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을 내려놓다
오늘은 발레는 배우는 내내 나를 괴롭히고 결국은 극복하지 못한 고관절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지난 시간 나는 비교적 유연한 편(?)에 속하는 몸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고관절만 빼고는…."
나는 몸에 관해 전문가가 아니다. 우리 몸의 근육과 뼈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고, 연결되어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
스트레칭을 하면서 어떤 부분, 예를 들면 사이드 스트레칭이나 앞뒤 스트레칭의 경우 처음에 아프긴 하지만 꾸준히 늘려주면서 향상되었지만 바로 이 고관절 스트레칭만은 차원이 달랐다.
다른 곳도 물론 아프다.
하지만 보통은 참을만한 수준이거나, 아주 고통스럽더라도 끊어지거나 부러지지는 않겠다 정도를 느끼곤 하는데 이 망할 골반은 평균과 비교해서도 과하게 닫혀 있으면서도 꿈쩍도 하지 않는 것이다.
심지어 다른 분들도 나에게 이야기했다.
“유연한 편이고, 다른 스트레칭은 잘되는데 골반은 아니네요.”ㅠㅜ
하지만…. 이 고관절 턴아웃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발레를 하는데 치명적인 단점이다.
다른 것 다 안돼도 고관절만 열려있으면 흔히 우리가 아는 턴 아웃 자세가 잘 나오는데
이게 안 되면 다 부질없다는 것이다.
골반 턴 아웃, 무릎 턴아웃, 팔도 턴 아웃, 말리지 않은 어깨, 발등, 등등 다 중요하지만
그중에서도 골반의 턴아웃 여부는 발레에서 기술적인 부분에서 거의 전부라 할 만큼 중요하다.
5살 때부터 발레를 시작해 15살 때까지 10년간 세계적인 발레리나를 꿈꾸던 배우 강한나 씨가 방송에서 발레를 그만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기본적으로 발레를 하려면 유연해야 하고 골반도 벌어져 있어야 한다.
타고난 유연한 몸도 아니고 골반이 닫혀 있어 스트레칭도 힘든 신체적 한계를 느껴 포기하게 되었다.
아무리 연습을 해도 더 잘하지 못하겠더라. 연습해도 안 되는 지점이 있었다."
비록 취미생이지만 열린 골반을 가지고 태어나지 못한 나는 내가 원하는 만큼의 동작을 소화하지 못했다.
물론 어릴 때부터 한 것도 아니고 전공생처럼 매일 매일 서너 시간씩 하는 것도 아닌데 쉽게 된다면 욕심이다.
취미로 발레를 배우는 성인분들 중에서 나와 같은 고민을 가진 분이 분명 있을 것이다.
취미여도 하다 보면 욕심이 생긴다. 더~더~~원하게 된다.
하지만 성장이 끝난 성인의 몸으로 무리하게 억지로 턴 아웃을 하다가 다칠 수 있다.
과거 어떻게든 골반을 열어보려 노력하며 극강의 아픔을 참으며 과도하게 스트레칭을 하다가 몇 달을 통증에 시달렸다. 그러다 어느 순간 발레학원에 가는 것이 점차 두려워짐을 느꼈고 '이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의 뻣뻣한 고관절을 내려놓았다.
그렇게 딱 포기하고 집착을 내려놓으니 한결 편해지고 마음의 유연함을 가지게 되었다.
인생에는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있다.
노력해도 안 된다면 안되는 것에 집착하지 말고 되는 것에 집중하는 게 현명하다.
턴아웃이 잘 안 돼 스스로 보기에 성에 차지 않아도 충분히 발레라는 예술을 표현하고 즐길 수 있다.
그때는 잘 몰랐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하지만. 골반이 열린 타고난 분들이 부러운 건 사실!
^^
Spring is com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