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dypoty Nov 12. 2023

1일 1식, 2식 그리고 3식

아무튼, 다이어트

5년간 다이어트를 해오면서 나름 (남은 여생 내내) 지속 가능한 다이어트를 하자는 가치관을 지켜오고자 애썼다. 쓰고 나니 왠지 기업의 경영자라도 된 것 같아 머쓱해진다. 섣불리 ‘식단’을 하지 않는 사유도 그 때문이다. 이번 달까지만, 이번 여름까지만, 바디 프로필 찍을 때까지만, 이라며 식욕을 절제시키기엔 내 의지력이 너무 나약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내가 제일 잘 안다. (아마도 두 가지 다 궁극적으로 원치 않는 것이기 때문이 제일 크지 않을까) 다이어트 기간이 길면 길수록 힘들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의 경우 조금씩 급하지 않게 나아갈 수 있어 좋다. 여유가 있으니 그만큼 제삼자의 입장에서 나한테 맞는 퍼스널 체중 감량을 구축해 나갈 수 있다. 오늘은 내가 지금까지 셀 수 없는 시행착오 끝에 정착한 식단에 대해 써볼까 한다.


1일 2식, 간헐적 단식 – (유지 기간: 6개월가량)

맨 처음 다이어트를 결심하고선 마땅히 할 수 있는 게 식단 조절 외엔 선택지가 별로 없었다. 다이어트의 ‘다’ 자만 들어도 유난 떠는 일이라며 건강이 최고라고 할머니를 빙자했던 나 자신과 작별을 고하고 1끼를 줄일래, 2끼를 줄일래? 눈앞에 놓인 많지 않은 선택지 앞에서 일말의 여지없이 전자를 택했다. 앞으로(당분간) 저녁을 먹지 않을 거라는 나의 엄포에 예상대로 할머니는 득달같이 그렇게 살다 간 죽을 거라며 저주를 퍼부으셨다. 평생 동안 들어온 할머니의 ‘세끼론’에 사실 나도 2끼만 먹다간 죽을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당연하게도 인간의 목숨은 꽤나 질겨 그런 일은 쉽사리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한, 두 달 1일 2식을 하다 보니 서서히 체중도 줄고, 표면적으론 나름 유지하는 듯 보였다. 운동을 곁들이지 않다 보니 알고 보니 빠진 체중이 다 근육이었다는 슬픈 사실과 더불어 몇 달 지나자 부작용이 일어났다. 스트레스와 보상심리의 콜라보로 점심부터 6시까지 ‘저녁을 안 먹으니까’ 또는 '아직 저녁 시간 전이니까'라는 마법의 문장으로 허기진 기분을 달래려 눈에 보이는 족족 입에 쑤셔 넣었다. 특히 달콤한 것들. 보통 살은 갑자기 찌지도 갑자기 빠지지도 않는다. 서서히 찌는 듯 찌지 않는 듯, 눈치를 살피고 있다가 자기 차례다 싶을 땐 소리소문 없이 치고 올라온다. 이미 2~3킬로는 쪄버린 후, 후회해도 늦었음을 감지했다.


1일 1식 – (유지 기간: 일주일 가량)

인간의 욕심은 끝도 없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다이어트를 하면서 조금 살이 빠지려나 싶을 때가 있다. 이럴 때가 가장 조심하고 경계해야 할 타이밍이다. 이 시점에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고삐를 풀고 폭식을 해 요요로 이른다거나 나처럼 과도한 욕심에 불을 붙이곤 한다. 인스타그램을 보다 보면 1일 1 식 하는 방법이 친절하고 상세하게 나와있다. 마지막의 깡마른 아이유의 사진에 ‘이거다!’라며 무릎을 탁 쳤다. 불가능해 보였던 1일 2식도 해냈던 나인데, 물들어올 때 노 저어 보자는 심정이었다. 첫, 둘째 날은 정말 그만두고 싶을 만큼 배가 고팠다. 그럴 때마다 물을 마시며 버티며 이 고비를 지나고 나니 지나온 시간들이 아까워서라도 악으로 버텼다. 그렇게 셋째 날부턴 식욕도 사라지고, 몸이 확실히 가벼워진 기분이 들었다. 일주일 상간에 무슨 큰 변화가 있겠거니 싶었는데 그토록 원했던 살도, 붓기도 사라지는 듯싶었지만 면역력이 비례해서 떨어졌다. 몸은 가볍지만 밖에 나가고 싶지도, 침대 밖으론 몸을 움직이고 싶지 않은 기분, 그리고 무기력이 찾아온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지만 그즈음 평소엔 잘 걸리지도 않던 감기몸살도 걸려버렸는데 몸에 힘이 없다 보니 쉽게 떨어져 나가지 않았다. 얻는 것이 있다면 잃는 것도 있는 법, 역시 트레이드오프는 확실하다. 평소 같지 않은 힘없는 나를 보며 단기간에 건강의 위험 신호를 느껴버리니 자연스레 이렇게 해서 살을 빼느니 차라리 조금 살찐 나 자신으로 살겠다 다짐한 순간이었다.


1일 3식 – (유지 기간 : ~현재까지 약 4년) 그리고 정착한 식단

6개월 정도 이십몇 년 간 이어오던 식습관을 바꾸려다 보니 육체, 정신적으로 여러 혼란을 겪었다. 의식주 중에서 식에 가장 많은 비중을 두는 나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변화라는 가정하에 조금 더 나한테 맞는 지속가능한 식습관을 한번 더 고민해 봤다. 구관이 명관이라고 돌고 돌아 결국 나에겐 삼시 세끼가 답이다. 큰 틀을 바꾸려니 몸도 거부반응이 일고 하루 몇 식을 할 건지 집중하기보단 몇 식을 어떻게 할지에 좀 더 집중해 보기로 했다. 우선 아래의 1번부터 시작해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씩 늘려갔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자신의 식습관을 바탕으로 타협할 수 있는 식단을 짜가시길 추천한다. 무조건 처음엔 달성하기 쉬운 목표를 하나로 잡고 그것을 달성한 뒤 2번, 3번으로 추가해 나가는 방식이 오래 유지해 나갈 수 있는 비법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를 실패하면 그만해버리고 싶은 마음이지만 작은 달성들이 축적되어 단단해지면 어느새 나의 바른 습관을 지탱해 주는 중심축이 돼 줄 것이다.


1) 밥그릇을 작은 공기로 줄이자

내가 먹는 음식은 대부분 집밥이다. 보통 반찬이 짜면 밥을 많이 먹게 되는 경향이 있었는데, 밥도둑 반찬이라도 나오는 날이면 걸신이라도 들었는지 한계 없이 들어가는 게 한국인의 밥이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건 처음부터 많이 떠오면 정신 못 차리는 사이 어느새 사라져 버리곤 하는 게 문제였다. 밥공기를 줄여보자. 일본에서 사 온 작고 귀여운, 기존의 반정도되는 사이즈의 밥그릇에 처음엔 고봉밥을 채워 먹었지만 점점 줄여나갔다. 지금은 작은 밥그릇의 반공기 정도 먹어도 포만감이 오는 편이다. 그 대신 반찬을 많이 먹는 건 용이해주도록 한다.


2) 건더기는 yes, 국물은 no

국물은 그야말로 나트륨 폭탄이다. 한번 맛보게 되면 멈출 수 없는 맛의 유혹에서 벗어나려면 아예 입을 대지 않는 편이 좋겠지만 국물충으로서 그것까진 용납하기 어려웠다. 건더기에도 국물이 충분히 가득하다. 나 또한 국물에 밥을 말아먹는 것을 좋아했지만 국물음식엔 최대한 젓가락만을 사용해서 먹는 습관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 순간 국물을 먹지 않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3) 꼭꼭 오래 씹어 먹자 + 급격한 배고픔 방지를 위한 견과류 섭취

예전에 무제한 뷔페를 가면 최소 5 접시는 꽉꽉 채워먹던 사람이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같은 사람이 맞는지 새삼스럽다. 소화기관도 좋지 않은데 식욕은 왕성한 타입이라 예전에는 체하기도 많이 체했다. 한번 많이 먹는 사이클을 잡다 보면 사실 감당이 안되는 걸 알면서도 ‘이 정도는 먹어야지’라는 아집이 생긴다. ‘소식한다 ‘, ‘입이 짧다 ‘라는 말을 들으면 왠지 ‘맵찔이’, ‘알쓰’라는 말을 들은 것처럼 묘하게 기분이 상해 무식하게 더 욱여넣어 애꿎은 위만 고생시키곤 했다. 경험 상 20분 이상 식사를 하다 보면 양이 적든 많든 배가 부르다. 마치 소가 된 것처럼 되새김질해보자 라는 표현은 좀 더러우니 튼튼한 이를 사용해 자주 씹어보고 음미해 보자. 의외로 꼭꼭 오래 씹어먹으면 사람들이 많이 먹은 줄 착각해 관심도 덜 받을 수 있다.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은 폭식이다. 폭식에 이르는 급격한 배고픔을 느끼지 않게 늘 안전장치로 견과류 봉투를 들고 다니며 배고플 때마다 먹어준다. 견과류도 꼭꼭 씹어먹다 보면 소량으로도 포만감이 느껴진다. 소식하고 자존심도, 포만감도 챙기고 다이어트도 하고 일석 사조가 아닐 수 없다.


4) 배달음식, 패스트푸드는 되도록 점심에만

떡볶이, 치킨, 햄버거를 최소 주 1회는 먹어주던 패스트푸드 러버로서 이 음식들만은 포기할 수 없었다. 다만 최대한 저녁만은 피하자.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친구들과 맥주타임을 가지는 것은 내가 유일하게 가지는 치팅타임이지만 맥주는 최대한 2잔 이하로 줄인다. 술은 마시다 보면 주량이 늘고 마시지 않다 보면 저절로 줄어든다. 자존심을 조금만 내리면 오래 사귀어온 살과 작별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미련이 남는다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만, 덤으로 다음날 붓기도 줄일 수 있는 점.


5) 밥 먹고 바로 눕지 않는다

이 방법은 내가 가장 최근에 추가한 방법이자 가장 어려운 방법이었다. 특히 퇴근 후 집에 돌아와 몸이 노곤한 상태에서 눈앞에 아른거리는 침대를 두고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렇지만 밥 먹고 등을 바닥에 대는 일은 살이 붙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내가 쓰는 방법은 한 시간짜리 영상을 틀고 밥은 삼십 분 내에 먹고 삼십 분 동안은 어떻게든 앉아서 감상하되 끝나자마자 바로 누울 수 있는 행복을 안겨준다. 밥 먹고 앉아있는 삼십 분이 삼십 시간 같이 느껴지지만 내가 참은 인내의 시간만큼 누웠을 때 행복은 두 배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떤 걷기를 좋아하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