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ella Dec 18. 2019

09. 웰컴 투 말라깽이들의 세상

난 돼지였어

발레는 다른 취미 운동에 비교해 진입장벽이 좀 높은 편이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아무래도 몸에 딱 붙는 레오타드와 타이즈가 기본 복장이다 보니 노출에 대한 부담이 처음에 크게 작용한다.

하지만 처음 발레 학원 문을 열고 들어갈 용기만 있다면 그 부분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음을 곧 느끼게 된다. 다들 자기 몸 체크하느라 바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발레를 '잘, 예쁘게' 하고 싶었던 마음이 생기면서 나의 살들은 점차 걸림돌이 되었다.     

나는 키 162에 대한민국 성인 여성 평균에 해당하는 체중을 가지고 있었던 지극히 정상인이었다. 당시 보통 55치수에서 S사이즈를 무리 없이 소화했고, 마르지도 않았지만 어디 가서 뚱뚱하다는 소리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발레 학원에 와서는 느낌이 좀 달랐다.     


나는 그 안에서 돼지였다!!   


물론 발레는 좀 특수성이 있다.     

실제 발레리나를 생각해 보자~한때 인터넷에서 발레리나 체중이 화제였던 적도 있다. 

그들은 대부분 근력이 많고 지방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의학적으로는 매우 저체중이다. 

하지만 발레는 무대 예술이고 보여주는 예술이다. 아름다운 선과 점프, 회전등의 고난도 동작을 보여줘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그에 맞는 체중조절이 필요하다. 그리고 발레리노와 하는 리프트 동작이나 발끝에 체중이 실리는 포인트 슈즈를 신기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     


발레리나처럼 핏이 나게 발레복을 입고 싶고 다양한 발레 동작을 아름답게 표현하고 싶다면 그들만큼은 아니어도 마른 게 유리하다. 특히 나 같은 성인은 더욱 그렇다...성인 취미생들은 이미 성장이 끝난 뻣뻣한 통나무 같은 몸이다. 따라서 무수히 노력하기 전까지는 정확하고 예쁜 발레 동작이 나오기가 어려운데, 거기다 살이 붙은 몸이면 스스로 보기에 더 못해 보인다.     


다른 경우도 있다. 은퇴 후 지도자로 활동하는 발레리나 선생님을 보면 나이는 들고 몸은 현역 같지 않지만, 그 몸의 선과 동작은 우아하기 짝이 없다. 아마도 수년을 훈련하고 몸에 배어버린 몸짓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냥 일반인. 심지어 먹는 것도 엄청 좋아하고 다이어트는 마음속으로만 수백 번 했을 뿐 성과는 음….

물론 내 의지박약이었기에 할 말은 없지만, 그 당시 체중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꽤 많이 받았었다. 


친구들과 다이어트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 가끔 이야기했다. 친구 왈 너 정도면 그래도 날씬 편인데 왜 다이어트를 하냐고?     



“발레 학원은 말라깽이들의 세상이야. 난 거기서 말랐다고 명함도 못 내밀어.ㅜㅠ”     







ballet#13












작가의 이전글 08. 취미니까 재미있는 발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