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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vin Seo 서승교 May 31. 2023

사람들이 좋아하는 디자인의 요건

사람들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디자인을 중요 판단 요소로 삼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 일까요?  여기에 대해 답을 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디자인 요소에 대해서 갖는 기대 가치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디자인이 좋다."라고 표현하는 것에는 크게 네 가지 정도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1. "기존의 제품이나 서비스 보다 예쁘다. 완성도가 낫다." : 같은 기능을 가진 제품이나 서비스의 경우에 사람들은 소유나 소비에 있어 차별성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합니다. 그리고 디자인은 이러한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죠.  (차별성 강화)


2. "기존의 제품이나 서비스보다 이용하기 편리할 것 같다." :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용했던 기존의 도구나 방법에 비해 편의성이 향상된 것으로 추측되는 디자인의 경우 사람들은 기꺼이 구매 의향을 보이죠. (노동력의 단축)


3. "기존의 제품이나 서비스의 이용 보다 더 효율적일 것 같다."  : 새로운 디자인의 제품이나 서비스의 이용이 기존의 것들에 비해 단위 시간당 생산성을 높여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면 사람들은 좋은 디자인이라고 말합니다. (성능의 향상)


4. "기존의 제품이나 서비스의 이용 보다 더 많은 가치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 기존의 제품이나 서비스보다 새로운 디자인의 것들이 결과적으로 더 많은 성과물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추측될 때 사람들의 좋은 디자인의 영향이라고 판단합니다. (성과의 향상)


즉, 예쁨을 넘어서는 가치들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는 의미인데요. 위에 언급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좋은 디자인의 속뜻을 기준으로 지금 나와있는 디자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평가해 본다면 어떨까요? 사람들에게 차별적인 형태로, 노력을 줄여주며, 좋은 성능으로, 이전 보다 나은 성과를 약속해 주는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특정한 한 측면에만 치우쳐진 디자인들일까요?  디자인에 있어서 독창성 혹은 차별성은 매우 중요한 요소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만, 독창성만으로는 모두가 사랑하는 디자인이라 부를 순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이는 순수 예술의 경우에 더 적합하다고 할 수 있죠. 


이러한 프레임에 사로 잡혀서 어쩌면 디자이너 스스로가 디자인을 조형적 차별성이나 완벽성의 한계에 가두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더 예쁜 무엇을 만드는 것을 디자인이라고 한정 지어 버리는 것이죠. 디자이너들이 그 제품과 서비스가 정말 사용자에게 필요한 것인지 혹은 중요한 것인지, 더 나은 방법은 없는지에 대한 고민은 적거나 없이 기존의 것들 보다 더 차별적이고 예쁘게만 만들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이는 특히 공공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민간 분야와 달리 사람들의 관여도가 낮아서 설혹 디자인이 충분히 가치를 전달해 주고 있지 않아도 불평하거나 이용을 중단하는 경우가 적어서 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민간 분야의 경우 사용자의 감소나 컴플레인은 매출의 하락과 기업의 존망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 문제에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하죠. 


예를 들어 보죠. 여러분들은 공공장소(공원, 시장, 정부 기관... 등등)에서 얼마나 많이 혹은 자주 게시된 지도를 확인하시나요? 낯선 장소에 갔는데 만일 스마트 폰이 없거나, 주변에 지나는 사람이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게시된 지도를 확인하는 경우는 별로 없을 것입니다. 물론 기능보다는 전체적인 구성을 이야기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지도를 읽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장소에 빠르게 도착하는 것이 아닐지요? 다시 말해서 지도를 찾아 읽지 않아도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하고 싶은 것이 사람들이 원하는 디자인의 방향일 것입니다. 

<사진 #1>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붙은 놀이시설 선호도 조사표입니다. 사지선다 방식으로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주민들이 스티커를 붙여 의사를 표시하도록 해 놓았네요. 설문을 디자인하고 이를 모바일 앱에 올리고 기간을 정해서 답을 받고 하던 방식에 비하여 훨씬 응답률이 좋은 것 같네요. 물론 완성도는 논할 수 없지만요. 

<사진 #2> 거리의 횡단보도 근처에 설치된 의자들입니다. 빨갛고 파란 의자들을 나란히 놓은 것은 좋습니다만 정작 행인 햇빛을 피할 수 있는 곳에 앉아 있네요. 게다가 횡단보도와 직각 방향이어서 보행신호등도 보이지 않더군요. 

<사진 #3> 어느 시장의 초입에 있는 시장 지도의 모습입니다. 과연 저 지도를 보고 머릿속에 기억해서 원하는 점포를 찾아가는 일이 방문객들에게 쉬운 일일지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사진 #4> 한 샌드위치 가게의 픽업 전용 보관함의 모습입니다. 모바일 앱이나 전화로 미리 주문해 놓은 음식들을 점원을 거치지 않고 찾아갈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음식의 주문이나 픽업에 걸리는 절차와 시간을 줄여준 것으로 보이네요.  


+ 제품이나 서비스의 정의를 바꾸는 혁신적인 디자인을 하는 것은 물론 어려운 일이지만, 그것이 또 디자이너의 중요한 역할이기도 합니다. 


++ 결국 사용자들이 열광해야 좋은 디자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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