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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니 Jan 03. 2021

7. 이혼 소송 중 일상을 유지하는 것의 중요성

대인관계, 일상생활, 육아 모두 중단 없이 계속하기

안녕하세요. 레니입니다.




말연시 휴가는 잘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그다지 여유로운 휴가는 아니었지만, 집에서 영화 보고 아이랑 놀면서 즐겁게 보냈습니다. 선물과 케이크, 간식거리들을 사고, 편의점에서 사 온 맥주에 배민에서 시킨 스테이크를 먹으니 다른 때보다는 부족하지만 그래도 법 연휴 느낌이 났습니다.




크리스마스에는 고전인 <나 홀로 집에>, <러브 액츄얼리> 외에도, 또 하나의 고전이 되어가는 듯한 <로맨틱 홀리데이>를 보았습니다.


화의 남주인공인 주드로는 아내와 사별하고 어린 두 딸을 혼자 키우는 싱글대디로 등장합니다.

왜 이런 가정사를 미리 얘기해 주지 않았냐고 묻는 여주인공 카메론 디아즈에게 그는 "나는 full-time daddy다" 라며, 매일 청바지에 초콜릿을 묻히고 산다고 대답합니다.



풀타임 대디라는 말이 참 와 닿았습니다(좀 더 의미를 정확히 담자면 Full-time single daddy가 좋겠지만요).


저 역시 full-time mommy입니다. 단순히 '워킹맘'이라는 단어만으로는 표현되지 않는, "모든 시간을 일육아에 쏟고 있다"라는 의미가 전달되는 용어가 딱히 없는데, 이 단어가 딱 적합한 것 같습니다. 주중에는 일하고, 주말에는 육아를 하는 것을 기본으로 - 여러 가지 가정을 굴리기 위한 부수적인 노동들을 상시적으로 병행하는 것이 풀타임 마미입니다.




긴 이혼소송 기간 중에도 일상은 지속됩니다. 큰 곤경을 겪고 있으니 어디 처박혀 지내고도 싶은데, 불가능한 일입니다. 학생 때는 이별을 하면 집에 틀어박히거나, 친구를 만나 매일 술을 마시거나 모두 마음대로였습니다. 한동안 일상을 유보하고 마음껏 감정에만 빠져 살아도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진정한 성인이 되어 겪는 일인 이혼은 다릅니다.  역할을 해내지 않으면 돈이 들어오지 않거나, 아이가 타격을 받습니다. 부과된 의무입니다.




그러나 의무 때문에만 일상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일상을 잘 유지하는 것은, 마라톤을 뛰기 위해서는 호흡을 유지해야 하는 것처럼 긴 이혼소송을 버티기 위해 필수적인 일입니다. 안 그래도 소송으로 인한 기본적인 부담이 있는 상태에서, 일상 영역들이 꼬이며 추가적인 스트레스를 유발하기 시작하면 절대로 감당이 되지 않습니다. 직장에서 '나 요즘 힘든 일 있어' 모드로 티를 팍팍 내며 태업을 해도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욕만 먹습니다. 수시로 술에 취해 울부짖으면 체력이 나빠져 육아가 더욱 힘들어지고, 안 그래도 속상하실 부모님께 걱정만 잔뜩 끼치게 되며, 이런 것들 스스로에게 스트레스로 돌아옵니다. 이혼만으로도 힘든데, 나 자신이 감정에 취해 여기저기 벌려 놓은 상황까지 수습하느라 더 피곤해집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완벽하게 잘 해낼 수는 없습니다. 제 생각에, 이 정도로 목표치를 잡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1. 직장일 : '펑크만 내지 않는 정도'로 유지하기



회사을 완전히 손 놓고 욕을 먹으며 다니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안 좋은 소리를 들으면 이미 피로한 멘탈에 크게 타격이 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업무에 매진함으로써 스트레스를 극복한다' 타입이라면, 무리하지 않도록 주의하 업무에 몰입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런 타입은 아닙니다. 솔직히, 어떤 날들은 일이 도저히 손에 잡히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힘들 때는 남들 눈에 크게 띄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태업하되, 전반적으로는 '욕먹지 않을 정도', '펑크 내지 않을 정도'만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멋진 커리어를 위해 열심히 뛰는 것이 좋겠지만, 힘든 스스로의 마음을 고려하여 일시적으로 목표치를 애초에 하향 조정함으로써 괜히 자책하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참고로, 회사 사람들에게 '이혼 진행 중'인 사실을 알리느냐 마냐는 전적으로 본인의 선택에 달린 문제입니다. 사적으로 친한 지인이나 상사에게 마음의 의지를 위해 이야기하는 것은 나쁠 것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이혼 진행 중임을 이야기함으로써 어떤 '배려'를 받고자 하는 마음이 스스로에게 있다면, 차라리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에서 사람들은 서로에 대해 험담도 하고 가십거리를 나누기도 하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는 공과 사는 구분하는 분위기입니다. '나의 힘든 사정을 말하면 조금 배려해 주지 않을까'라는 마음이 있다면, 그런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에 누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 없이 개인적인 필요로 대화를 나누는 것은 각자의 선택일 것입니다.)

 





2. 육아 : '웃는 모습' + '자책하지 않기'를 양대 목표로 삼기



이혼 소송 중에도 아이는 무럭무럭 큽니다. 이혼 소송이 1년, 아니면 2년 걸린다고 치면, 그 사이에 아이 키는 10cm가 자랄 수도 있습니다. 마음과 인식의 키는 더욱 빨리 성장합니다. 이혼이 정말 큰 일인 것은 맞지만, 소송 때문에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아이를 뒷전으로 여긴다면 그것은 정말로 우선순위를 거꾸로 하는 일 것 같습니다.

 



이혼 진행 중 겪게 되는 큰 난관 중 하나가, 본인의 정신적 및 체력적 에너지는 줄어드는 반면 육아의 난이도는 이혼으로 인해 더 높아진다는 사실입니다. 아이가 어느 정도 컸을 경우, 부모의 이혼 진행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아이의 반응에 어떻게 잘 대응해야 할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게 됩니다. 아이가 아주 어린 경우라 해도, 앞으로 벌어질 수많은 상황들을 상상하며 고민거리가 많아집니다. 원래 어려운 육아가, 한층 더 어려워집니다.



육아에서도 저는 기대치를 너무 높게 잡지 않되 중심을 잘 잡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니다. 힘든 이혼소송 시기에 스스로에 대한 기준치를 너무 높게 잡으면 괴롭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두 가지 목표, "웃는 모습" 및 "자책하지 않기"를 정해놓고 있습니다.

  


"웃는 모습"이란 앞선 글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저의 스트레스를 아이에게 전가하지 않는 것입니다. 부모의 이혼 상황에서 아이는 양육친에게 크게 의존하게 됩니다.

아무리 컸어도 아이는 아이이기 때문에, 아이 눈에 보이는 부모의 관점대로 상황을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혹은 아빠)가 침착하고 태연한 모습을 보이면, 아이는 상황이 어떻건 안정될 수 있을 것입니다. 반대로, 엄마가 신경질을 내고 충격받은 모습을 보이면 아이는 실제로 상황이 아주 나쁜 줄 알고 공포심을 느낄 것입니다.

아이에게 흘러가는 모든 정보를 차단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과정이 수월하지는 않겠지만 설명해야 할 것입니다. 다만 감정 전가를 하는 것은 부모 된 입장으로서, 또한 한 어른으로 하지 말자는 목표를 가지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웃는 모습"이 아이를 위한 목표라면, "자책하지 않기"는 를 위한 목표입니다.



저는 종종 '부족한 엄마'라는 자책 해 왔습니다. 이혼 자체에 대해서도 미안했지만(이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의 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의 삶 자체에 대해서도 미안함이 많았습니다. 직장 다니는 엄마라서 전업주부 엄마만큼 옆에 있으며 챙겨주지 못하는 것도 미안하고, 똑같이 일하는 엄마라도 좀 더 여유롭고 세심한 엄마들은 온갖 정보들을 알고 온갖 물질과 경험을 퍼붓는 것만 같은데 저는 그 정도를 하지 못하는 것 같아 미안했습니다.

"금수저 엄마"가 아닌 것도 미안했습니다. 이혼으로 인해 맞벌이에서 준 외벌이(양육비가 있긴 할 테니까요) 가정으로 바뀌는 셈인데, 부모의 월 소득을 반토막 내는 것이 너무 미안했습니다. 아이를 잘 부양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지 - 이 생각을 거짓 없이 정말 천 번은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계속 말씀드렸듯이, '안 그래도 힘든 상황'에서 자책까지 심하게 하면 심신에 좋지 않습니다. 이 상황을 타개해 나갈 유일한 노동력인 자기 자신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괜한 생각으로 스스로를 괴롭히기보다는, 현재 아이에게 기준을 두고, '내가 어떻게 해 줄 때 아이가 행복해하는가'를 생각하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아직 아이가 엄마가 마냥 좋은 나이인지라, 함께 놀아주기만 하면 아이는 항상 기분이 좋습니다. 장난감, 책, 옷 전부 다 좋아하지만 잠시일 뿐이고, 아이가 질려하지 않는 대상은 오직 저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저는 아이와 충분히 함께하고 있는지를 돌아봤습니다. 일을 하다 보니 주중에 내내 함께 있지는 못하지만, 주말 및 가능한 모든 휴가는 모두 아이에게 할애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었습니다. 아이에게 반드시 필요한 돌봄 역할을 방기 하는 이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저의 자책의 실상은, 어떤 이상적인 부모의 이데아를 설정하고, 그것과 제 자신 사이의 갭을 바라보며 자꾸 저를 채찍질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아이의 관점을 취해 보면, 저는 최선을 다하는 부모였습니다.

  

이혼 소송 중 육아의 목표선은 딱 이 지점에서 그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감정 전가하지 않기, 그리고 자책하며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기입니다. 부모로서의 본인을 믿고, 흔들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3. 대인관계 : 소수 정예로 운영하기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혼과 같은 중요하면서도 힘든 일을 겪다 보면 대인관계에 있어서 외부 방향과 내부  방향의 압력이 동시에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외부 방향으로는, 제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은 욕구가 커집니다. 힘든 일을 겪을 때에 소통하며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 같습니다. 누구에게라도 이 힘든 심정을 하소연하고 싶습니다. 지나치게 내밀한 이야기인지라 꺼려지는 마음도 있지만, 소통 욕구가 강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내부 방향으로는, 대화가 두려워져서 이 모든 일이 끝날 때까지 스스로를 고립시켜야겠다는 경계심이 커집니다. 이 주제는 상당히 중요한 주제인지라 별도의 글에서 상세히 설명드리겠지만, 사람들은 타인의 불행에 대해 자신의 처지와 비교하며 위로받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본인이 심적으로든 상황적으로든 힘든 상황에 놓여 있는 사람의 경우엔 이런 경향이 더욱 강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혼 이야기를 주변에 털어놓는 과정에서, 가까운 몇몇이 나의 불행을 통해 어떤 효용을 얻는 것처럼 보이는 경험을 하게 되실 수 있습니다. 이런 일들이 일으키는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해 대인관계를 차단하려는 욕구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욕구를 잘 조화시키기 위해서, 이혼소송 기간 중에는 소수 정예의 인간관계를 운영하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평소에 하던 사회생활은 그대로 하되, 사생활까지 소통하는 친구의 영역은 최소화하는 것이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이혼에는, 친구가 필요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친구의 지지가 필요합니다. 가족의 지지도 필요하지만 그만큼 친구의 지지도 큰 역할을 합니다. 친구가 꼭 결혼이나 이혼 경험이 있을 필요는 없고, 그저 "네 선택을 믿어"라는 입장으로 곁에 있어 주는 것이 약해지는 마음에는 힘이 됩니다. 이혼 과정을 통해 가장 믿을만한 소수의 친구를 곁에 남긴다는 생각으로 버티면 됩니다.



이혼소송과 대인관계는 언뜻 전혀 별개의 문제로 보이지만, 실제로 겪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이혼 소송은 한 사람의 바닥을 보는 경험입니다. 그런 경험을 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강해집니다. 언제든 혼자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고, 혼자될 때를 대비해야 한다는 방어 의식이 강해집니다. 내전 상황의 인간처럼 초조해지고 비장해지는 것입니다. 저도 그런 감정을 겪었고, 겪고 있습니다.



다만 전쟁터에서도 살아남으려면 전우는 필요하듯이, 서로 위해줄 수 있는 소수의 사람과는 함께하는 방향으로 한다면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평소 사적 인간관계의 1/3 쯤으로 축소한다면 적절한 것 같습니다.







오늘 일상을 잘 유지하기 위한 직장, 육아, 대인관계 크게 세 가지 영역에서의 저의 경험과 생각을 말씀드렸습니다. 앞으로도 당분간 힘든 시기는 이어지겠지만, 이 정도 수준에서 지나친 무리를 하지 않고 제 삶을 잘 유지해나가려고 합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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