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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dypoty Jul 31. 2023

아무튼 다이어트 - 에필로그

나에게 다이어트란

운동이란 자고로 여름엔 더워서 땀이 많이 나니 하고 싶지 않고, 겨울은 추워서 감기 걸릴 수 있으니 이불에 들어가 있기 바쁜 법. 그렇다면 봄과 가을엔? 우리나라는 지구 온난화와 함께 봄과 가을이 없는 나라가 되었으니 언급하지 않고 넘어가 봐도 괜찮지 않을까? 또 그 힘든 운동을 시작하더라도 몸무게는 생각만큼 쉽사리 내려가지 않는다. 포에버영한 시절엔 자고 나서도 1킬로가 빠져있는 매직을 경험하곤 했던 우리지만 역시 운동만으론 살을 뺄 수 없다는 서글픈 딜레마에 봉착하고 만다. 

그렇다면 식단조절? 어림도 없다. 한국의 직장인에게 퇴근 후 찬구들과의 치맥타임, 식사 후 디저트 타임이라는 소박한 보상마저 앗아간다면 우린 더 이상 서있을 곳이 없다. 그리고 밥을 먹으면 한국인들은 바로 등을 바닥에 대주는 것이 자긍심을 가질만한 한국의 문화라고 할 수 있겠다.

SNS에 보면 왜 그리 마르고 뭘 입어도 예쁜 사람들이 많은지, 다 보정일 거라고 말하고 싶지만 동네 근처만 나갔다 와도 다 같이 어디서 그렇게 관리를 받는 건지...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축복받은 체질을 타고난 나에겐 한숨 밖에 나올 수 없는 상황이다. 슬프게도 전 인구의 10% 미만만이 타고나길 살이 찌지 않은 체질일 텐데 우리는 '살이 찌지 않은 몸'을 표준 삼아 지금 이 순간도 어느 누구는 살쪘다며 놀림을 받으며, SNS 사진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자괴감을 느끼고 있을 수도 있다.

다이어트란 말은 원래 식습관이란 뜻인데, 다이어트 =  체중 감량이라는 게 공식화되면서 다이어트는 우리에게 어린 시절 풀기 싫던 '숙제'가 돼버렸다. 어렸을 때나 어른이 된 지금이나 재밌던 것도 숙제가 되는 순간 하기 싫어지기 마련이다. 사실 다이어트는 시작하면 바디프로필을 찍는 순간, 원하던 수영복을 입고 뽐내는 순간, 원하는 몸무게에 도달하는 순간까지만 하고 끝내는 게 아닌데. 물론 그 순간을 목표로 삼고 해 나가는 것은 좋지만 아무리 '다이어트 안 해도 예뻐'라도 다이어트란 건 시작하려고 마음먹는 순간부터 죽기 직전까지 이어져야 하는 것임은 부정할 수 없다. 

8년째 다이어트 중인 나에게 사람들은 늘 '살 이제 그만 뺄 때도 됐잖아, 너무 가혹한 거 아냐?'라고 달콤히 속삭인다. 그럴 때마다 나도 사람인지라 아, 이제 그만해도 될까?라고 수백 번 고민하게 된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다이어트는 계속되어야 한다.

까만 피부, 평균보다 좀 큰 키를 가진 나는 어렸을 적부터 좀만 살이 쪄도 거인, 흑인 소리를 들으며 자랐다. 할머니의 삼시세끼 덕에 늘 체력장 결과는 과체중이긴 했지만 체중에 큰 변화는 없음에 만족하며 살았는데, 영국에서 1년간 생활하던 땐 계중에서 내가 제일 슬림한 축에 꼈었다. 그 우월감에 젖어 나는 먹어도 슬림한 사람이라고 자부하며 언제 다시 올 줄 모르는 디저트의 왕국, 영국에 온 김에 디저트만은 모두 맛보고 가리라 커다란 포부를 갖고 몸소 실천했다. 늘어난 몸무게에 무릎이 아파올 때도 있었지만 끝까지 몸무게는 재보지 않았다. 인정할 용기가 없었던 것임에 분명하다. 1년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돌아오던 비행기에서부터 나는 부정하고 싶었던 현실을 더 이상 피해 갈 수 없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영어로 말을 걸던 한국인 승무원, 너무 변해버린 모습에 출국장을 나왔는데도 알아보지 못하셨던 부모님. 

돌아온 첫날 저녁이 마지막 저녁이어야만 한다는 엄마의 불호령을 기점으로 약 8년간 어떤 약물이나 가이드의 도움 없이 12kg 감량 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혼자라서 서럽고, 버거워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나에게 꼭 맞는 다이어트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다.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다이어트라면 그게 숙제가 되지 않는다면 그 잣대를 남에게 두지만 않는다면 누구나 다이어트와 함께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의 모든 다이어터들을 위한 아무튼, 다이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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