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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 : 의지

by 정지영

독일 철학자 아서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는 우리 삶이 왜 끊임없이 갈망과 고통으로 가득 차 있는지를 철학적으로 설명했습니다. 그의 대표작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에서 그는 세상의 본질이 의지라는 개념에 있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의지는 단순히 무언가를 원하는 마음이 아니라,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근본적인 힘입니다.


의지란 무엇인가?

쇼펜하우어의 의지는 인간뿐만 아니라 자연과 우주의 모든 것을 움직이는 맹목적인 충동입니다. 이는 칸트의 물자체(thing-in-itself) 개념을 발전시킨 것입니다. 칸트의 물자체는 우리의 경험과 감각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세계의 본질적인 실체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바람이 불 때 그 움직임을 보고 느낄 수 있지만, 바람 자체를 직접 경험할 수는 없습니다. 바람의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가 감각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영역에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물자체는 우리가 인식하는 현상과는 다른, 근원적인 존재로서의 실체입니다.


물자체가 우리의 경험으로는 직접 알 수 없는 세계의 본질이라면, 쇼펜하우어는 그 본질이 바로 의지라고 보았습니다. 무대 위 인형극을 생각해보면, 우리는 인형의 움직임만 보지만 그 뒤에는 보이지 않는 인형사의 손이 있는 것처럼, 세상의 모든 현상 뒤에는 의지라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 이러한 의지가 우리의 삶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자연에서 식물이 햇빛을 향해 자라는 것도, 동물이 생존을 위해 먹이를 찾는 것도 모두 이 의지의 표현입니다. 인간의 경우에는 더 복잡한 형태로 나타나는데, 예를 들어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성공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며, 성공을 이루더라도 곧 더 큰 목표를 향해 달리게 되는 것이 바로 이 의지의 작용입니다.



비관주의와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

쇼펜하우어는 인간의 삶을 비관주의적 시각에서 해석했습니다. 그는 “삶은 잠깐의 만족과 긴 고통의 연속”이라고 표현하며, 인간이 욕망에 따라 살아갈 때 고통과 불만족을 피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욕망이 충족되지 않으면 고통을 느끼고, 충족되더라도 만족은 잠깐일 뿐이며 곧 새로운 갈망이 생겨 권태에 빠진다고 보았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원하는 직업을 얻고 기쁨을 느낄 수는 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더 나은 지위나 목표를 추구하게 됩니다. 이 과정은 끝없이 반복되며, 인간은 지속적인 불만족과 불안 속에 빠지게 됩니다.


쇼펜하우어는 이런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의지의 부정을 제안했습니다. 이는 욕망을 절제하고 금욕적인 삶을 사는 것을 뜻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금욕적인 삶을 통해 이러한 실천을 할 수 있으며, 예술 감상이나 명상을 통해 순간의 고요함을 경험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감동적인 음악을 듣거나 아름다운 그림을 볼 때, 우리는 일상의 욕망에서 벗어나 내면의 평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내면의 평화와 고독의 가치

쇼펜하우어는 진정한 행복이 외부의 인정이나 사회적 성공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안정에서 비롯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거의 모든 우리의 슬픔은 관계에서 온다"고 하며, 인간관계가 때로는 더 큰 고통의 원천이 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타인의 기대나 인정에 맞추기 위해 자신을 희생할 때 종종 깊은 슬픔과 스트레스를 경험합니다. 친구나 가족과의 갈등, 혹은 사회적 관계에서의 배신감 등은 매우 큰 심리적 부담을 주며, 이러한 관계적 문제들은 우리의 감정적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쇼펜하우어는 고독과 자기 성찰을 통해 내면의 평화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의 의지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오늘날에도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를 접하고, SNS에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며 끝없는 경쟁에 놓여 있습니다. 그러나 쇼펜하우어의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갈망은 만족을 주기보다는 더 큰 불안과 권태를 불러올 뿐입니다. 물론 현대 사회에서 의지의 부정이나 금욕적인 삶을 실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특히 물질적 성취와 사회적 관계를 중시하는 사회에서는 이러한 철학이 현실적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욕망을 내려놓고 순간의 평화와 자기 성찰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가르칩니다. 명상이나 미니멀리즘 생활 방식은 욕망을 줄이고 내면의 평화를 찾는 현대적인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쇼펜하우어는 인간의 고통이 멈추지 않는 의지와 욕망에서 비롯된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예술과 철학, 금욕적 태도를 통해 우리가 잠시나마 의지의 굴레에서 벗어나 평화를 찾을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의 철학은 복잡하고 바쁜 현대 생활에서도 우리가 내면의 평화를 찾고 진정한 행복을 느끼는 데 여전히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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