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슬 Aug 23. 2023

핑계가 닿는 곳엔 깨달음이

요행을 바라지 말 것

PT가 끝나간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매주 2번, 50분씩 PT를 받고 끝나면 2~30분 유산소를 하고 부리나케 씻고 집으로 향했다.

총 30회를 끊었고 20회 즈음 잰 인바디에서 체지방 3kg 감량, 근육 300g 증가라는 

성과가 쥐어졌다.


슬슬 30회가 끝을 보이는데 연장을 하니 많이 고민을 하는 중이다.


드라마틱한 결과가 보이지 않았고, 매번 PT가 끝날 때마다 '와 진짜 제대로 털렸다' 하는 느낌은

3회 정도에 그쳤다. 근육통이 아예 없었던 적도 있었고, 이틀 뒤 근육통이 생기기도 했다.


이전에 PT를 받았을 땐 30분이라는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끝나면 '난 이제 지쳤어요 땡벌 땡벌' 하며 땅바닥에 털푸덕 주저앉았었다. 반면 이곳에서는 소수의 기회를 제외하고는 매번 쌩쌩했다.

운동을 했는데, 한 느낌이 안 들었달까.


필라테스냐 다른 헬스장으로 옮기는 거냐 PT를 연장하지 않고 개인운동으로 전환할 거냐 

고민의 길 앞에 섰다.


잔뜩 사둔 떡메모지를 쓸 겸, 생각 정리 겸, 스트레스 풀 겸 끄적끄적 낙서하는 재미를 최근 들였는데

그간 PT와 운동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스스로 얼마나 많은 핑계 앞에서 허울 좋게 으스댔는지 깨달았다.



이전에 PT를 했을 때만큼 열심히 했나요?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본다면 당당하게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다.


적당한 운동과 느슨한 식단. 이번 PT를 받는 내내 운동하는 나의 마음 가짐은 그랬다.

물론 잠깐 초기에 출근 전 운동에 맛들려서 새벽 5시 30분에 버스를 타는 광기를 보여주기도 했지만

금세 제풀에 꺾여 퇴근 후 운동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몸에 안 좋은 것 안 먹고, 간식을 좀 줄이는 정도. 운동은 하루 할당량을 채우는 정도.

스스로에게 관대했고 일정 부분 타협하며 지냈으니 결과가 더딘 게 사실 당연한 수순이었다.


근데, 괜히 PT샘이 안 맞느니 헬스장이 좁니 샤워시설이 맘에 안 드니 어쩌니 저쩌니 해대며

온갖 핑계를 댔다. 스스로가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마주하면 왠지 그간의 시간들이 헛되다고 느낄 것 같아서였을까.


물론 새로운 헬스장을 찾아 PT를 재등록하거나, 개인헬스를 한다고 했을 때의 결괏값을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니다. 분명 적응기간이 필요할 것이고, 맞춰가야 할 부분이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개인헬스를 한다고 했을 때 내가 과연 '열심히 호기롭게' 잘 다닐 수 있을까? 답은 뻔했다.



섣불리 말하면 안 된다는 것의 무게를 깨닫는다.

호기롭게 할 것처럼 말해 놓고 하지 않았던 일들, 안 한다고 해놓고 꾸역꾸역 하던 일들 등

내가 뱉어놓고 지키지 못한 약속, 행동, 일들이 스스로에게 죄책감으로 돌아온다.


이래서 언행일치가 어렵다는 건가, 이래서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된다는 건가 새삼 깨닫는다.


PT샘에게 증량과 강도를 올려달라고 말해야겠다.

완전히 탈진됐다는 느낌이 들지 않으니, 식단 역시 '타협'하지 않고 정도의 길로 가야겠다.

운동만큼 '요행'이 통하지 않는 영역은 없으니깐.


정말이지, 어른이 되면 될수록

뭐 하나 허투루 할 수 없다는 걸 깨닫는 요즘이다.


어른되기 너무 어려운 거 아닌가요 정말

작가의 이전글 세 시간 동안 가득 차오르는 사랑이 좋아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