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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프레임드 Oct 04. 2023

뉴미디어 전시가 뭔데?

2. 해고

일단 뉴미디어 전시가 뭔지 궁금할거 같아 소개하자면 박물관이나 전시관에 인터렉티브 콘텐츠를 전시한다. 전시라는 말이 들어가는것처럼 프로젝터, DID, 대형 모니터를 통해 영상을 보여준다. 물론 거기서 끝나지 않고 센서나 터치모니터 등을 이용해 사용자 인터렉션이 가능한 새로운 미디어를 총칭한다.

게임이나 아카이브 영상, 4~6면 대형 영상, AR, VR 등 다양한 형태라서 융복합 미디어 혹은 뉴미디어라고도 한다.


나는 영화 전공자지만 뉴미디어는 내게 새로운 도전이자 더 넓은 세계라고 느껴 일은 재미있었다. 사무일과 IT까지 접목되어 일은 많지만 본질은 콘텐츠이고 영상업을 할 때와 크게 일이 다르지 않아 즐거웠다.


이어서 회사는 쪼금 커졌고 새로운 상무가 들어왔다. 대표님 지인이었고 한 때 잘나가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대표는 회사를 상장시키고 싶었고 상무는 돈이 있었다. 대표님과 마찬가지로 개발자 출신이었던 상무는 내게 가장 신경쓰이는 사람이 나라고 말했다. 그 뜻을 이해하는데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언급한대로 나는 사업도 따야하고 영상도 제작했다. 대표는 어도비 영상 프로그램을 구독해주지 않았고 불법 프로그램을 다운받아줬다. 물론 그건 범법이고 나는 내 계정으로 매달 구독료를 냈고 후임에게도 내 계정을 사용하게 했다(컴퓨터 최대 3대 등록 가능)

후임이 들어오고 나서는 프로그램 구독을 법인으로 전환해달라 요청했지만 대표는 그 돈으로 맛난걸 사먹자고 했다.


국가사업 중에 동영상직접생산증명서가 필요한 건이 종종 있는데, 법인으로 6개월이상 결제한 기록이 없어 증명서 취득조차 하지 않아 사업을 따려고 해도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경우가 수두룩했다.

개발자가 2명이나 있는데 나에게 정보처리기사를 따라고 하거나 디자인과도 아닌데 산업디자인자격증을 따지 않아 사업을 못 딴 내 잘못이라고만 했다.


상무는 뉴미디어를 모르는 사람이었고 나는 겨우 2년차였다. 상무는 후임이 편하다며 일을 다이렉트로 던졌고 아무도 내게 보고하는 사람조차 없었다.

나는 후임에게 수정사항요청리스트를 작성하라 요청하면 상무는 하지 말라고 했다.

상무는 내가 작업하던 3D 모델링을 후임에게 지시했고, 후임은 또 역시 내게 보고없이 프로그램 사용법부터 유튜브로 공부하고 있었다.

나는 후임에게 상황 보고를 요구했고, 이 모든 지시가 상무님이라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나는 상무님께 서운함을 표현했으나 돌아온 말은…


“나는 업무를 분배하는 사람이지 허락을 받을 필요없다”

“너가 교통사고를 당한다면 회사 내에 다른 사람도 할 줄 알면 좋은거 아니냐”였다.


역시나 업무는 구멍이 계속 생겼고 이 모든것은 또 내 잘못이 되었다. 대표는 나를 옥상으로 불러내 대뜸 네가 뭘 잘못했는지 아냐 꾸짖었다.


방송 외주사에서는 모든 일이 철저히 분업되어있었다. 물론 겹치거나 서로 도와줄 수는 있지만 서로 먼저 돕고 내가 다음에 도움을 요청하자는 분위기였다.

개발자는 개발, 디자이너는 디자인, PM은 PM이 아니었다. 다 내 일이면서 내 일이 아닌 업무 분담은 너무 혼란스러웠다. 상무는 그런 내가 업무지시를 무시한다고 느꼈던것 같다. 나는 불이행이 아니라 의사소통 문제를 지속적으로 요청했던건데 상무는 내가 하기 싫어서 반항한다고 오해한 듯 했다.

내가 편집하던 영상도 어느새 상무 본인 맘대로 워터마크가 있는 무료 편집툴로 편집했다. 발주처에 보내기까지 했을 때 회사 내 위사소통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느꼈다.


대표는 상무와 내 사이가 틀어진걸 눈치챘고 나에게 퇴사를 권유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대화 이후 10분 뒤 해고통보서를 받았다.


해고 사유는 업무미숙, 업무지시불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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