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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정 Jul 17. 2017

1-5. 처음이란 게 다 그런 것_두 번째 이야기

어디? 폴란드?



005. 처음이란   그런 
_두 번째 이야기






M, 그녀에 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우리의 폴란드 항공권을 발견한 장본인이며,
실패라고는 단 한 번도 없던
숙소들을 예약했고,
일행 두 명의 눈을 합친 것보다
길눈이 밝은 사람이다.

즉, 지금의 여행을 있게 한 핵심 인물.
그녀는 여행길잡이다.




여행이 삶의 낙인 그녀,
여행의 마스터 M
여행의 에센스를 잃어버렸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넓은 아파트를  잡듯이 뒤졌지만
여권은 눈에 보이질 않았고,
이동을 위해 예매한 버스를  전까지
크라쿠프에서 다녔던 동선을
다시 역으로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심카드 구매했던 매장
장을 봤던 쇼핑몰
커피를 마셨던 카페들
식사했던 레스토랑들
다 가봤지만 돌아온 대답은 'No'였다.



우리의 마음을 아 
비가 다시 부슬부슬 내리고

멀쩡하던 거울이 깨지는 순간 확신했다.
M 여권은 공식적으로 사라졌다.




할 수 있는 거라곤
현실을 직시하고 해결하는 것뿐이었다.
지나가다 보이는 아무 사진관에 들러
급하게 여권사진을 찍은 뒤
한국에서도 안 가본 경찰서를 향했다.



폴란드어로 빼곡한 분실 신고서를 받아들고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을 때
(구글번역기로 급하게 찾아보던 중)
다행히 영어로 각 항목을 알려준
고마운 순경 삼촌(?) 덕분에
무사히 여권 분실 신고를 마쳤다.


"하아아 하얗게 불태웠어..."
"그래도 1단계는 처리했네..."
"더 큰 문제가 남아있다..."





"우선 예정대로 오늘은 다 같이
자코파네로 이동하자."
"그래, 버스랑 숙소 
예약 해놔서  갈 수도 없네."
"나는 자코파네에서 내일
일찍 출발해서 바르샤바 
갔다 올게."


크라쿠프에서 떠나는 마지막 날은
여권분실 + 깨진거울 +경찰서방문으로
다이내믹하게 마무리되고
무거워진 몸과 짐들을 버스에 구겨 넣은 채
다음 여정지 자코파네로 향했다.





오전 내내 바삐 돌아다녀서인지
짐을 질질 끌고 이동을 해서 그런지
그냥 배가 불러서인지
버스에 타자마자 잠이 쏟아졌다.


 30 지났을까.
눈을 떴더니 이전과는 다른 풍경이
재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자코파네는,
이전 도시들과는 다른 곳이었다.
아기자기한 목조주택들이 모여있어
박물관에서나 보던 미니어처 마을을
실사로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우울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위로를 해주는 건 어김없이 숙소였다.
(2화 참조)



한눈에 들어오는 귀여운 오두막(chalet)은
모든 지친 감정들을 씻겨주고
'다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우리가 여길 오려고
여태  고생을  거구나."
"마지막 여정으로 완벽하다."
"찾았어우리가 원하는 ."



동유럽의 알프스라 불린다는 자코파네는
별다른 수식어가 굳이 필요치 않을 만큼
그 자체로 아름다운 곳이었다.


동화 속에서나 나올법한
오두막집 숙소 앞 의자에 앉아
눈 앞의 풍경을 보고 있노라니
마음속 깊이 있던 '힐링'에 대한 갈망이
입을 모아 터져 나왔다.





...
...
...


다음날 M은 홀로 폴란드 종주를 시작하여
바르샤바에 있는 한국대사관을 찾았고,




새벽 5시에 떠났던 M
깜깜한 한밤중이 되어서야
단수여권을 들고서 복귀했다.





그렇게 다시 세 명이 모였다.

'생존'만이 목표였던 여행은
예상치 못한 크고 작은 사건들이
끊이질 않고 일어났고,
그만큼 여행에 대한 노련함 역시
자연스레 커졌을 거라며 서로 위안했다.

그리고

이제는 그만하면 됐다고
이 정도면 괜찮지 않냐고
훈련은 이제 그만하게 해달라고

'수많은 신들 중 한 명 정도는 듣겠지'
라는 생각으로
별이 쏟아지는 밤 하늘에
온 정신을 집중해 텔레파시를 보냈다.







보너스 컷:)






5화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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