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폴란드?
006. 힐링을 위한 고생은 할 만하다(?)
_자코파네
J는 사실 이번 폴란드 여행
참여 자체가 위태위태했다.
광고대행사에 근무하는 J는
회사에서 숙식을 불사하며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1년을 넘도록 일해왔고,
'사표'라는 최후의 보루를 내밀면서
겨우겨우 폴란드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겨우겨우 폴란드에는 왔으나,
야근에 휴일근무에 무리하던 J는
몸에 긴장이 풀리자 삐걱대기 시작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투어도 몸살이 나 빠지고,
잇어웨이(가정식 체험)도 배탈이 나 못 갔다.
그랬던 그녀가,
자코파네에 도착한 후로 달라졌다.
그랬다.
자코파네는,
산송장도 일으켜 세우는 힐링 스팟이었다.
회색 하늘만 주야장천 보다가
푸른 하늘에 눈이 탁 트이는 광경을 보며
설렁설렁 걷고 있자니,
'자코파네'에 엉덩이가 있다면
한없이 팡팡 두들겨주고 싶었다.
"여기 케이블카 타는 곳 다녀올까?"
"응, 날씨 좋으니까 언덕 따라
걸어서 올라갔다 오자!"
그렇게 높지도 않았던 언덕을
한 20분 정도 천천히 올라가
뒤를 돌아본 순간, 말문이 막혔다.
"이쪽은 어디로 올라가도
뷰가 참 멋져요."
숙소 호스트가 자코파네에 오면
당연히 봐야 된다는 듯이
지도에 콕 찍어 무심한 듯 알려준 이곳은
정말 숨이 턱 막히는 곳이었다.
무심코 보물섬을 발견한 기분이 이럴까.
우리는 이 언덕에서 아무 말없이
한참을 누워 있다가
한참을 서 있다가
한참을 앉아 있으면서
햇빛, 바람, 냄새, 하늘을
온몸에 덕지덕지 발랐다.
어느새 자코파네에 흠뻑 젖어 있었다.
...
...
...
평화로운 하루도 잠시
다음날이 되자마자,
몸을 가만두지 못하는 성격의 셋인지라
가장 메인 이벤트(라 쓰고 훈련이라 부른다)를
힐링의 공간 자코파네에 남겨두었다.
모르스키에 오코(Morskie Oko)
바다의 눈이라는 뜻을 가진 이 호수는,
폴란드 맨 아래 끝자락에,
바로 건너편 슬로바키아가 있는 곳에
산을 사이에 두고 위치해 있다.
자코파네 시내에서 약 40분간 차로 이동했다.
(가는 길에 슬로바키아 국경도 보인다.)
입구에 내린 뒤부터는
호수를 향해 트래킹을 시작했다.
왕복 6시간 정도 걸리는 코스지만
오가는 길이 험하지는 않다.
이번 폴란드 여행이 항상 그랬듯
첫 출발은 깔끔했다.
하지만
언제나 복병은 있는 법.
뗄레야 뗄 수 없는 이번 여행의 동반자
비를 맞으니 차라리 마음이 편해졌다.
(비가 오지 않으면 이제 불안하다.)
트래킹 하는 동안 사계절을 다 겪었다.
가는 길에 언 몸을 녹일 수 있는
최고의 핫도그와 수프를 접하고
(3화 소울푸드 참조)
좀 더 힘을 내 호수를 향했다.
"도착했는데 비랑 안개 때문에
잘 안 보이면 어떡하지?"
"그럼 뭐 6시간짜리 운동 한 거지."
호수에 다다를 때 쯤 거짓말처럼 비가 그쳤고
하늘도 개어서 선명한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모르스키에 오코 호수.
여기가 자코파네의 두 번째 breathtaking이었다.
5월에 아직 다 녹지 않은 호수 위에
둥둥 떠 있는 것 같은 설산을 보고 있으니
묘하게 설레고, 묘하게 무서웠다.
자연이 주는 압도적인 그 힘은
언제 접해도 매혹적이다.
식상한 얘기지만,
고생한 보람이 있는 곳임이 분명했다.
평화로운 호수를 맘껏 만끽하고
왔던 길을 그대로 돌아서 내려왔다.
비는 앞이 보이질 않을 만큼 더 세차게 내렸고,
흠뻑 젖어서 무거워진 신발로 발걸음을 옮기며
체력보다는 정신력으로 버티기 시작했다.
"아... 정신이 혼미해..."
"빨리 가서 따뜻한 것 좀 먹자..."
"다리에 감각이 없어..."
자코파네에서도 어김없이
훈련 같은 여정을 이어갔지만
이미 겪을 만큼 겪어봐서인지
아니면 '자코파네' 자체의 약발이었는지
가장 힘들었던 트래킹이
그래도 나름 '할 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원래 망각의 동물 아니던가.)
"자코파네는 계속 생각날 것 같아."
그렇게 아쉽고도 아쉬운,
있는데도 그리운 우리의 힐링 공간
자코파네의 3일째 밤이 깊어갔다.
보너스 컷 :)
6화 끝 ;)
※ 본문에 원래 동영상을 3개 첨부했는데
브런치에서는 오류가 나서 뺄 수 밖에 없었습니다ㅜㅜ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제 블로그 글에서 동영상도 같이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bitjeong/221058974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