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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코치 Apr 27. 2021

숫자 활용 스토리텔링 글쓰기 연습

글쓰기 워크샵 활용편

몇 년 전 글쓰기 워크샵 과정에 참여했다. 동일한 목적(내 책을 갖는)을 가진 의욕 넘치는 기수분들과 미션을 수행하면서 많은 동기부여를 갖는 시간이었다. (아쉽게도 게으름을 바쁘다는 핑계로 포장해 중도 탈락)


오랜만에 당시 글쓰기 카페에 들어가 일차별 글쓰기(1일차 1문장, 2일차 2문장, 3일차 3문장 등...) 미션 흔적이 있어 찾아보니 예전에 내가 썼던 글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지금 다시보니 졸필이지만 기록 차원에서 수정없이 그대로 올려본다.


1. 숫자 나열 글쓰기

매일 일차별로 글을 쓰다보니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었나보다. 숫자를 가지고 이렇게 저렇게 글을 써봤다. 다시 읽어보니 억지스러운 부분이 적잖다. ㅎㅎ


1은 최고라는 의미도 있지만, 단지 첫번째 순서에 불과하기도 하다.

2는 첫번째 짝수로 의미가 있으나, 서열로 줄세우면 1에 뒤지는, 항상 2인자라는 불명예를 안는다.

3은 완전한 균형을 이루는 수. 패배의식에 젖은 2등보다 행복한 3등이 낫다.

4는 한국에선 한자 영향으로 그리 인정받지 못하며, 지금도 오래된 건물 엘리베이터엔 이 숫자가 없다.

5는 독수리 오형제만 떠오른다. ㅠㅜ

6은 9랑 생김새가 비슷한 숫자로, 처음 숫자가 만들어질 때 9와 관계가 항상 궁금했다.

7은 행운의 숫자로 아이가 가장 좋아하며, 축구선수 호날두 등번호다.

8은 글씨 쓸 때 가장 다이내믹한 움직임을 준다.

9는 위에서 언급한 6과 동일하다.

10은 뭔가 가득찬 느낌이며, 어린시절 10이 제일 큰 숫자인 줄 알았다.

11은 언제나 그렇듯 젓가락에 비유되며, '일땡'이기도 하다.

12는 크리스챤이라면 바로 떠오르는 12제자가 연상된다.

13은 서양문화 영향으로 저주받은, 부정적이란 느낌이 강하며, 마치 우리가 4를 피하는 것과 같다.


2. 숫자 활용 스토리텔링1

아마도 이게 본격적인 시작인 듯. 말을 이어가는 재미가 나름 쏠쏠했던 기억이...


"일동 차렷! 근무 중 이상 무!"

이등병 황상현은 잔뜩 쫄아 있다.

"3교대로 경계 근무 철저히 하도록!" 중대장님이 지나가셨다.

4월이 훌쩍 지났는데도 전방은 여전히 춥다.

오뉴월은 되어야 따뜻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육군은 그래도 계절 지나는 걸 보기라도 하지 배타는 해군은 언감생심이란다.

칠칠맞게 해군 지원 날짜를 놓친게 그나마 신의 한수였구나.

팔월이나 되야지 제대로 된 정기 휴가를 갈 수 있다는데 한숨 먼저 나온다.

구석진 내무반 끝자리에서 애꿎은 달력에 화풀이를 한다.

십년지기 친구 성욱이가 문득 떠오른다.

11사단 후방으로 갔다고 들었는데 따뜻해서 좋겠구나!

12명이 같이 사용하는 내무반은 이병 막내에겐 아주 고역이다.

13시까지 점심을 마치고 돌아오면 고참들은 눈치껏 낮잠도 자는데…ㅠㅜ

십사(十使,, 불교용어로 마음이 심란하다는 뜻)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15시 30분, 근무 교대는 아직도 멀었다.


3. 숫자 활용 스토리텔링2

본격적인 숫자 나열 스토리텔링 글쓰기 연습. 그때까지 그냥 장난으로 시작해 본 스토리텔링 글쓰기가 기수 회원분들의 댓글 호응이 좋아 5회(16일차~20일차) 연속 시도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하지만, 심한 감기로 인한 체력저하로 5회에서 강제 마무리했던 기억도...ㅠㅜ 당시 스토리 개연성을 위해 다빈치 코드도 찾아보고, 인터넷 서칭으로 해당 지역, 전문 용어 등 각종 자료를 찾아봤던 경험들이 향후 '코칭으로 다시 쓰는 이솝우화' 를 쓸 수 있는 발판이 된 듯 싶다.(다시 정신차리고 연재하자. ㅠㅜ)


1) 16일차 샤르댕 교수의 모험

일루미나티, 프리메이슨과 함께 비밀에 감춰진 조직.

이교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세계를 쥐락펴락 한다는 어둠의 단체이다.

삼층에 위치한 파리국립도서관 고대 문서 열람실에 불이 꺼지지 않는다.

사명감 아닌 사명감으로 이 조직을 파헤치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

오년이란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사계절도 잊은 지 오래다.

육체의 고통보다 정신적인 피폐감이 가장 견디기 어려웠다.

칠십인역(LXX: Septuagint, 셉투아긴트) 성경으로 알려진 이 문서에서 일루미나티의 실마리를 조금씩 찾고 있다.

팔레스타인 지역 어딘가에 초기 일루미나티 조직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을 것이라 이 문서를 통해 추정해 본다.

구식이지만 추적이 불가능한 노트북을 켜서 구글맵으로 위치를 확인했다.

십년 남짓 쌓인 구글맵 데이타로는 아직 한계가 많은 듯 정보가 불충분하다.

11시간에 걸친 비행으로 피곤하지만, 팔레스타인에 드디어 도착했다.

12사도의 행적을 쫓다보면 팔레스타인 어디선가 일루미나티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으리라!

13일의 금요일은 팔레스타인 이 곳이 원조로, ’13’은 배신, 이단의 위치를 나타내는 숫자를 의미한다.

14세기 무렵 프랑스 왕의 대대적 반격으로 영국으로 쫓겨나기 직전, 그들은 팔레스타인 어딘가에 고대 문서를 다시 숨겼다는 설이 존재한다.

1520년 루터의 그 유명한 95개조 반박문 외에도 숨겨진 밀서가 존재한다는데, 그 밀서 안에는 바로 일루미나티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16일째, 팔레스타인 어느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데 갑자기 시야가 흐려지고, 땅이 솟구친다…….


2) 17일차 샤르댕 교수의 모험

“일어난거 다 압니다. 샤르댕 교수님.”

이마가 욱씬거려 손을 올리려 했더니 손이 뒤로 묶인채 의자에 앉아 있었다.

삼림 속인지 나무 냄새와 새소리가 들리는데 눈이 가려져 확인할 수가 없다.

사태를 짐작해보건대 무언가를 마시고, 쓰러져 납치된 듯 하다.

오감을 최대한 집중해 이 곳이 어디인지 파악하는 중이다.

“6년 전부터 교수님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칠흙같은 어둠을 뚫고 영국식 억양의 영어를 구사하는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팔자에도 없던 팔레스타인에서 납치까지 당하다니……

“구해주러 올 사람도 없으시죠? 샤르댕 교수님.”

십보 앞 정도로 추정되는 거리에서 그 여자가 말했다.

11자로 묶여있는 손을 꼼지락 거리며 그래도 살아나갈 수 있는 방법을 계속 모색하고 있다.

“12시쯤 됐나요? 아가씨, 배가 무지 고프네요.”

13일의 금요일은 역시 저주받은 날이 맞나 보다. 젠장!

“14번째 일루미나티 제물로 샤르댕 교수님이 선택 되셨습니다.”

1520년 그 루터의 밀서에 일루미나티 제물 관련 기록이 남아있다고 들었었는데 그게 내가 될 줄이야!

16살 여름, 퀴퀴한 냄새로 가득했던 동네 헌책방에서 읽었던 책 한권이 문득 떠올랐다.

17세기에 일어났던 ‘세일럼마녀재판’ 얘기로, 끔찍하게 사람을 처형시키는 내용이다.


3) 18일차 샤르댕 교수의 모험

“일단, 대화 좀 합시다.”

이빨이 덜덜거리는 걸 꾹 참아내며 여자에게 말했다.

“삼일 전 새벽에 호텔 방문을 건드린 것도 당신네요?”

사르댕 교수는 지난 새벽에 누군가 방문을 만지는 소리에 깨어 일어난 적이 있었다.

“오늘이 내 마지막이라면 하늘이라도 볼 수 있게 이 안대 좀 풀어주세요.”

육감적으로 상대방 여자가 조금은 동요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칠전팔기 정신으로 살기 위해선 무엇이든 시도해봐야 한다.

“팔레스타인으로 오기 전 나에게 문제가 생기면 일루미나티 연구 자료를 지인에게 전달되게 해놨습니다.” 교수는 협상 카드를 던져봤다.

“구글맵으로 팔레스타인 지역을 찾아보셨더군요? 지메일을 쓰시던데요?” 여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비웃듯 말했다.

십중팔구 그간 조심한다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감시를 받고 있었던게다.

“11일까지 돌아가지 않으면 자료가 그 친구에게 넘어갈 겁니다.”

12살 소녀처럼 그 여자는 갑자기 깔깔 거리며 웃었다.

“13번에 걸쳐 특정한 한 사람과 메일을 계속 주고 받으셨던데요?”

“14번이던가?” 여자는 내 말에 동요도 없이 모든 걸 안다는 듯 말했다.

“15시 30분 비행기로 당신이 말한 그 지인이 이 곳 팔레스타인에 도착할겁니다.”

16살에 읽었던 그 ‘세일럼마녀재판’은 종종 꿈 속에 나타나 날 괴롭혔었다.

17년이 지난 오늘 그 악몽이 실현되는 건가?

‘1845.’, 마지막 협상의 카드가 사라지려는 순간 그 친구가 마지막으로 일러준 숫자 4개가 갑자기 떠올랐다.


4) 19일차 샤르댕 교수의 모험

일련의 사건들이 이제야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이층집 천장 위에서 언제부턴가 들렸던, 자글자글하던 미세 소음도..

삼거리 벤치 앞에서 자주 눈이 마주쳤던 그 흙갈색 버버리코트 남자도…

사를 드골 공항에서 유난히 친절했던 8번 게이트 여직원도 모두 의심스럽다.

“오 마이 갓!” 여자가 전화를 받자마자 갑자기 외마디 비명을 지른다.

“6번 게이트에서 만나기로 했다면서 도대체 어디로 간거에요?”

“칠칠맞게 일처리를 항상 그렇게 하니 내가 믿을 수가 있겠어요?”

팔짝팔짝 뛰면서 화를 내는 걸 보니 아마도 내 친구를 놓쳤나 보다.

‘구르트(독일어로 허리띠, 탄띠)’란 별명으로 통하는 내 친구는 GSG-9(독일 제9특수단) 출신으로, 평상시에도 군용 허리띠를 차고 다녀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곤 했다.

10년간 독일에서 대테러 진압 작전을 수행하다 작년 여름에 제대하고, 프랑스 외인 부대에서 근무하고 있다.

11월에 발생했던 파리 연쇄 테러 사건에 일루미나티과 연관이 있다는 첩보를 받고 수사를 하고 있던 참이었다.

12시간이 지났는지 내 애플워치가 진동으로 알려준다.

“13번 회원님께 연락해서, 혹시 모르니 장비를 챙기라고 일러주세요.”

일사천리로 일을 처리하는 걸 보니, 한두번 해본 솜씨가 아닌 듯 하다.

“15년 정도 된 것 같네요.” 안대를 풀어주며 그녀가 말했다.

160센티 정도 되려나, 그녀는 생각보다 아담했지만, 눈빛은 강렬했다.

“17살부터 일루미나티 회원으로 활동했죠.” 갑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게 영 개운치 않다.

180도 달라진 그녀의 태도에도 사르댕 교수는 경계심을 풀지 않았다.

“1988년 팔레스타인이 독립을 선언할 때 일루미나티가 깊게 개입했다는 사실을 교수님도 연구를 하셨으니 이미 알고 계시겠죠?”


5) 20일차 샤르댕 교수의 모험

일제히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이제 바로 그 때가 되었나 보다.

삼손은 처형당하는 순간 남아있는 힘을 쏟아부어 현장을 초토화시키고 같이 죽었다고 성경에 나온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나 역시 그런 각오로 준비하고 있다.

오들오들 떨리지만 애써 담담한 척 자존심을 지키려 노력하는 중이다.

6년의 연구 결과가 허사가 된 게 허탈하고, 더더욱 구르트를 위험에 빠트려 미안하다.

“7번 회원 연락이 안됩니다.” 노크도 없이 방에 뛰어 들어온 건장한 청년 하나가 여자에게 보고했다.

“8명 정도 건물 외부를 지키게 하고, 나머지 모두는 현장으로 집결하세요.” 여자가 말했다.

구르트가 뭔가를 계획하고 있다는 생각에 포기하려는 마음을 다잡았다.

십 분만에 다시 안대로 눈을 가린채 ‘거사’가 치뤄질 현장으로 이동했다.

11자로 뒤로 묶여진 팔은 오랜 노력 끝에 여차하면 풀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느슨해졌다.

“12사도들이 들어옵니다.” 웅성거림과 환호성 소리가 뒤섞여 있다.안대를 풀어주니, 거대한 바알 동상 아래 스타워즈 제다이마냥 망토를 머리까지 눌러쓴 12명의 사람들이 사르댕 박사를 둘러싸고 있었다.

‘13일의 금요일은 역시…’라고 중얼거리려는 차에 깜짝 놀랐다.

14시 방향에 서 있는 이 키 큰 사내가 어딘가 익숙하다.

1545형 독일형 군용 허리띠가 망토 사이로 엿보이더니, 갑자기 총을 꺼낸다.

16연발 개조형 섬광탄을 갑자기 쏘아대니 현장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됐고, 이 틈을 타서 사르뎅 교수는 손을 풀고 단상 아래로 몸을 던졌다.

17번 회원이라 불리며 날 이 곳까지 데려왔던 한 사내가 혼란 속에 나에게 다가왔다.

“1845, 날 따라오세요.” 1845… 이유를 막론하고 일단 그 사내를 쫒아 자리를 피했다.

일구이언( 一口二言), 17번 회원이 날 구출하면서 계속 일루미나티를 파헤쳐달라는 요청에 예스라고 강하게 말했다.

2016년 5월 6일 한국 수도권에 있는 모처. 이젠 목숨을 걸고 일루미나티를 끝까지 추적하고자 한다. 여전히 내 친구 구르트의 행방과 ’1845’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밝혀내지 못했다.

- 끝 -




글 쓰는 행위에 대한 즐거움을 다시 찾으려 노력 중이다. 부디 이 즐거움이 이번엔 좀 더 길게 지속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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