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욕이 만든 스타트업의 몰락
"팀장님, 또 물가 파괴입니까?"
어느 여름날 아침, 연못 증권사 리테일팀 뒤편에서 들려온 김과장의 목소리에 개구리 팀장은 고개를 들었다. 매일 아침 주식 시장 개장 전,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빌딩 고층에서 팀원들과 모닝 미팅을 하던 그의 일상적인 모습이었다.
"늘 하는 일이잖아. 우린 이렇게 VIP 고객들 돈 굴리는 게 일이야."
말끝과 함께 개구리 팀장은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그의 일상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날 오후, 한 VIP 고객의 폭언이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이런 개XX, 수수료나 챙기는 거머리 같은 XX들!"
억대 손실을 본 고객의 분노였다. 그 순간 개구리 팀장의 뇌리에 번쩍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왜 우리는 이런 시스템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지?'
그날 밤, 맥주캔을 든 채 한강변을 홀로 걸으며 개구리 팀장은 생각했다. 저 멀리 보이는 큰 증권사 건물들이 마치 거대한 공룡 같았다.
'저들처럼 거대해질 순 없을까?'
다음 날, 그는 사표를 냈다.
6개월 후, '개구리핀테크'라는 이름의 스타트업이 탄생했다. 그의 비전은 단순했다.
"기존 금융의 모든 수수료를 제로로 만들겠습니다!"
주변에선 미친 소리라며 비웃었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혁신적인 플랫폼으로 시장을 흔들었고,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성공의 맛에 취한 개구리 CEO의 욕심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갔다. 블록체인을 넘어 메타버스 금융으로, P2P 대출을 넘어 가상자산 거래소까지... 숨 가쁘게 사업을 확장했다.
"대표님, 무리하시는 거 아닙니까? 리스크 관리가 전혀 안 되고 있습니다."
CFO의 만류에도 그는 귀를 막았다.
"지금은 성장이 전부야. 리스크는 나중에 관리하면 돼."
어느 날 밤, 해킹 사고가 터졌다. 고객 자산 5천억이 증발했다는 충격적인 소식. 주요 임원들은 한밤중에 잠적했고, 직원들은 대부분 퇴사했다.
검찰 조사실에서 나오는 길, 그는 문득 옛 동료 김과장과 마주쳤다.
"팀장님... 아니, 이제 뭐라고 불러야 할지..."
"그냥 개구리라고 해. 난 결국 개구리였으니까."
5년 후, 서울 을지로의 한 오피스. '개구리 크레딧 유니온'이라는 작은 간판 아래서 그는 여전히 금융 민주화의 꿈을 꾸고 있다. 이번에는 조금 더 천천히, 하지만 더 단단하게.
"대표님, 올해도 흑자 달성했습니다!"
"음, 좋아.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우리 고객들의 신뢰지."
창밖으로 한강이 보였다. 이제는 거대 증권사 건물들이 그리 위압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의 마음속에는 이미 진정한 성공의 기준이 자리 잡고 있었으니까.
현대 기업 생태계에서 '성장'이라는 단어는 마치 마법의 주문처럼 되어버렸다. 하지만 과연 성장이 기업의 절대적 가치가 되어야 할까? 이 질문을 깊이 파고들어보자.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의 리타 맥그래스 교수는 그의 저서 'The End of Competitive Advantage'에서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히 '크기'를 추구하는 전략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잠시 생각해보자. 우리는 왜 그토록 맹목적인 성장에 집착하는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는 "혁신기업의 딜레마"에서 중요한 통찰을 제시한다. 성공한 기업들이 오히려 과도한 자신감으로 인해 실패하는 현상, 이른바 '성공의 함정'에 빠진다는 것이다. 우리 스토리의 개구리 CEO도 바로 이 함정에 빠졌다.
더 깊이 들어가보자. MIT 슬론 경영대학원의 피터 센게는 "제5경영"에서 '시스템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진정한 성장은 단순한 외형적 확장이 아닌, 조직의 모든 구성요소가 균형있게 발전할 때 가능하다. 개구리 CEO의 실패는 바로 이 균형을 놓친 데서 시작되었다.
여기서 우리는 세 가지 중요한 교훈을 도출할 수 있다:
첫째, '적정 규모'의 중요성이다. 영국의 경제학자 E.F. 슈마허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서 "적정 규모야말로 효율성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모든 조직에는 그들만의 최적 규모가 있다는 것이다.
둘째, '속도 조절'의 필요성이다. 실리콘밸리의 저명한 벤처캐피탈리스트 벤 호로위츠는 "성장통을 겪지 않은 기업은 없다"고 말한다. 문제는 이 성장통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셋째, '본질'에 대한 집중이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는 "Day 1" 철학을 통해 끊임없이 기업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함을 강조한다. 개구리 CEO가 마지막에 깨달은 것도 바로 이 '본질'이었다.
스탠포드 대학의 제프리 파이퍼 교수는 "급성장하는 조직의 가장 큰 위험은 그들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것"이라고 경고한다. 우리는 여기서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당신의 조직은 지금 무엇을 위해 성장하고 있는가?
결국 성공적인 조직의 핵심은 '균형'에 있다. 외형적 성장과 내실의 균형, 속도와 안정성의 균형, 그리고 무엇보다 욕심과 현실의 균형. 개구리 CEO의 이야기는 바로 이 균형의 중요성을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진정한 성공은 성장의 속도가 아닌 성장의 방향에 있다."
- 짐 콜린스 (경영학자, 'Good to Great'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