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년간 여행 때문에 2주 이상을 쉬어 본 적이 없던 발레를 그만둔 지도 1년이 지났다.
그동안 불안한 마음에 집에서 가물에 콩 나듯 간간이 스트레칭을 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몸은 다 굳어져 버렸다.
발레를 하기 전 나는 내가 아주 유연하지도 아주 뻣뻣하지도 않은 아주 보통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몇몇 동작이 할 때 좀 수월하긴 했지만 그것뿐이었다.
그런데 학원에 다니면서 매트 운동을 할 때 선생님이 스트레칭에 도움을 주고자 수강생들을 조금씩 눌러주곤 했는데 같은 이야기들을 많이 하셨다.
“스텔라는 누르면 내려가네요. 유연한 편이에요.”
내가 유연한 편이라고!?
하아….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할 말이 참 많다.
성인이 되어 뼈와 근육이 다 굳은 상태에서 타고나기를 좀 더 유연하고 아니고는 다른 성인들과 아주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타고난 체형이 고관절이나 무릎이 턴 아웃 되어있는 사람이나, 정말 간혹 유전적으로 매우 유연한 분들 빼고는 말이다. 다만 나의 경우는 같은 강도로 눌렀을 때 다른 사람에 비교해 조금 더 잘 눌러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을 같은 강도의 힘으로 눌렀을 때 30% 정도 내려가는데 나는 60% 정도 내려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내가 특별히 유연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문제는 잘 늘어난다고 아프지 않은 게 아니다!
(이것이 팩트다.)
그래서 수업 중 스트레칭 시간마다 눈앞이 하얘지고
영혼이 나가는 느낌이었다.
그 어마어마한 고통에 소리를 꽥꽥 지를 때마다 들었던 억울한 이야기는 스텔라는 왜 유연한데 아파하거나 잘 못 참느냐는 것이다.ㅜㅜ
물론 이게 발레를 하는 데 있어서,
유연성을 늘리는 데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아예 탁 걸려서 힘으로도 쉽게 늘어나지 않는 분들도 있으니 말이다.
다만 내가 아프지만 않다면,
아니면 아픔을 덜 느낀다면 말이다.
절대...아프지 않은 것이 아니다. 눌리는 만큼 더 아프다.
애초에 안 눌리면 그만큼 안 내려가니 안 아플 것 아닌가.
엄살로 치부하기에는 정말 죽을 것같이 아프다. 정신을 못 차리겠고, 온몸에 식은땀이 나고 몇 번은 잘못 늘어나 한동안 통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사람의 몸은 복잡하고 나는 의사도 전문가도 아니니 잘 알지는 못하지만 난 이 부분에 있어서 항상 억울함이 있었다.
1년간 발레를 쉬면서 제일 불안했던 부분은 그 고통을 견디며 기껏 힘들게 만들어 놓은 유연성이 사라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초반에만 그랬지 점점 시간이 지나 다 내려놓고 편해져 버리고 나니
‘아몰랑’상태가 되어 굳어버린 몸 상태로 지냈다.
발레가 그렇다.
할 때는 몰랐는데 내려놓으니
한없이 편한 몸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것이 익숙해지는 건 불과 1~2달만 이었다.
발레는 해도 해도 너무나 안 늘고, 늘어도 개미 발자국만큼 느는 실력에 어이없기도 했지만 그만큼 투지가 불타오르곤 했었다.
쉽게 극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더 빠져들었다.
최근 다시 매트를 깔고 조심스럽게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상태를 보아하니 다시 180도 사이드를 만들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
이것도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하는 만큼은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