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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연 May 07. 2023

저는 물이 무서워요

다들 친구들이 물에 던지는 경험이 있으리라. 

특히 자진해서 물에 들어가는 편이 아니라면 

반드시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친구들과 함께 갔던 풀빌라에서 

남사친은 가차 없이 나를 수영장에 던졌다.


그때 그 공포는 그 당시 친구들은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

발이 땅에 닿지 않았고, 

물에 들어가 본 적이 없던 나는

나도 모르게 허우적거리며 소리를 질러댔다.

나를 던지고 건져낸 친구는 머쓱해했고, 

나는 민망함에 대성통곡했다. 


자진해서 물에 들어갈 생각이 없었는데, 

이제는 공포가 되었다. 


"이리 와요"

수영 첫날 샤워실에서부터 수린이 티를 있는 대로 낸 뒤, 

뻘쭘 뻘쭘 수영장으로 향했다. 

그런 나를 알아보시고 샤워실에서부터 이것저것 알려주신 분이 

나를 불렀다. 

"아.. 네...

안녕하세요."


그렇게 초급반 회원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계속 동태를 살폈다. 

난 여기서 뭘 할 수 있고, 

뭘 해야 하고,

살아 돌아갈 수 있을까?!!


"킥판 잡으시고,

발차기하세요."

네?

발차기요?

선생님을 차란 소리는 아닐 거고,

전 물이 무서운데요?

라는 내적 비명은 뒤로한 채

한 명씩 먼저 가는 다른 회원분들을 보며 

아, 저렇게 하면 되는 건가

따라갔다.


오? 이게 되네?


"자 이번에는 킥판 없이 한 번 가볼게요."


네?!

전 물이 무서운데요?

물에 안 뜨는데요?

는 개뿔 ㅋㅋㅋㅋㅋㅋ

앞에 가면 가는 거다. 

혼자 뻘쭘, 못해요 징징 은 없다.

그냥 따라가는 거다 ㅋㅋㅋㅋㅋㅋ


멋모르는 초보자는 그냥 따라가는 거다. 


그리고 확실히 알았다.

아, 나 물 공포증이 아니구나.

그냥 경험이 없었던 거구나. 


물이 무서운 게 아니라, 

물을 경험해 본 적이 없었던 거다. 

어릴 적 물에 들어가는 경험을 해본 적이 없고, 

물에 들어가도 된다고 생각하지 못했고, 

물에 들어가도 될 만큼 무기력을 떨쳐내지 못했던 거였다. 


두껍다고 여겼던 벽을 크게 망치로 내려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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