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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Aug 19. 2023

세 시간 동안 가득 차오르는 사랑이 좋아서

조금의 마음만 있어도 콘서트를 가는 사람

콘서트를 혼자 잘 다니는 편이다.

나의 최애이자 본진인 위너는 물론이고

악뮤 아이유 장범준 윤하 태연 인피니트 까지


조금의 마음이 닿는 곳이라면 언제든 나는 그들을 만나러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뛰어갔다.



콘서트가 한두 푼 하는 게 아니라 그런지

사실 자신의 최애가 아니면 보통 다른 아티스트의 콘서트는 잘 가지 않는다.


응원봉 없이 머쓱하게 손을 내리고 있을 때라던가

나는 모르는 곡인데 주변 팬들은 '꺄아'하며 덕통사고

당할 때라던가 그리고 그걸 머쓱하게 지켜볼 때라던가

가수와 팬 사이의 비밀이야기를 엿들을 때라던가

그럴 때면 괜히 겸연쩍어져서 눈알만 데구루루 굴린다.


크으 내가 이걸 라이브로 듣다니! 감격한 날도 있었고

살다 살다 내가 여길 와보네 혼자 감개무량한 날도 있었고

아, 귀찮아 가기 싫다 하다가도 도착해서는

음 역시 오길 잘했어하고 끄덕이는 날도 많았다.


가볍게 좋아하는 마음으로

그들을 만나러 가는 건 사실


가수와 팬들 사이 부풀게 떠오르는 사랑이 좋아서

노래 한곡에 맺힌 나의 추억이 생각나서

노래 한곡에 위로받아 버스창가에 멍하니 기댔던 날이

문득문득 생각나서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들 사이의 끈끈한 애정과 눈빛이

너무 예뻐서


그래서 좋아했던 사람들이라면

지금도 여전히 좋아한다면

내 추억 한편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어김없이 달려간다.



하지만 많은 이유들 가운데

기꺼이 콘서트로 달려가는 건

가수와 팬들 사이에 피어오르는 사랑을 목격할 때마다

차오르는 감정이 좋아서다. 더불어 떠오르는 추억도 좋아서


가까이 있지만 닿을 듯 닿지 못하는 존재.

나에게 그는 내 세상의 전부이지만

그에게 나는 세상의 한 부분인 존재

나는 그를 당연히 알지만

그에게 나는 '팬덤'명으로 명명되는 존재.


특정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나의 시간과 사랑을 보내고

나의 추억 한편에 기꺼이 공간을 내어주는 것.


그 공간에 서로의 가수가 되어주고 팬이 되어주어

끝없는 응원과 사랑을 보내며

서로에게 자랑이 되고 존재의 이유가 되고 때론

삶의 의미가 되어주는 것까지.


이 모든 게 눈앞에서 무언으로 눈빛으로 표정으로

피어나는 걸 보고 있으면 나 역시 사랑에 빠진 기분이 든다.


누군가의 추억이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그가 나의 추억이 되는 건 또 어떤 감정일까.

추억은 힘이 없다는데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을 음악 하나로

나를 그 시절로 돌려 그 순간을 잠시 여행하는 것.

그래서 음악은 오래도록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나



인피니트 콘서트에서 노래를 듣는데

고등학생 시절이 생각났다.


BTD 추격자 패러다이스 라스트로미오 내 거 하자

남자가 사랑할 때 등등


한 곡 한 곡마다 서려있던 기억이 깨어나

중간중간 혼자 그 시절에 잠깐 잠겨있었다.


석식시간 후 저무는 해를 바라보며

창가로 들어오는 선선한 저녁바람을 맞으며

아이돌 누구를 좋아하고, 요새 고민은 어떤 것이고,

석식이 어땠고, 모평이니 사설모의고사가 어땠니 하면서

흥얼거렸던 노래들.


덕분에 잊고 지냈던 시절을 혼자 다녀왔다.


여담이지만

내 최애 원픽이던 김성규 씨를 실물로 보고

잡덕 하다 보니 덕질 성공시대가 열리는 중이다 ^.^


즐거웠다.

행복했고 목격한 순간마다 서린 사랑이 예뻤고

그 기운을 받아 으랏차 마음속 사랑을 채워본다.


음 역시

사랑이 제일이다.


대상이 무엇이든 우리

사랑하며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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