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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Aug 16. 2023

"최근에 울어본 게 언제야?"

내 일로 잘 안 우는 사람

핀란드에 살고 있는 친구와 오랜만에 보이스톡을 했다.

서로의 근황을 나누고 고민을 나누다가 요새 느낀 감정적 혼란에 대해 털어놨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져야 한다는 것, 스스로를 속이면 안 된다는 것.

스스로속이면 너만 아파.라는 얘기를 곱씹다 문득 갑자기 언제 울어봤지 생각이 들었다.


"야 너 언제 울었어?"

"최근에? 글쎄, ~ 일로 울었던 것 같은데."

"소름이다. 나 근 1년간 울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애"


내 일로 울었던 게 언제더라, 날 위해 울어본 적이 없다는 사실에 화들짝 놀랐다.



어릴 때를 제외하고

자아가 무럭무럭 자라나 성립되는 시기부터 지금까지.

소리 내어 엉엉 운 적이 별로 없다.


내 감정을 못 이겨서 분노가 울음으로 터져 나왔던 적 한 번,

생에 처음으로 겪은 사랑하는 이의 죽음 앞에서 두 번,

장기간 연애를 끝냈던 시기에 몇 번

그리고 또 언제였더라.


소리 내어 엉엉 운 적은 손에 꼽히고

그 외 울었던 것도 혼자 숨죽여 울거나

눈물 몇 방울 또르륵 흘린 게  전부였다.

울어봤자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해서인가

나는 유독 내 눈물에 엄했다.


눈물에만 엄한 줄 알았더니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감정에 제법 엄하게 굴었던 것 같다.


감정의 진폭을 오르고 내릴 때마다

순간감정이 지나고 나면 감정적인 스스로를 견딜 수 없었다.

누군가에게 질투나 열등감을 느낄 때도

'그건 내가 바라는 게 아니'라며 아닌 척 외면했다.

바쁜 현대 사회의 삶 속에서 운동과 독서를 병행하면서도

'대단하다'는 칭찬에 '이게 왜?'라고 답했다.

대단한 일이라기보다 그냥 해야 할 일 중 하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또 마냥 눈물이 없는 건 아닌 게,

내 일이 아닌 일에는 감정이입을 훅해 눈물을 잘 흘린다.

감동적인 영상, 글, 그림만 봐도 코가 시큰하고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영상매체를 보고 혼자 눈물을 줄줄 흘리며 감동받고 마음 아파한 적도 있었고,

친구 얘기를 듣다가 혼자 울컥해서 내가 더 눈물 난다며 친구를 당황시킨 적도 있었다.


스스로에게 엄하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엄할 줄이야.


갑자기 친구에게 던진 질문을 역으로 생각하니 새삼 그동안 얼마나 스스로에게 엄격했는지

새삼 나 자신에게 미안해졌다.


그래서인가, PT 받으면 듣게 되는 '회원님 지금 자세 너무 좋아요' '아주 잘하고 계세요' '지금 자세 퍼펙트'

류의 칭찬을 듣게 되면 힘들다가도 배시시 미소 짓게 되는 게 그런 거였나 보다.




최근 친구가 얘기해 준 게 있다.

'남 탓해 남 탓. 다 니탓 하지 말고 남 탓 좀 하고 살아'


내 의지로 되지 않는 일, 환경에 의해 고꾸라진 일들, 자의와 상관없이 벌어지는 일들 등

내 의지와 통제를 벗어나는 일에서조차 원인을 '내 안'에서 찾지 말라는 소리였다.


평범한 듯 정리되지 않은 하루가 지나가고

온전한 듯 불안한 마음이 손끝에 모인다.


친구의 말대로, 내가 울지 않았던 건 감정에 솔직해지지 못했던 건 외부 탓을 하기로 했다.


"이건 다 날씨가 더워서 그래. 여름 탓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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