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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Aug 28. 2023

다녀야 할 이유가 있었는데요 사라졌습니다.

내일채움공제가 만기 됐다.

내일채움공제가 만기 됐다.

정부와 회사 지원금까지 납입된 후 만기해지를 신청했다.

약간의 시간이 소요되고 통장에 금액이 찍혔다.


됐다. 내 피땀눈물

드디어 끝났다!



퇴사하고 싶을 때마다 내채공을 생각했다.

그래, 내가 어떻게 이렇게 쉽게 12,000,000을 모으겠어.

다 지나간다. 해결되지 못할 일은 없어.

다 지나가니까 참자. 참아야 해


라고 되뇌며 온갖 풍파가 몰아칠 때마다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둘릴 때마다 이를 꽉 물었다.


2년이란 시간이 굉장히 길게 느껴졌고

설정해 둔 디데이는 줄어들지 않는 것 같았다.


삶의 어떤 일들은 '얼레벌레' 이루어지듯

내채공 만기도 '얼레벌레' 다가와 있었다.


그토록 바라던 내채공 만기인데

막상 만기 되고 나니 허무함이 마음 한편에 자리 잡았다.



퇴사하고 싶을 때마다, 직종전환을 생각할 때마다

다른 방법은 없나 고민할 때마다

내채공은 어떻게든 이 회사에 붙어있어야 할 이유가 됐다.


하지만 막상 만기 되고 나니

'왜 회사를 다녀야 하지?' 하는 또 다른 질문이 나를 짓눌렀다.


왜 회사를 다녀야 하지?

왜 이 업계로 나가야 하지?

난 정말 회사 체질이 아닌 걸까?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들이 진정 내가 원하는 걸까?

'보여주기'식으로 원하는 걸까?

잘하고 싶은 걸까? 아님 '잘해 보이고' 싶은 걸까?

내가 바라는 건 미디어가 그려낸 '회사'의 환상적인 이미지인가? 나는 그 이미지를 추구하는 건가?

그런 이미지를 추구하면 왜 안되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지금부터 고칠 수 있는 걸까?

역시 하던 거 하는 게 낫나?

새로운 시도를 했다 안되면 어떡하지?

주변엔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25살 첫 직장을 다니고 중간에 공백기를 가지고

돌고 돌아 28살 다시 돌아올 때까지 가진 고민들이

여태 풀리지도 않고 날 괴롭혔다.


정말 뛸 듯이 기쁠 줄 알았는데

'우와'가 전부였던 내채공 만기.

이걸로 뭘 하자니 내 피땀눈물이 서린 돈이라

함부로 쓰지 못해 곱게 예금에 넣어놨다.


이제 무엇을 목표로

무엇을 이유로

삶을 나아가야 할지 회사를 다녀야 할지 모르겠다.


누군가는 회사는 돈 벌러 다니는 거지 무슨 목표야 라고 하겠지만 , 생각보다 회사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4대 보험과 고정적 월급의 안정성을 맛본 이상 회사는 내게 꽤나 큰 의미 있는 존재다.


방향감을 상실한 회사생활은 정말 재미없고 무기력하다.

이 무기력을 이기기 위해 사부작사부작

열심히 움직이며 다시금 방향키를 잡아야겠다.


언젠가 이 글의 끝에 섰을 땐

방향키를 잡고 멋지게 항해하는 내가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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