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친구들이 물에 던지는 경험이 있으리라.
특히 자진해서 물에 들어가는 편이 아니라면
반드시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친구들과 함께 갔던 풀빌라에서
남사친은 가차 없이 나를 수영장에 던졌다.
그때 그 공포는 그 당시 친구들은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
발이 땅에 닿지 않았고,
물에 들어가 본 적이 없던 나는
나도 모르게 허우적거리며 소리를 질러댔다.
나를 던지고 건져낸 친구는 머쓱해했고,
나는 민망함에 대성통곡했다.
자진해서 물에 들어갈 생각이 없었는데,
이제는 공포가 되었다.
"이리 와요"
수영 첫날 샤워실에서부터 수린이 티를 있는 대로 낸 뒤,
뻘쭘 뻘쭘 수영장으로 향했다.
그런 나를 알아보시고 샤워실에서부터 이것저것 알려주신 분이
나를 불렀다.
"아.. 네...
안녕하세요."
그렇게 초급반 회원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계속 동태를 살폈다.
난 여기서 뭘 할 수 있고,
뭘 해야 하고,
살아 돌아갈 수 있을까?!!
"킥판 잡으시고,
발차기하세요."
네?
발차기요?
선생님을 차란 소리는 아닐 거고,
전 물이 무서운데요?
라는 내적 비명은 뒤로한 채
한 명씩 먼저 가는 다른 회원분들을 보며
아, 저렇게 하면 되는 건가
따라갔다.
오? 이게 되네?
"자 이번에는 킥판 없이 한 번 가볼게요."
네?!
전 물이 무서운데요?
물에 안 뜨는데요?
는 개뿔 ㅋㅋㅋㅋㅋㅋ
앞에 가면 가는 거다.
혼자 뻘쭘, 못해요 징징 은 없다.
그냥 따라가는 거다 ㅋㅋㅋㅋㅋㅋ
멋모르는 초보자는 그냥 따라가는 거다.
그리고 확실히 알았다.
아, 나 물 공포증이 아니구나.
그냥 경험이 없었던 거구나.
물이 무서운 게 아니라,
물을 경험해 본 적이 없었던 거다.
어릴 적 물에 들어가는 경험을 해본 적이 없고,
물에 들어가도 된다고 생각하지 못했고,
물에 들어가도 될 만큼 무기력을 떨쳐내지 못했던 거였다.
두껍다고 여겼던 벽을 크게 망치로 내려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