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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May 03. 2023

현재, 지금 이 순간에 있지 않을 때

20230503 수요일

어쩌다 좋아하게 된 뮤지컬

유명하다길래 호기심에 티켓팅에 참전했다가

모든 캐스트를 한 번씩 보고 예술의 전당 앵콜 공연

3열에서 비로소 홍광호 배우를 봤다.


그때 느꼈던 위로와 안도감, 용기란

어찌나 나를 두근거리게 만들었던지.


뜸하게 몇 개의 공연을 보고 콘서트를 다녔다.

그리고 올해 데스노트-홍광호가 다시 돌아온다는 소식에

모든 티켓팅 오픈에 참전했다.


작년보다 더 많은 회차를 보러 가게 됐다.

사실, 퇴근 후 보러 간 공연에서 피곤함+앞자리관크 + 옆자리 관크로 잔뜩 피로해진 터라 스읍 너무 오버했나? 싶었다.


그리고 48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채 주말 낮공을 보러 갔다.

그날

알았다.


내 결심은 틀리지 않았고, 나의 감정이 왜 그토록 어지러웠는지.

4월 29일 14:00 공연

앞서 4월에 본 3개의 공연보다 이 날 공연은 가히 역대급이었다. 배우의 컨디션은 물론 앙상블과의 조합까지 조화를 이뤘다. 뭐 하나 빠지는 것 없는 완전한 표현과 연출 감정


'지금 바로 이 순간'에 존재하는 순간들


그 순간 속에 짜릿하게 전율하고 희열을 느꼈다.

아, 나 이 순간에 살고 있구나.

나 이 순간에 이 모든 걸 느끼고 있구나.


내가 그토록 질리게 나를 미워하고 스스로를 미워했던 시간들이 과거에 연연하고 미래를 두려워 해서구나.


몸은 현재랄 살아가는데 마음과 생각은 현재에 없었다.

~했었다면, ~선택을 했었더라면

그러지 않았을 텐데 같은 과거형 가정문법으로 얼룩진 생각

그 사고는 나를 미워하고 싫어하게 만들었다.

SNS 속 타인의 하이라이트를 보며 스포트라이트가 없는 내 삶이 비참하고 쓸모없다고 생각했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이 있나


싶어서 가장 먼저 루틴을 놓고 좋아하던 일을 외면하고

비교하고 저울질하고 스스로의 흠을 찾고 생채기를 냈다.


내가 미쳤지. 생각하며 겨우겨우 몸을 일으켜 공연장으로 가

으레 찍는 캐스트보드도 건너뛰고 좌석에 앉았다.

시야 괜찮네. 별 감흥 없이 기다리는 순간들.


암전 되고 무대가 시작되고 서사가 쌓였다.

연출이 더해지고 촘촘해진 감정이 표현되고 감정을 입은 연기와 넘버가 웅장하게 나를 향해 쏟아졌다.


눈을 감으면 과거가 될 것 같아, 이 감정을 잊을 것 같아

두 손을 맞잡고 숨죽여 기꺼이 순간을 맞았다.


쏟아지는 '지금 이 순간' 속에서 나는 비로소 행복했다.


지금 이 순간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는 상황이

폭발적인 연기력을 온몸으로 전율하는 시간들이

미묘한 감정표현을 알아차리는 찰나의 순간들이

과거와 미래에 사로잡혀있던 지난날의 작별들이


그래.


나는 이 '순간'에 존재하는 복합적인 감정의 덩어리를 기꺼이 맞고 싶어서 언제나 뮤지컬을 찾았구나.


여전히 나는 과거를 반추하고 미래를 상상하며 두려워한다.

그래도 이전처럼 모든 것을 내 탓으로 돌리고

낙담하며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완전히 행복하다고는 못하겠다.

그래도 이전보다는 과거의 나를 조금은 더 안아줄 수 있게 됐다.


뮤지컬은 내게 '지금 이 순간'을 살게 하고

그 순간을 감히 '나 너무 행복해'라고 벅찬 맘을 담아

얘기할 수 있게 해주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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