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운 속에서의 느낌

엉덩이로 책 읽기 대회

by 신은경

2019년 3월 15일 신기한 경험을 했다. 성인 백 명이 한 공간에 모여서 책을 읽는 행사이다. 같이 책을 읽는 건 진귀한 경험이다. 특히나 성인이 된 이후로는. 이 행사가 이루어진 장소는 군산의 한길문고이다. 나는 이 서점에서 여러 행사들을 통해 좋은 경험들을 해 보았고, 지금도 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다.


나는 책을 좋아한다. 또한 책 읽는 사람도 좋아한다. 책에서는 좋은 기운이 뿜어져 나와서 도서관이나 서점에는 좋은 기운이 가득 차 있다. 그 기운 속에 들어가 있으면 나는 기분이 절로 좋아질 뿐 아니라 영혼이 가득 채워짐을 느낀다.


이 좋은 기회가 강물이 와 마이산에게도 찾아왔다. 바로 어린이날. 아이들도 모여서 책을 읽는 기분을 느껴보고 경험해볼 수 있어 기쁘게 참여했다. 물론 아이들의 자발적인 동의가 필수적임은 당연했다. 내 생각과 다르게 아이들은 행사가 끝나고 상품으로 받는 최저시급의 상품권이 목적이었다. 내가 알려주고 싶었던 좋은 기운은 느끼지 못한 것 같았다. 나는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드디어 11월 16일 나와 아이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엉덩이로 책 읽기'대회가 열렸다. 나야 그 날짜에 읽던 책을 가져가서 읽으면 되지만 아이들은 그게 아니었다.


마이산 : 엄마, 나는 침대에서 책 읽을 때가 제일 좋아.

강물 : 하지만 서점에서는 의자에서 읽어야 해. 엉덩이 떼면 절대 안 돼.

마이산 : 그러니까 정말 재밌는 책을 가져가야 해. 그래야 엉덩이가 불편해도 참을 수 있어.


아이들은 일주일 전부터 어떤 책을 가져갈지 고민을 시작했다. 기준은 안 읽었던 책 중에서 재미있는 책으로. 어려운 기준이다. 나는 간섭하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누르고 아이들의 선택을 기다렸다. 드디어 대회 전날, 마이산이 책을 정했다.


마이산 : 나 가져갈 책을 정했어. '사계절 생태 캠핑'을 읽을 거야.

강물 : 나는 '작가가 되고 싶어' 가져갈 거야.


모든 일에는 항상 변수가 생긴다. 아이들의 경우엔 더 그렇다. 책이 재미있을지 들춰보던 마이산에게 경보가 울렸다.

마이산 : 엄마 어떡해. 책이 재밌나 조금만 보려고 했는데 너무 재밌어서 이만큼이나 읽어버렸어.


얼핏 보아도 절반 이상을 읽은 상태였다.


마이산 : 이걸론 한 시간 못 버틸 거야. 난 망했어.

강물 : 그럼 한 권 더 정해서 가져가. 그럼 되잖아.


그게 뭐 큰일이냐는 듯 강물이 가 덤덤하게 말해준다.


다음 날, 행사에 참여한 나는 그 좋은 기운 속에 푹 빠져 책을 읽었다. 강물이 마이산 역시 불편한 의자(의자는 언제나 불편해한다)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예비 책으로 선택한 '일기왕 김동우‘로는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한 눈치였지만 다행히도 한 시간 동안 그들의 엉덩이는 의자에 안전하게 붙어있었다.


성공리에 대회를 마치고 난 후 우리는 근처의 떡볶이 집으로 향했다. 어떤 시간대라도 주어지기만 하면 먹을 수 있는 맛있는 떡볶이를 먹으며 나는 대화를 시도했다.


나 : 서점에서 책 읽을 때 무슨 느낌 없었어?

강물 : 음...

마이산 : 조용한 느낌?


이런, 이번에도 좋은 기운 느끼기는 실패인 것 같다. 계속해서 좋은 경험이 쌓이고 언젠가는 강물이 와 마이산의 영혼에도 좋은 기운이 가득 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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