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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영 Jan 10. 2024

[서평]인생이 막막할 땐 스토아 철학



  최근 스토아철학을 다룬 책들을 한 권씩 읽어나가고 있다. 오늘은 3번째 책인 『인생이 막막할 땐 스토아 철학』(요나스 잘츠게버, 시프 출판사)의 서평이다.


  이 책의 저자 요나스 잘츠게버는 철학 전공자가 아니다. 번역서의 저자 소개란을 보면 저자의 전공이나 직업에 대한 정보가 없다. 그래서 아마존을 찾아 원서의 저자 소개란을 찾아보았다. 역시 직업이나 전공에 대한 정보는 없다. 한 가지 단서는 저자가 운영하는 홈페이지가 NJlifehacks.com이라는 정보뿐이다. 해당 사이트는 행복과 삶의 기술을 주제로 한 책에 대한 서평, 긍정심리학과 스토아철학에 대한 글을 제공하고 있다. 저자는 이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 식으로 따지면 직업적인 블로거라고 보면 되겠다. 제공되는 글이 스토아철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상당히 유용하다.


  아무튼 저자는 스토아철학을 전공한 철학도가 아니다. 이런 사실은 이 책의 전문성에 대한 의심을 가지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마존에서 이 책은 상당히 많이 판매가 되고 있다. 또한 많은 독자들이 리뷰를 올리고 있는데 이 포스팅을 작성하고 있는 시점을 기준으로 5,040개의 리뷰가 있다. 번역서 표지에는 독자 리뷰수를 2,900개라고 소개하고 있다. 번역서 출간이 2022년 6월이니 그 사이에 2배의 리뷰가 올라왔다는 이야기다. 리뷰 내용을 보아도 독자들의 평이 아주 좋다. 


  위의 저자에 대한 정보를 종합하면 잘츠게버는 스토아 철학에 대해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전공이나 직업이 없다. 일반인으로서 스토아철학에 관심을 가졌고, 개인적인 연구를 통해 이 책을 집필했다. 이런 사실을 책을 출간하는 출판사 입장에서는 독자들의 의심을 받을 수 있는 대단히 큰 리스크 요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판사가 그 리스크를 감수했다. 게다가 우리 나라에서 번역까지 되었다. 출판사들이 큰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출간했다는 사실을 이 책의 내용이 그만큼 좋다는 강력한 증거이다.


  사실 스토아 철학은 꼭 철학 교수나 전공자만의 소유물이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스토아 철학은 '학문으로서의 철학'이라기 보다 '삶의 기술로서의 철학'이다. 흔히 말하는 논리적, 이론적 완결성이나 학문적인 깊이가 중요한 철학이 아니다. 그보다는 우리와 같은 보통 사람들이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를 제공하려는 것이 스토아 철학의 목표다. 이런 스토아 철학의 특성을 감안할 때 오히려 잘츠게버와 같은 일반인 저자가 스토아 철학을 더 잘 다룰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 즉 잘츠게버가 일반인 저자라는 사실은 스토아 철학의 특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고 하겠다.



1. 책의 구성

  크게 2부로 나눠진다. 


  1부에서는 스토아 철학을 몇 가지 원리와 핵심으로 정리하여 소개한다. 100여쪽에 달하는 분량으로 스토아 철학을 아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준다. 


  2부에서는 스토아 철학을 구체적인 삶 속에서 실천하기 위한 55가지의 원칙들을 소개한다. 각 원칙들을 2~3쪽 분량으로 설명한다. 55개의 원칙들은 다시 '준비단계', '삶의 힘든 상황', '힘든 인간관계'를 위한 것으로 분류된다. 


 스토아 철학을 다룬 책들을 보면 이 책의 2부처럼 구체적 실천을 위한 지침을 그 유형별로 세분화하여 단순명료하게 설명한 책들이 많다. 이는 스토아 철학의 지혜를 삶의 다양한 상황에 적용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스토아 철학만의 독특한 방식이다.


 가령 우리가 책 한 권을 읽었다고 하자. 그 책에 대한 지식이 우리 머리 속에 입력(input)되어 있다. 문제는 이런 입력된 정보와 지식이 어떤 상황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제 때에 지식과 정보를 '인출'(output)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점을 알고 있었던 스토아 철학자들은 스토아적 지혜를 한 두 문장의 문장에 담고자 했다. 속담이나 격언과 같은 형태로 말이다. 이는 기억하기 쉽다. 어떤 힘든 상황에서 속담이나 격언을 떠올려 그 속에 담긴 핵심적인 지혜를 구체적인 상황에 적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책의 55가지 원칙들을 정리하여 소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철학적 지혜를 구체적인 삶에 적용한 실천 지침을 얻을 수 있다.



2. 1부 : 스토아 철학이란 무엇인가?

  (1) 핵심 개념

  잘츠게버는 스토아 철학이 삶을 제대로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준다고 한다. 그 방법을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하면 (1) 행복하고 원만하게 흘러가는 삶을 사는 방법, (2) 행복한 삶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정서적 회복력을 발휘하는 방법이다. 이 두 가지 방법에서 핵심적인 개념은 '에우다이모니아'와 '정서적 회복력'이다.


  첫째, 행복으로 번역되는 '에우다이모니아'는 '좋은'을 뜻하는 'EU'와 '내면의 영혼'을 뜻하는 'DAIMON'의 합성어이다. 이는 그리스인들이 '행복'을 어떻게 이해했는가를 알려준다. 행복이 물질적 부나 명성 같은 외부적 조건이 아니라 내면적인 상태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뜻이다. 이때 주의할 점은 '내면이 좋은 상태'가 무엇인가이다. 우리가 흔히 '정신승리'라고 말하는 상태가 그리스인들이 생각한 '에우다이모니아'가 아니다. 외적인 조건의 성취와 무관한 상태가 아니라는 말이다. 인간의 내면 정신은 반드시 외적인 조건과 밀접한 관련을 이루어야 한다. 즉 정신적으로 좋은 상태는 외적으로 좋은 상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외적인 상태는 팽개치고 오로지 정신적 만족만 얻는 것이 행복이 될 수는 없다.


  내면의 정신이 잘되는 것이 외적인 행복과 동기화되려면 연결고리가 있어야 한다. 잘츠게버는 그 연결고리로 '아레테'(arete)란 개념을 가져온다. 이 용어는 '덕'이라고 번역되는 그리스어다. 흔히 덕이라고 하면 성품이 좋다, 착하다는 도덕적인 의미로 이해된다. 그런데 이런 도덕적 의미의 덕은 그리스의 아레테와 차이가 있다. 우리가 누군가를 가리켜 "민국이는 덕이 있어."라고 하면 민국이가 착하다는 뜻만 전달한다. 그러나 그리스에서는 다르다. '아가멤돈이 덕이 있다.'라고 하면 그것은 아가멤돈이 능력있는 사람이란 뜻이다. 아가멤돈은 도덕적으로 선할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명성과 성공을 거둔 사람이어야 덕이 있는 사람이 된다. 의인인 동시에 능력인이 되어야 덕이 있는 사람, 즉 아레테를 갖춘 사람이다. 즉 '착함과 능력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 아레테다.


  둘째, '정서적 회복력'은 무엇인가? 삶은 문제와 역경의 연속이다. 그런 삶과의 싸움에서 쓰러지지 않고 견디고 이긴 사람은 훈련된 사람이다. 세네카는 이런 사람을 가리켜 불운과 계속 싸워 고통에 굳은 살이 박힌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우리는 살아가며 갖은 문제를 겪는다. 그 문제는 주로 우리의 감정을 공격한다. 화를 내거나 슬퍼하거나 절망한다. 철학은 이런 감정을 올바르게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철학의 지혜로 삶의 고통에 대처하는 훈련을 하면 우리는 감정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다. 때로 절망하고 슬퍼하며 분노를 제어하지 못해 괴로워하겠지만, 이런 부정적인 감정으로부터 자신을 이성의 올바름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힘을 가진다. 이를 가리켜 정서적 회복력이라고 한다.


  정서적 회복력은 정념에 휘둘리지 않는 능력이다. 이를 가리켜 아파테이아라고 한다. 이런 능력을 가진 상태를 평정심이라고 부른다.




  (2) 행복 삼각형

  잘츠게버는 스토아철학의 목표가 행복한 삶의 달성과 유지라고 보았다. 이런 삶의 상태를 에유다이모니아라고 한다. 이런 삶은 다음의 세 가지를 지킬 때 가능하다.


   1) 아레테를 추구하며 살라

  아레테란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한 상태를 말한다. 사람은 여러 가지 잠재력을 가지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한 잠재력은 이성이다. 포도나무가 포도 열매를 맺는 것, 말이 잘 달리는 것이 포도나무와 말의 잠재력의 발휘이다. 인간은 이성적 능력을 발휘하여 자기 삶의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해나가는 상태가 잠재력이 발휘된 상태이다. 인간이 아레테를 충분히 발휘하면 지혜, 정의, 용기, 절제의 기본 덕목을 갖추게 된다.


  2) 통제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라

  인간은 신이 아니다. 자연속에서 하나의 자리를 차지하는 어찌보면 작고 나약한 존재다. 따라서 모든 일을 자기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다. 너무나 상식적인 사실이다. 그런데 많은 경우 인간은 신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 이런 어리석음으로 인해 자기 힘으로 통제할 수 없는 것을 통제하려 하고 욕망한다. 여기서 바로 인간이 자신의 감정과 욕망이 좌절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로 인해 불행해진다. 


  스토아 철학은 살아가며 마주치는 수 많은 일들을 '통제할 수 있는 일과 통제할 수 없는 일'로 구분하자고 한다. 통제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하고, 통제할 수 없는 일은 겸허하게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에픽테토스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는 일어나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잘츠게버는 이에 대해 마차에 묶인 개의 비유를 들어 설명한다. 움직이는 마차에 개가 긴 줄로 매여 있다. 이때 개는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마차를 따라 가며 주변 환경의 변화를 즐기거나, 자신의 처지를 인정하지 않고 움직이는 마차에 연결된 줄에 버티며 질질 끌려가거나. 개가 버틴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하지만 개의 선택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결정된다. 



  3) 책임을 다하라

  세 번째 항목은 조금 불분명한 것 같다. 앞의 2가지와 중복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즉 무의미한 반복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나름대로 그 의미와 역할을 추측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 삶에는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이 둘의 공통점은 처음엔 우리에게 외부적인 자극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이성적으로 올바르게 파악하고 반응해야 한다. 통제할 수 없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모두 외부 자극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선택한다는 데 공통점이 있다.


  올바르게 반응하지 않으면 잘못된 감정의 영향력에 갇히게 된다. 이는 감정적 동요와 불행의 원인이 된다. 이런 나쁜 결과를 피하려면 올바르게 판단하고, 선택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삶은 예상치 못한 수 없이 다양한 일들이 닥쳐온다. 이런 일들에 일일히 올바르게 판단하고 대응하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때론 실수하고 때론 성공한다.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에서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늘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다가오지 않은 미래의 일이나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의 충실해야 한다. 결과에 매이지 않고 지금 현재의 과정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책임을 다한다는 것은 결국 이를 말하는 것이다.


  잘츠게버는 여기까지 스토아철학의 핵심을 정리했다. 중요한 내용을 빠뜨리지 않고 잘 요약, 정리했다. 특히 앞서 읽었던 두 권의 책에 비해 '아레테'를 강조한 점에서 그 내용의 차별성을 발견할 수 있다.


  아레테의 강조 외에도 다른 책에서 언급되지 않은 통찰 하나가 제시된다. 그것은 사람들이 왜 자꾸 잘못된 선택을 하는가 하는 점이다.


유의할 점은, 인간의 두뇌가 번영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만들어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 그리고 오늘날에도 우리는 여전히 그런 조상들과 같은 두뇌를 물려받아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주변에 일어난 일이 위험한지를 계속 확인합니다. 진화로 인해 우리는 삶의 기회보다 장애물을 훨씬 잘 봅니다. 건강, 부, 사회적 지위 등에 관해 걱정하는 일은 우리의 본성입니다. 생존을 위해 그런 요소가 필요하겠죠.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고, 최대한 위험 요소에 집중하며, 또한 더욱 많은 일을 추구합니다.(111쪽)


  잘츠게버는 이성적 판단 대신 감정과 욕망에 휘둘려 불행하게 살아가는 이유를 진화와 생존에서 찾고 있다. 즉 스토아 철학이 극복하고자 하는 잘못된 삶이 개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인간의 유전자 속에 깊이 뿌리내린 본능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런 뿌리 깊은 본능을 극복하려면 우리는 스토아철학을 우리 삶에 적용하는 연습과 훈련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그런 노력으로 인해 '굳은 살'이 생기게 될 때 우리는 잘못된 본능에 좀 더 유능하게 대처할 수 있다.  



3. 2부 : 스토아 철학의 55가지 원칙들

  2부는 1부에서 정리한 원리와 방법을 구체적인 삶의 장면에 적용하여 보여주고 있다. 1부와 다른 새로운 내용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마치 텍스트북의 내용을 연습하는 워크북과 같다. 하나씩 읽어보고 자신의 구체적인 삶에 적용해 보기 위한 사례집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서평에서는 55가지의 원칙을 3가지로 구분한 이유와 목적이 무엇인지를 언급하고자 한다.


1. 준비단계의 원칙들(Preparing Practices)

2. 삶의 힘든 상황을 위한 원칙들(Situational Practices:How to Deal with Yourself when Life gets Tough?)

3. 힘든 인간관계를 위한 원칙(Situational Practices : How to Handle Yourself when Other People Challenge You?)


  목차는 한글로만 되어 있다. 55가지 원칙을 3가지로 나눈 이유가 분명하게 이해되지 않아 원서를 찾아보았다. 그랬더니 저자는 크게 두 가지 항목, 즉 준비를 위한 실천방법과 구체적 상황을 위한 실천방법으로 나누고 있었다. 스토아 철학의 원리에 따라 어떤 구체적인 상황이 발생하기 전에 먼저 생각과 태도를 갈고 닦아 두기 위한 실천 방법을 먼저 밝힌다. 그 다음으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부딪치게 되는 구체적인 상황을 '일(사건)'과 '인간(관계)'로 구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준비 단계에서는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하는지를 연습하도록 한다. 어려움, 장애, 덧없는 사물, 죽음, 편안함, 명성, 소박한 삶, 주어진 시간을 보내는 방법, 배움, 성취 등에 대해 가져야 하는 바람직한 관점 및 태도에 대해 알려준다.


  실천단계 중 일이나 사건에 대한 실천은 다음과 같다. 고통, 슬픔, 분노, 용기, 두려움, 기대와 좌절, 타인의 기대에 대한 대처, 감사하는 방법, 객관적 판단력 등이다.


  실천단계 중 인간(관계)와 관련된 실천은 다음과 같다. 타인의 존재에 대한 이해, 타인의 실수, 용서와 사랑, 비난과 동정, 친절, 모욕, 공감, 친구, 언행 등이다.


  이렇게 3가지로 구분된 실천방법은 우리 삶에 필요한 지도를 그려준다. 이 책을 읽은 후 책장에 꽂아 두었다가 유사한 일이 발생할 때마다 다시 읽으며 참고하면서 앎을 습관과 태도로 만들어 나가면 된다. 이 실천지침들은 한 번 읽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동안, 어쩌면 평생 내 삶의 스토아적 메뉴얼로 삼을 수 있다.


4. 책에 대한 평가

  이 책은 철학 전공자나 사회적으로 공인된 자격을 갖춘 사람이 쓴 책은 아니다. 그 사실로 내용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약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사회적으로 공인된 증명이 아니라 이 책을 출간한 출판사와 읽은 독자에 의해 그 내용이 증명된 책이다. 즉 형식적인 증명이 아니라 내용적인, 혹은 실질적인 증명을 거친 책이다. 따라서 어쩌면 이 책은 어떤 철학교수나 전공자, 전문가가 쓴 책보다 더 좋은 책이라 결론 내려도 큰 무리가 없다. 


  사실 스토아 철학은 아카데믹한 학문으로 추구되지 않았다. 직업이나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삶의 지혜를 제공하는 것이 스토아 철학이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오늘날 많은 현대인들이 스토아 철학을 찾고 있는지 모른다. 이런 스토아 철학의 특성을 생각할 때 평범한 저자가 스토아 철학을 개인적으로 연구하여 이런 성과를 보였다는 사실이 더욱 특별하다. 이 책은 스토아적 정신을 잘 구현한 책이다.


  물론 학문적 깊이는 다소 떨어진다. 스토아 철학을 삶에 구체적으로 적용하는 데 필요한만큼의 이론만 소개된다. 하지만 애초 우리가 스토아 철학에서 얻고자 했던 것은 바로 구체적인 삶의 지혜가 아닌가? 일광욕을 즐기던 디오게네스를 알렉산더 대왕이 찾아와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디오게네스는 태양을 가리지 말고 비켜달라고만 했다. 디오게네스에게 더 이상의 어떤 것이 필요하지 않았다. 우리들 역시 다음과 같이 생각하고 있지 않나?


우리가 필요한 것은 내 삶을 불행하게 하는 감정과 욕망의 감옥에서 벗어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데 필요한만큼, 딱 그만큼의 지혜뿐이다.


   이런 이유로 잘츠게버의 책을 읽다보면 같은 내용이 자꾸 반복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반복은 하나의 원리를 이해했을 때, 그 이해를 어떤 상황에서든 알맞게 적용하여 실천할 수 있는 극소수만이 가질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독자에게는 거추장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이 블로그를 포스팅하는 필자와 같이 평범한 사람들은 같은 원리라도 여러 가지 다른 상황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그 실천의 예를 반복해서 읽는 것은 도움이 된다. 그런 연습을 통해 비로소 실천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스토아 철학 서적들을 연속해서 읽어나가고 있는 필자 입장에서 이 책은 다른 책과 달리 '아레테'라는 덕 개념을 깊이 있게 다루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었다. 대부분 스토아 철학 서적들이 상대적으로 가볍게 다루고 넘어가는 이 개념을 깊이 있게 다루었다는 사실을 주목하게 되었다. 필자와 같이 스토아 철학 서적을 여러 권 읽은 분들은 이 책에서 '아레테' 개념이 스토아 철학에서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했는지에 관심을 집중해서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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