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없는 서비스디자인은 없다.
"제품 디자인과 서비스 디자인의 차이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여러분은 어떻게 답하시겠습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질문에 대해 제품 디자인은 유형의 물건과 이와 연관된 경험을 만들어 내는 일이고, 서비스 디자인은 무형의 형태가 없는 경험을 디자인하는 것이라고 대답합니다. 이는 디자인의 대상이 되는 객체가 무엇인가의 기준으로 분류하고 정의하는 방식입니다. 간단한 정의이고 뭔가 이해되는 것 같지만 또 막상 그렇지도 않은 답변이죠. 예를 들어 "애플의 아이패드는 제품 디자인의 결과물인가요? 아니면 서비스디자인의 결과물인가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위의 기준으로 나누어 보자면 아이패드는 유형의 물건이기 때문에 제품디자인이라고 답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패드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관람객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디지털 도슨트의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면 제품이라고 불러야 할지 아니면 서비스라고 불러야 할지 명확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아이패드가 아니더라도 디지털 도슨트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도구들은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미술작품을 설명하는 일에 돌비서라운드 시스템이니 OLED의 훌륭한 디스플레이니 이런 것들은 그다지 필요하지 않으므로 제품의 특성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어느 시점에 어느 작품에서 어떤 콘텐츠로 정보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고 이것은 서비스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제품 디자인과 서비스 디자인은 디자인이라는 목표와 행위가 있다는 의미에서는 상당히 유사성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만, 서비스는 제품을 서비스 체험의 스토리와 프로세스를 강화시키는 목적으로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좀 더 포괄적인 성격을 갖습니다. 가끔은 제품이 가진 원래의 목적과 용도가 서비스 스토리에 의해서 변형되거나 축소되어 이용되기도 합니다.
제품 디자인이나, 서비스 디자인이나 모두 디자이너가 생겨난 이후에 나온 개념은 아닐 것입니다.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이 없던 시절에도 어떤 사람들은 그들이 사용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보다 낫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고 그러한 노력들과 노하우들이 하나둘씩 모여 이론을 만들고 학문이 된 것이고 또 그걸 배운 학생들이 사회에 나와 디자인이 된 것이죠.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학교 담장 밖, 회사의 연구실 밖에 훨씬 더 나은 교육의 장이 아닐까 싶습니다. 왜냐하면 정교함, 정밀함을 강조하는 학교 교육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영역을 다소 투박하긴 하지만 학교밖의 일상에서 창조되어 나오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런 관점에서도 제품 디자인과 서비스 디자인을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제품 없는 서비스가 없고 서비스 없는 제품이 없는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고, 또 일반인들을 그 구분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생산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제품 디자인은 제품의 생산 프로세스의 마지막 단에 이뤄지는 과정들이고 제품디자인의 완성은 곧 제품제작의 종료를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세상 밖으로 나와서 사람들을 놀라게 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죠. 일단 제품이 세상 밖으로 나와에 제품의 이용과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품의 경우는 사용자들에게 제공되고 나면 다른 제품으로 바뀔 수도 없습니다. 제품이 바뀌는 시기는 수명이 다해서 그보다 더 나은 제품으로 사용자가 구매를 했을 때입니다. 반면 서비스 디자인은 공급자 입장에서 봤을 때 프로세스의 시작 단계입니다. 서비스가 공급되기 이전에 서비스 디자인이 완료되어 있어야 합니다. 이미 사용자가 경험할 서비스의 단계가 모두 정의되어 있고 각각의 단계에서 이용하게 될 제품의 종류와 용도에 있어서도 모두 준비가 되어야 하죠. 그리고 사용자가 서비스를 교환하는 시기는 마찬가지로 더 나은 서비스가 나왔을 때입니다. 사용자들은 제품의 경우 "더 강한", "더 빠른", "더 예쁜"을 만족시키는 제품이 나올 때 현재의 제품을 버리고 새로운 제품을 구매합니다. 하지만 서비스의 경우는 이런 제품의 매력 포인트들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오직 하나의 기준만 작용할 뿐이죠. "더 나에게 맞는 혹은 내가 감동할만한"이라는 기준이요.
사용자가 지불가치를 판단하는 시점도 제품디자인과 서비스디자인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제품의 경우 사용자는 상점의 매대에서 보자마다 가치를 인식합니다. 이를 업계에서는 "와우(Wow)"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제품에 있어서 와우가 중요한 이유는 현대인들은 물질적으로 부족함도 별로 없고 웬만한 생활의 니즈는 해결해 주는 제품들의 대안이 많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제품이라고 세상에 소개되는 것들은 사실 새롭다기보다는 더 나은 제품일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것은 다른 의미로 사람들에게는 이미 기준이 되는 제품들이 인식 속에 있다는 것이고 그 인식 속 제품에 비해 와우 할 정도의 감탄을 느껴야 구매 의욕으로 이어지게 됨을 의미합니다. 조금 나은 수준으로는 기존의 제품을 교체하려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제조업체에는 와우에 집중하는 것이죠. 사실 제품의 와우는 제품디자인에 의해서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제품디자인은 와우를 돋보이게 하는 요인이 된다고 보는 관점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대부분은 기술적인 놀라움이 와우를 만들어 내게 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심지어는 같은 브랜드안에서도 이 와우 경쟁은 발생합니다. 이전 세대보다 더 와우한 제품을 디자인해야 하는 것이죠. 자기를 죽여야 살 수 있는 운명을 가진 것이 제품 디자인입니다. 반면 서비스의 경우 사용자는 서비스 경험을 완료하기 전까지는 그 가치를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체험하고 난 이후에 그 서비스가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평가할 수 있습니다. 서비스 체험 후 느끼는 가치는 그 정도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정도로는 기존의 사용 중인 서비스를 대체하지 못합니다. 체험이 주는 감동이 있어야 사용자가 기존 서비스를 버리고 새로운 서비스를 선택합니다. 서비스의 경우 고객이 한 번 이용하기 시작하면 쉽게 다른 서비스롤 갈아타지 않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 서비스 교체를 위한 시간적, 물리적 비용이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든다고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면 서비스는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서비스를 디자인할 때 반드시 고려되어야 하는 포인트입니다. "이 서비스는 감동적인가?" 하고 말이죠. 제품 디자인은 사용자의 "순간(Moment)"를 캐치하는 것이, 그리고 서비스 디자인은 사용자의 "감동(Emotion)"을 느끼게 하는 것이 목표이고 핵심인 것입니다. 제품 디자인이 오케스트라에 쓰이는 악기를 디자인하는 일이라면, 서비스 디자인은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디자인 하는 읿입니다. 제품 디자이너는 장인이고 서비스 디자이너는 총감독입니다.
<사진 #1> 지하철역사에 설치된 양방향 벤치의 모습입니다. 지하철에 벤치 있어도 구분되어 있지 않아서 이용하지 않거나 자신이 탈 지하철의 방향으로 앉고 싶어 하는 이용객의 니즈가 반영된 제품인데요. 제품이지만 지하철 이용 서비스 흐름에 포함되어 있는 제품 디자인입니다.
<사진 #2> 서울역 인근 한 건물 계단의 모습입니다. 오르막 내리막으로 복수의 구분대로 나누어 놓았습니다. 계단과 손잡이라는 제품 입니만, 이용객들의 안전과 시간 효율을 동시에 고려한 디자인의 사례로 생각됩니다.
<사진 #3> 서울시청 인근의 식당에 있는 외상장부의 모습입니다. 근처 직장인들이 식사를 하고 장부에 기록을 남겨 놓으면 나중에 한 번에 결제하는 시스템으로 보이네요. 요즘처럼 모든 것이 디지털로 되어있는 세상에 아직 아날로그 장부라니 반갑기까지 합니다. 왜 디지털로 바꾸지 않았을까요? 이 식당 서비스의 감동요소로 작용하는 것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