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지영 Nov 13. 2024

비트겐슈타인 : 사다리

철학과 언어의 한계를 넘어

 '사다리'라는 비유는 우리가 문제를 이해할 때 사용하는 철학적인 개념들이 목표에 도달한 후에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 사다리를 쓰지만, 그곳에 도달하면 사다리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는 것과 같아요.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적 도구들이 일시적이며, 결국에는 내려놓아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여러분은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를 기억하나요? 처음에는 보조 바퀴가 꼭 필요했지만, 나중에는 균형을 잡을 수 있게 되면서 오히려 보조 바퀴가 방해가 되었을 것입니다.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1889-1951)이 말한 '철학적 사다리'도 이와 비슷해요. 그는 '논리-철학 논고'(1921)에서 "나의 명제들은 사다리와 같다. 당신은 이 사다리를 딛고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목적지에 도달한 후에는 사다리를 버려야 한다"고 했어요.



철학적 도구의 일시적 사용: 우리 삶의 사다리들

 비트겐슈타인은 논리를 통해 세상을 모두 설명할 수 있다고 자신했어요. 이런 자신감으로 철학적 개념을 일종의 도구로 보았죠. 이런 도구들은 문제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사다리' 역할을 해요. 하지만 목표를 달성하면 이 도구들을 초월하고 내려놓아야 해요. 즉, 철학은 처음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발판이지만, 목표에 도달하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매일 아침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켜고 학교나 직장에 가는 경우를 생각해 보세요. 같은 길을 계속 다니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내비게이션 없이도 갈 수 있게 돼요.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사다리를 던져버리는 것'과 비슷한 경험이죠. 요리를 처음 배울 때는 레시피를 따라 해야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레시피 없이도 요리할 수 있게 되는 것처럼, 철학적 개념도 처음에는 필요하지만 나중에는 그 이상을 넘어야 하는 도구인 것입니다.



언어의 한계와 표현할 수 없는 것들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의 한계를 강조하면서,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고 말했어요. 그는 깊은 감정이나 형이상학적인 개념들이 언어로는 완전히 표현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언어는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중요한 도구지만, 모든 것을 다 담기에는 부족해요. 언어는 우리가 경험하는 것을 제한된 방식으로 설명하기 때문에, 특히 감정적이거나 너무 복잡한 경험은 설명하기 어려워요. 그래서 그는 '논리-철학 논고'에서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고 했어요. 이는 우리의 중요한 경험들이 언어로는 완전히 설명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해요.


 여러분도 "너무 보고 싶어서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어"라고 말한 적이 있나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의 슬픔, 처음으로 강아지를 만났을 때의 기쁨, 멋진 자연을 봤을 때의 감동 같은 것들은 말로 다 설명하기 어렵죠. 비트겐슈타인의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는 말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경험들이 언어로는 다 표현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동서양의 지혜와 사다리 비유

 선불교의 한 이야기에 스승이 제자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너는 배를 타고 강을 건넜다. 이제 그 배를 등에 메고 다닐 것인가?" 이 말은 비트겐슈타인의 사다리 비유와 비슷해요. 두 철학 모두 도구와 개념을 처음에는 사용하지만, 그 후에는 그것들을 내려놓고 더 깊은 깨달음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해요. 비트겐슈타인의 사다리와 선불교의 배 비유는,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는 목표를 이루면 더 이상 필요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철학적 개념들은 우리가 처음에는 이해를 돕기 위해 사용하지만, 결국에는 그것을 넘어 더 높은 수준의 이해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매일 많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다가 내려놓아요. 운전을 배울 때 사용하는 보조 장치나, 요리를 처음 배울 때 보는 레시피처럼, 이런 것들은 모두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철학적 사다리와 비슷해요. 처음에는 필요하지만, 결국에는 내려놓아야 하는 도구들인 거죠. 중요한 것은 사다리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통해 얻는 새로운 이해와 깨달음입니다. 자전거를 처음 탈 때는 균형 잡는 방법을 배우지만, 나중에는 더 이상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하지?'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진정한 이해는 도구를 초월하는 순간에 오게 됩니다.


 노자가 말한 "진정한 여행자는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다"는 말처럼, 비트겐슈타인은 우리에게 모든 철학적 도구를 궁극적으로는 넘어가야 한다고 제안해요. 이는 철학을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은 이해와 지혜를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라는 초대장입니다.

이전 18화 칼 포퍼 : 반증주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