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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신의학신문 Aug 24. 2018

“내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이유” - ①

[정신의학신문 :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내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이유’라는 제목을 들으니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어라~ 이거 내 이야기인데?”라는 생각이 드시지 않나요?

맞습니다. 인생 참, 더럽게 내 마음대로 되지가 않습니다.
내 인생이 내 마음대로만 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모두의 바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동일한 제목으로 지금까지 수십 차례의 강의를 해왔습니다.
그때마다 많은 분들이 강의 제목만 보고도 많은 공감을 하셨었습니다.
내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다들 제발 내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었으면 하는 바람들을 가지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이유를 아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통제’라고 부르는 것은 간단합니다.
먼저 ‘이유’를 알고, 그 ‘이유’를 통제함으로써 결과의 ‘통제’를 가져오는 것입니다.
사실 자연 세계 모두, 인간이 만들어 놓은 인공 세계 모두 이 법칙에 적용이 되고 있지요.
그렇다면 우리가 내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며 한탄하기 이전에, 그렇게 되어 온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부터 왜 내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어지지 않았는지 이유를 같이 생각해볼까요?
여러분들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 글을 읽기 전에 여러분들의 생각을 한 번 적어 보는 시간을 가져봅시다.
한 번 생각해보는 것과 수동적으로 글을 읽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니, 여백에다가 자신의 생각을 한 번 넣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생각을 좀 해보셨나요?
해보셨으면 제 생각과 비교해보시는 것도 의미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제 생각이 정답은 아닐 수 있습니다.
정신과 교과서에도 ‘내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정리가 되어있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내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 두 가지 이유에서 벗어나는 경우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야기의 여정을 저와 함께 이 연재를 통해 떠나보고자 합니다.
일단 두 번째 이유는 많이 복잡하기도 하고 조금은 어려운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천천히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간단합니다.
'우리가 애초에 할 수 없는 것을 원하고 있었다면?'이라는 질문이 그것입니다.
애초에 할 수 없는 것을 원했으니까 당연히 내 뜻대로 될 리가 없겠지요.
'할 수 없는 것을 원해 놓고서는 왜 안 되는 거야?'라는 질문을 백 번 해봤자 될 리가 없습니다.

너무 간단한가요?
그런데 이 첫 번째 이유에서 가장 치명적인 것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있었는지, 그것이 할 수 있는 일인지 할 수 없는 일인지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진_픽사베이


단순한 서술로는 잘 와 닿지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예시를 통해 ‘첫 번째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보도록 합시다.
지금부터 들어드릴 예시는 ‘강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의 한 장면입니다.
‘강식당’은 강호동, 이수근, 은지원, 안재현 씨 등이 출연하며, 돈가스, 오므라이스를 만들어서 파는 식당을 운영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보여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입니다.

상황은 이렇습니다.
안재현 씨가 오므라이스를 만드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요.
식당을 오픈하자마자 손님들이 몰려와서 만석이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테이블에서 돈가스와 오므라이스 모두를 주문했는데, 전기밥솥에서 밥이 다 되지가 않은 겁니다.
주문은 밀려 있는데 오므라이스를 만들지 못하는 상황에 봉착한 것입니다.

상당히 곤란한 상황이지요.
이 상황에서 안재현 씨가 대처하는 행동방식은 우리들의 모습을 많이 반영한다고 생각합니다.
 
안재현 씨는 전기밥솥 앞에서 ‘피 말린다’라고 하며 안절부절못해합니다.
‘얼굴이 하얗게 질렸는데 원래 얼굴이 하얘서 티가 나지 않는다’라는 자막까지 등장합니다.
안재현 씨는 전기밥솥 앞을 맴돌며 어쩔 줄을 몰라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하나가 있습니다.
안재현 씨가 ‘전기밥솥 앞에서 안절부절못해하며 그렇게 에너지를 쓰고 있으면 전기밥솥에서 밥이 더 빨리 될까요?’라는 질문이 그것입니다.
당연히 내가 에너지를 쓰든 쓰지 않든 전기밥솥에서 밥이 되는 속도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렇게 에너지를 쓰고 있습니다.
 
비단 안재현 씨만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누구시든지 이 상황에 가면 비슷한 행동들을 하시리라 생각합니다.
결국 안재현 씨는 할 수 없는 것들을 원하면서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일들이 우리 삶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면, 무슨 생각이 드세요?
‘내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결정적인 이유’ 중에 하나가 되지 않을까요?
 
제 강의를 듣고 한 분이 공유해주신 이야기를 드리고자 합니다.
그분(A양)은 출근길이 너무 짜증이 나고 불편했었다고 하셨습니다.
일명 ‘지옥철’에서 사람들에게 치일 때마다 너무 에너지가 쓰이고 출근길 자체에서 그 날의 에너지가 다 소진되는 느낌이었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제 강의를 듣고 갑자기 출근길이 편해지셨다고 표현하셨습니다.
설마 갑자기 ‘지옥철’에서 사람들이 사라지는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겠죠.
 
A양은 제 강의를 듣고 나서 출근길에 올랐을 때 예전과 똑같이 짜증과 화가 올라오는 걸 느꼈다고 하였습니다.
그 순간 ‘내가 뭘 원하고 있는 거지?’를 인식해보려 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내가 출근길 지하철에 사람들이 타지 않기를 원하고 있네?’ ‘사람들이 나랑 부딪히지 않기를 원하고 있네?’ ‘이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인가?’ ‘아~ 할 수 없는 일을 바라고 있었구나. 더 이상 에너지를 쓰지 말자.’라는 생각들이 이어졌다고 합니다.
그 이후 신기하게도 주변 상황은 바뀌지 않았는데, 출근길이 훨씬 편해졌다고 공유해주셨습니다.
사실 우리가 인식을 잘 하지 못하고 있어서 그렇지, 우리 삶 곳곳에서 우리는 ‘할 수 없는 일’을 바라면서 에너지를 소진하고 있습니다.
이것만 인식을 하기 시작해도 삶이 좀 더 편해지고 내 마음대로 되어가는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연재의 결론은 이것입니다. 


전기밥솥에다가 에너지를 쓰면서 살지 말자!
(할 수 없는 건 원하지 말자!)


사실 이 원칙은 우리의 대인관계에 더 많은 메시지를 던져주는 교훈입니다.
다음 연재 시간에는 이 원칙이 우리의 대인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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