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 에티켓을 알아보자.
살아생전 수영장이라는 곳을 처음 가보는 나는,
수영장이라는 새로운 세계의 에티켓에 대해 무지했다.
당연히 가본 적도 없고 한 번도 가볼 생각도 안 했으니 당연하기도 하다.
그래서 누군가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
곧이곧대로 그대로 믿고 그런 줄 알고 그대로 행하고 있다.
데스크에서도 등록할 때,
탈의실에서도,
샤워실에서도,
수영장으로 연결되는 문에도 쓰여 있는
수영장 가기 전 샤워 필수!
머리도 감고, 샤워도 하고 가야 하는 것이 예의.
왜냐하면 수영장 물은 1년 내도록 갈지 않기 때문이다.
새로운 물을 매번 채우는 것이 아닌
매일 여과기를 돌려서 정화하는 작업만 하기 때문.
아무리 정화를 한다 하더라도
결국 그 당시 같이 수영하는 사람의 몸에서 나오는 더러움은
같이 수영하는 사람들이 동시에 먹게 된다.
수영하면서 물을 한 번도 안 먹은 날이 없다.
그나마 강습받을 때는 뭐라 하는 어르신들도 있고,
다들 그리 하니 처음에는 머뭇하시다가도 다들 씻으시는데,
자유수영을 가면 안 그런 사람들이 참 많아서 놀라웠다.
물만 묻히고 들어간다.
신기하다.
이제 3월 차 수린이는 25미터를 가는 것도 힘들다.
벽 차고 출발해서 벽에 닿으면 감사한 수린이.
가끔 자유수영을 가서 중, 고급 레인에서 수영을 할 때가 있다.
그럴 때 보면 벽 중간에서 턴을 하시고 바로 지나가시는 분들을 보면
혼자 속으로 물개박수...
하지만 그 중간 자리가 턴 자리라서 비워둬야 한다는 걸
얼마 전에야 알았다.
왜 벽 중간에는 다른 타일일까 고민을 해본 적은 있지만,
턴 자리라는 걸 알리가......
강습할 때는 자기 반에 맞춰서 찾아가고,
강사님들이 알아서 조정을 해주셔서 괜찮은데,
자유수영 할 때가 문제다.
분명 초급 레인인데 자꾸 내 뒤를 바짝 쫓아와 불안에 떨게 만드는
고수분들이 있으시기도 하고,
중, 고급 레인이라 어느 정도 속도는 좀 내줘야 하는데
배영 연습하시느라 느릿느릿 가시는 분들도 있고,
킥판 붙들고 발차기 연습하시는 분들도 있다.
처음에 멋모를 때는
왜 평영, 접영을 초급레인에서 하시지?
라고 생각했다.
수린이는 그렇게 파악! 퍄악! 하며 물을 튀기며 하는 수영 영법이 가까이 올 때마다
너무 무섭기 때문이다!!!
물이 무서워요 ㅠㅠㅠㅠ
게다가 힘도 있으신 편이니
낙엽 같은 나는 하염없이 물길에 휩쓸려 떠다니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자유수영 시 중요한 건
영법의 종류가 아니라 바로 속도!
접영까지 다 배웠더라도,
지금 내가 연습하는 것이 평영이어도
속도를 내고 따라갈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초급 레인에서 연습하는 것이었다!
신기한 에티켓 중 하나다.
현재 수린이 3개월 차
자유형, 배영은 중, 고급 레인에서 잘 따라가고
(왜냐면 살려고 겁나 빨리 움직이기 때문...)
평영 발차기 바보인 나는
어린이 레인에서 킥판 붙들고 평영 발차기 연습하고 있다...
어린이들에게 치이면서......
수영하러 오셔서 친목모임을 하시는 경우가 많다.
물론 친한 사람들끼리 오셔서 같이 수영도 하고
좋은 시간도 보내고 하시면 좋다.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내가 벽에 붙어서 수다를 떨고 있는 와중에
다른 사람들은 수영을 하고 있다는 점!!
나 물속 스타트 연습하고 싶은데 왜 저기서....
지금 가시는 건가... 이야기를 더 하실 건가....
여기서 출발해도 되는 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들지 말자.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온수풀에서.
레인에서는 수영만!
제가 자유수영 갔다가 본 놀라운 광경들을 써보자면,
공놀이하는 분...
오리발 쓰지 말라는 데 하고 계신 분...
초, 중급 레인에서 지인, 가족 강습하고 계신 분...
공용 드라이기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시는 분...
자기 애 데리고 와서 본인은 높은 레인에서 수영하시고 애만 덜렁 아무 데나 두시고,
그 애는 레인을 넘나들며 장난치게 하는 분...
에티켓이란 서로 그 공간을 잘 쓰기 위한 약속임을.
나 또한 그런 적 없는지 잘 생각하며 반성하는 시간을 가지기를.
수영장에서도 함께 사는 방법을 배워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