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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신의학신문 Aug 27. 2018

관음증 - 욕망의 시작


[정신의학신문 : 최명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여름이 되면 노출이 늘어나죠. 이에 따라 불법으로 촬영을 하고 이를 인터넷에 유출하는 등의 범죄도 따라 증가하고 있는데요, 보는 것을 통해 욕망을 해결하고자 하는 관음증, 어떻게 이해할 수 있나요?

A. 보는 것의 의미와 목적을 먼저 생각해야 되겠죠.
정신 분석적으로 보면 본다는 것은 파괴와 관련이 있습니다.
혹은 아직 파괴되지 않은 것을 확인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했죠.

본다는 것은 권력을 뜻합니다.
권력은 보는 것을 제한합니다.
즉 힘이 있는 사람들만 볼 수 있게 하면서 자신이 보는 것을 독점하는 것을 즐기게 되죠.

사회가 개방적으로 되고 민주적으로 될수록 보는 것에 대한 제한이 사라집니다.
보는 것은 욕망을 실현하는 도구이기도 하고 내가 보이는 대상을 따라 하는 도구로 이용되는 것입니다.

그리스 신화의 외디푸스는 자신이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것을 알고 눈을 제거합니다.
욕망과 탐욕의 도구로 이용된 눈을 제거함으로써 자신의 죄를 갚고 싶었던 것입니다. 


사진_픽사베이


Q. 눈이나 보는 것이 어떻게 해서 욕망의 도구가 되는지 궁금해요.

A. 우리는 욕망하는 것을 먼저 보고 배웁니다.
보고 배운 다는 것은 내가 본 것을 기억하고 내 안에 간직하고 있다가 따라 하는 것을 의미하거든요.
그래서 본다는 건 단순히 무언가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내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것 즉 흡수하고 소화화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잡아먹을 듯 본다, 쏘아본다 등의 표현이 있는지도 모르죠.

발달학적으로 보면 아이들은 수유할 때 엄마를 바라봅니다.
욕망을 실현시키면서 즉 먹으면서 자신의 욕망을 실현시켜주는 대상을 바라보는 거죠.
이때 자연스럽게 먹는 행위와 보는 행위가 연결됩니다.
다른 말로 하면 대상과 욕망이 연결되죠. 
아이는 엄마를 바라봄으로써 자신의 배를 채워주고 먹는 기쁨을 주는 것이 젖병이 아니라 엄마임을 깨닫습니다.
그래서 아이는 엄마를 자신의 돌보미로 인식하게 되는 거죠.

이 단계에서 본다는 것은 엄마와 엄마의 기능을 내 안으로 함입시키는 기능을 담당합니다.
즉 엄마를 보는 행위를 통해 엄마의 기능을 인지하고 기억하게 되는 겁니다.
이렇게 보는 행위는 우리 발달에 중요한 기능을 합니다.
이 단계에서 본다는 것은 어떤 것을 내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기능 즉 음식을 먹고 소화시키는 것과 같은 기능을 하죠. 


Q. 어른이 돼도 그렇게 되나요?

A. 어릴 때 했던 행동은 어른이 되면서 점차 퇴화됩니다.
하지만 발달이 잘 안 되는 경우와 현재 어려움을 만났던 경우에는 과거의 기능으로의 회귀가 일어나죠.
엄마와의 분리 개별화가 잘 안된 경우, 즉 성장의 어려움이 있는 경우는 보는 행위를 통해 지속적으로 대상과의 관계를 확인하려고 합니다.
눈에 안 보이면 힘들고 눈에 보여야 되는 거죠.

이런 연인들 많이 있어요.
눈에 보이지 않으면 못 견디는 사람은, 좋게 보면 정말 깊게 사랑하는 것일 수 있지만 이게 너무 강렬하게 지속되면 안정적인 대인관계를 갖지 못해서 항상 확인이 필요한 사람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정상적으로 성장해서 적절한 경로로 만족을 얻어야 하는데 어린 시절에 했던 방식으로 만족을 얻으려고 하는 거죠.
이런 경우 관음증에 빠질 수 있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Q. 관음증에 빠지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요?

A. 아까 살펴봤지만 관음증은 어린 시절에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소질이 남아 있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 누구나 어느 정도는 이 기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는 것도 관음증을 만족시키는 행동이죠.
결국 정도의 문제입니다.

모든 성적 만족을 보는 것을 통해서만 얻으려고 한다면 문제가 있죠.
흥미로운 것은 대개의 관음증 환자는 노출증 증상을 보이고 있다는 겁니다. 
이 두 가지는 같은 메커니즘을 갖고 있습니다.
즉 보는 것으로 만족하는 사람은 보여지는 것으로도 만족합니다.
따라서 이 두 가지 현상은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요, 이 두 가지를 갖고 있다면 명백하게 관음증 환자라고 할 수 있지요. 


Q. 관음증 치료는 될까요?

A. 참 어렵습니다.
정신 분석을 통해 밝혀진 경우를 어린 시절 엄마와의 관계가 좋지 않았던 경우가 많습니다.
대개는 과도한 간섭, 기대로 자율성을 보장받지 못하고 엄마와 분리 개별화가 이뤄지지 않은 남성에게서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성장의 부족함으로 인한 어려움을 관음증을 통해 해결하려고 한다는 거죠.
그래서 결국 지속적인 상담 치료가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대개 부끄러움이 많고 자존감이 낮으면 성적 능력에 대해서 열등감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면 나아진다고 하는데요,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만족을 얻으려고 하는 성향이 많기 때문에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결국 이런 행동이 법적 문제를 일으켜서 법원에 의해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다 적극적인 치료 명령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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