냄새 가득한 입으로
서로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위로를 내뱉는 포르투의 밤이 깊어갔다.



















그렇게 현명한(?) 자매의 여행은
돈독하게 우애를 다지며 계속되었다.

(이것이 사건 일지 '첫 번째'라는 사실을 모른 채)














+












포스여행
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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