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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정 Jul 10. 2017

1-4. 여행은 '열심히' 하는 게 아니다

어디? 폴란드?


004. 여행은 '열심히' 하는 게 아니다



여행 가기 전,
폴란드에 대해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흥미로운 정보를 발견했다.

각국의 사람들과 함께
폴란드 가정집에서
현지 음식을 직접 경험할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었다.


마침 여행 일정과 프로그램 날짜가 맞았고,
뭐든지 체험해보자는 생각에
떠나기 전, 무작정 신청을 했었다.





낮에는 제헌절 행사를 구경하고
유대인 지구와 올드타운을 둘러봤다.
해가 점차 뉘엿뉘엿 저물어가고
마르타 집에 방문할 시간이 다가오자
괜히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배탈 난 J를 뒤로하고
M과 둘이서 마르타의 집을 향했다.



남아공에서 온 노부부
크라쿠프 현지 청년
미국서 온 세 여자친구
스페인에서 온 삼촌(?)
호주에서 온 빨간 머리 언니

일면식 없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폴란드 한 가정집 거실에
오밀조밀 모여서 인사를 나누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안녕하세요!"
그때 반가운 한국말이 들렸다.



남편분이 폴란드 주재원으로 발령 나면서
온 가족이 크라쿠프에서 생활 중인
한국인 호스트 덕분에
괜스레 상기된 얼굴과 긴장된 마음도
한껏 풀리고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



깔끔하게 정돈돼있고
뭐든 반딱반딱 닦인 음식점이 아닌,
실제 가족이 생활하는 가정집 분위기는
'포근하다'라는 표현이 제일 적절했다.


", 이제 식사를 하면서
편하게 얘기 나눠볼까요?"




직업, 여행, 치안, 연애, 결혼, 음식, 와인...
생전 처음 만난 사람들과 하는 대화의 주제는
생각보다 다양하고 쉴 틈이 없었다.


( 되는영어로 듣고 말하고
아직 부른 배에 음식들을  먹고
시차 적응도 덜  상태라 
신체적으로 꽤나 부담이 됐지만,
그들과 함께 하는 대화는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했다.

각자 모두 여행을 통해 만난 사람들인 만큼
여행 나라에 대해 이야기할 
사람들의 눈은 가장 빛났다.


모두 흥미진진한 대화였지만,
아무도 여행 자체에 대한 부러움이 없었다.
(기본적으로 내재된, 한국인 특유의
'여행에 대한 부러움' 말이다.)

이유는 단순했다.
여기 있는 모두가 다 당연하게
여행을 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봤던 가보지 못한 으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가봤던 앞으로  으로
나뉘는 느낌이랄까.




물론 모든 서양 사람들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여행에 대한 가치관이
우리의 그것과는 분명 미묘하게 달랐다.


우리에게는 넘쳐나는 업무와 바쁜 나날에
치여서 떠나는 도피  여행이라면,
이들은 살아가면서 당연히 들어가는
일과  하나가 여행이었다.


'일부러 애쓰지 않고도당연하게 떠나는 '


그들의 가치관과 여유가 새삼 부러웠다.
단순히 시간과 돈의 여유가 아니었고,
그저 살아가면서 음식을 먹듯이, 살아가면서
당연하게 누리는 것이  여행이었다.

이런 가치관은  혼자 마음을 먹는다고
성립되는  아니었다.
주변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향수처럼 풍기는 것이기에 더욱 부러웠다.


단순히 가정식을 체험해보자는 생각에
무심결에 신청했던 식사 자리는
 이상의 것을 생각하고 느끼게 해준
고마운 자리가 됐다.

...
...
...


예정된 2시간을 훌쩍 넘긴 저녁식사는
여행에 대한 고찰(?)을 남긴 채 끝이 났다.








여행에 대한 고찰은 생각보다 짧게 끝났고,
크라쿠프의 마지막 밤은 지나갔다.




보너스 컷:)




https://www.facebook.com/eataway/videos/1735131866778048/




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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