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이 사회적 문제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인식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관심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디자인은 어떻게 사회적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나를 고민해 보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디자인의 사회적 문제 해결 유형은 다음과 같다고 생각하는데요.
첫째, 협의의 디자인 관점 (예쁘게 하기)에서 본다면, 디자인은 환경 미화적 역할을 합니다. 지저분한 생활환경을 깨끗하게 하고, 낡은 시설물을 새로운 조형물로 교체하여 새로운 생활환경을 만드는 역할을 디자인이 담당하죠. 도시에 색을 입히는 역할입니다.
둘째, 전통적인 디자인의 개념을 좀 더 넓혀서 메시지의 전달 측면에서 보면 사회적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을 디자인이 할 수도 있습니다. 단,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사회적 갈등의 중재이지 사회적 갈등의 해결이 아니라는 점인데요. 예를 들어, 흡연과 비흡연 구역의 구분, 주차 구획의 정비 등과 같이 시민들 서로 간의 이익으로 인해 충돌이 될 수 있는 지점을 디자인의 기술들을 활용하여 원만하게 중재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 경우는 디자인이 생활의 가이드를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할 수 있겠네요.
마지막으로, 공공을 위한 가치 창출 측면에서도 디자인의 역할을 구분해 볼 수 있는데요. 고속도로 진출입로의 방향 표시 도색과 같은 사례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기존에 문제로 인식 못하고 있던 영역을 발굴하고 이의 해결을 통해 모두에게 안전과 시간 효율의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죠.
정리하면, 예쁘게 하기, 중재하기, 가치 만들기가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디자인의 해결 방법이며 동시에 역할입니다. 그러면 이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디자이너는 어떤 역량을 어떻게 길러야 할까요?
제 생각에 일반적인 디자인 교육은 창의성과 이를 완성하는 디자인 기술의 숙련도 향상에 포커싱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디자인 기술의 숙련도 향상의 훨씬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죠. 디자인 스쿨에 들어가기 위한 조건에서부터 얼마나 기존이 과제를 능숙하게 표현해 내는가가 평가의 기준이 되고 있고, 대학에 진학해서는 좀 더 고급의 스킬을 배고 이를 능숙하게 다루도록 연마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디자인 기술의 숙련도는 앞에서 이야기한 디자인의 사회적 문제 해결에 있어서 디자이너가 예쁘게 하기의 역할은 충분히 수행할 수 있지만 중재하기, 가치 만들기를 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사실 여기에서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기존의 디자인적 접근의 한계가 발생한다고 생각되는데요. 왜냐하면, 학습 능력이 뛰어난 디자이너가 문제해결능력이 뛰어나도 단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디자이너가 학교에서 배운 설루션으로써의 디자인은 대부분은 이미 정답이 있는 문제를 얼마나 정답에 가깝게 해결하는 가에 초점이 맞춰줘 있지만, 현실에서 디자이너는 늘 정답이 없는 문제를 맞닥뜨리고 참고서가 없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정답이 없는 난생처음 보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치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이 요구되는 것이죠.
일부 디자이너들은 선진(?) 외국의 사례들을 잘 아는 것 그리고, 이를 우리의 사회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중재하기와 가치 만들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도 그들의 학습능력을 보여주는 것일 뿐 사회적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당면하는 사회적 문제는 지리적, 시스템적, 문맥적, 문화적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나타나는 매우 지역적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다른 지역적 해결 방법이 우리의 사회적 문제 해결에 적합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디자이너는 제대로 된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기존 디자인 기술적 역량에 더하여 지역과 사람 그리고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할 수 있는 공감 역량을 길러야 합니다. 디자이너들이 사회 구성원들이 가진 문제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공감하면, 그들은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처방(디자인 기술)이 필요할지 깨닫고 실행할 있고, 더 나아가 새로운 방식의 창조까지도 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사회적 문제해결을 위한 디자이너의 중재하기, 가치 만들기의 역할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습니다.
<사진#1> 강남의 한 자치구에 설치된 거주자우선 주차 시스템의 모습입니다. 늘 주차 시비가 많은 동네의 특성이 무인단속시스템의 발명을 만들어 냈네요. 졸린 올빼미 눈의 디자인이 재미있네요. 이처럼 사회적 문제는 지역적 특성을 반영해서 나타나고 이의 해결도 지역적 특성에 대한 이해 해서 시작합니다.
<사진#2> 한 시내버스에 일반적 하차벨에 추가해서 달려있는 하차벨의 모습입니다. 이 디자인은 어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 주고 있는 것일까요? 승객들이 이 벨을 눌러야 하는 동기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이 서비스는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요? 고민이 좀 더 되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드네요.
+ 배워서 남 줄 때는 그대로 주는 것이 아니라 더해서 주는 것이 좋습니다.
++ 가치 만들기는 쉬운 일이 아니며 그래서 가치를 만들어 내는 디자이너가 존경받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