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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낙타의 마지막 걸음

주인의 욕심이 부른 비극

by 황코치
0_0.jpg 낙타의 마지막 걸음

평화로운 아라비아 사막에서 해가 떴다. 사막의 황금빛이 저 멀리 지평선까지 펼쳐졌다. 무역단의 수장인 아브라힘은 성공적인 무역을 위해 낙타들에게 짐을 한 가득 싣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황금색 낙타는 무역단에서 20년을 함께한 '모하마드'였다. 젊었을 땐 다른 낙타들의 두 배는 되는 짐을 거뜬히 날랐지만, 이제는 나이가 들어 관절이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주인은 여전히 그에게 가장 무거운 짐을 실었다.


"주인님, 제가 모하마드의 짐을 나눠 실어도 될까요?" 젊은 낙타치기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안돼! 모하마드는 우리 무역단의 자랑이야. 저 녀석이 아니면 이 무거운 비단과 향신료를 한 번에 나를 수 없어."


낙타치기는 모하마드의 고통스러운 눈빛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막의 뜨거운 태양 아래, 모하마드는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었다. 무역단의 다른 낙타들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모하마드의 다리는 후들거렸고, 관절은 갈수록 쑤셔왔다.


"형님, 제가 짐을 좀 나눠 실을까요?" 옆에서 걷던 어린 낙타가 속삭였다.


"고맙다. 하지만 이건 내 몫이야. 난 20년 동안 이 무역단의 자존심이었으니까."


해가 중천에 떴을 때, 모하마드의 다리가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주인은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 아니, 알아채려 하지 않았다.


그때였다. 갑자기 모래바람이 불어닥쳤다. 시야가 흐려지는 순간, 모하마드의 다리가 꺾였다. 무거운 짐더미와 함께 모하마드는 모래 위로 쓰러졌다. 값비싼 비단이 모래 위로 흩어졌다.


"이런 망할 낙타야! 어서 일어나!" 아브라힘이 채찍을 들었다.


하지만 모하마드는 더 이상 일어설 수 없었다. 20년간 충성을 다한 그의 마지막 걸음이었다. 낙타치기가 눈물을 흘리며 모하마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제 쉬세요, 모하마드. 당신은 충분히 해냈습니다."


아브라힘은 자신의 욕심이 부른 결과를 뒤늦게 깨달았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모래바람이 멎자 사막은 다시 고요해졌다. 멀리서 들려오는 낙타들의 울음소리만이 슬픈 진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 후로 아라비아의 무역상들 사이에서는 이런 격언이 전해져 내려왔다.

"낙타의 혹은 물을 저장하고, 주인의 마음은 욕심을 비워야 한다."




이 이야기는 세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합니다:


첫째, 리더의 욕심이 부르는 조직의 비극입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연구에 따르면, 과도한 업무 압박은 조직 생산성을 35% 감소시키며, 핵심 인재의 이탈률을 2배 높인다고 합니다.


둘째, 경험과 충성심의 가치를 간과하는 위험성입니다. 피터 드러커는 "경험 있는 직원은 조직의 살아있는 자산"이라 했습니다. 모하마드처럼 오랜 기간 충성을 다한 구성원의 가치를 무시하는 것은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해칩니다.


셋째, 적절한 업무 분배의 중요성입니다. MIT 슬로안 경영대학원의 연구는 "균형 잡힌 업무 분배가 이뤄지는 조직이 그렇지 않은 조직보다 25% 높은 성과를 달성한다"고 밝혔습니다.


현대 조직에서는 '지속가능한 성과 관리'가 핵심입니다. 단기 성과에 집착해 구성원을 혹사시키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상황과 조건을 고려한 합리적인 업무 분배가 필요합니다. 결국 조직의 진정한 경쟁력은 구성원들의 지속가능한 성장에서 나옵니다.


"조직의 지속가능성은 구성원에 대한 배려에서 시작된다"
- 피터 센게(MIT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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