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주간글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안 Mar 02. 2024

느슨하지만 야망 있는 그녀들

태국 음식 먹다가 튀어나온 야망




2월 중순쯤 느슨한 글쓰기 멤버들과 호라파에서 첫 회식을 했다. 다들 느긋한 성격으로 손에 잡히지 않는 멀고 먼 미래 보단 현재의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다 보니 모임 또한 우리 성격에 맞게 진행된다. 느슨하게 각자의 스케줄에 맞춰 글을 쓰고, 일주일에 한 번 온라인으로 만나서 서로의 글을 읽어보고, 각자 글을 읽고 느낀 소감을 나누고 있다. 소수로 운영되다 보니 한 명이 컨디션이 안 좋으면 당일에 모임이 취소되기도 하는 아주 느슨한 모임이다.


이번 첫 만남에서는, 아니 일단 우리는 스웨덴 영화제 홍보를 준비하며 몇 번 봤던 사이다. 다만 그땐 나중에 영화나 같이 볼지 알았지 이렇게 글모임을 하고 있을 줄은 아무도 생각 못했다. 인스타그램으로 느슨한 관계를 유지하던 우리들은 모두 서로의 스토리를 보다가 모임을 함께 하게 되었는데, 나는 한 친구가 글쓰기를 하고 있다길래 나도 하고 싶다고 하며 합류하고, 또 한 친구는 내가 올린 스토리를 보고 합류하면서 현재 3인의 고정 멤버로 운영 중이다. 느슨하게 영화와 글쓰기라는 공통점으로 이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중인데, 온라인으로만 모임을 하다가 오프라인 모임도 하자는 이야기가 나와서 경복궁역 쪽으로 모이게 되었다.


우리는 느슨한 글쓰기 모임멤버로서 처음 만난 기념으로 같이 글을 쓰고, 나누기로 했다.  한 친구의 아이디어로 ‘아날로그’라는 주제로 노트와 펜을 가지고 와서 경복궁 앞 스타벅스에서 느긋하게 글을 썼다. 20분 정도 걸려 각자 의식의 흐름대로 쓴 글은 각자의 개성이 묻어났는데, 글이라기보다는 서로의 낙서장을 보는 느낌이 강했다. 실제로 나는 무슨 글을 썼는지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래도 정리된 글만 보다가 조금 자유로운 글을 나누는 것 또한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렇게 글쓰기 모임의 명분을 다하고 나서는 내가 제안한 서촌의 호라파로 향했다. 난 이전에도 호라파를 굉장히 가고 싶었지만, 예약에 실패한 탓에 이번에 겨우 방문하게 된 호라파는 나에게 굉장히 의미가 있는 곳이었다. 또 그녀들의 숨겨진 야망이 나온 곳이니 더더욱 의미 있는 곳이 아닐까)





얼마 전 태국에서 한 달 살기를 하고 온 친구가 있어서 따끈따끈한 태국 현지 음식과의 비교도 들을 수 있던 기회였다. 그렇게 우리는 기대했던 것보다 더욱 맛있는 음식들에 놀라며 행복한 식사를 하고, 이 모임을 어떻게 운영할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원래 이 모임은 2명이서 시작한 모임이었는데, 한 명은 본인 글을 모아 책을 쓰는 게 목표였던 친구라 모임을 나가게 되었고, 앞에 말했던 것처럼 나를 모임에 초대해 준 친구와 나, 또 다른 친구 이렇게 3명이 있다.


나는 워낙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개인적으로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글을 나눈 경험이 다수라 새로운 멤버들을 초대하자고 여러 번 말한 상태였다. 생각보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이 세상에 많았고, 혼자 품고 있던 조금은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을 낯선 사람들과 나누는 게 재밌었던지라 마음 맞는 친구들을 더 만들고, 같이 글을 나눠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다. 물론 지금 멤버들로만 진행을 하는 것도 좋았다.  그냥 생각을 나누는 자리였으니까 그냥 각자의 생각들을 나누다가.


우리들의 글을 엮어 책을 만들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그 책의 제목은 ‘야망’이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왔다. 그저 본인이 글을 쓰게 만들기 위한 장치로 모임을 만들었다는 친구의 입에서 나온 단어였다. 나를 이 모임에 초대해 준 친구였다. 자기는 지금처럼 모임을 이어가도 좋고, 새로운 사람들을 초대하는 것도 좋다며 모임 방향에 큰 계획이 없던 친구였다. 같이 얇은 책자라도 만들어볼까 라는 의견이 나오면서는 동그란 눈을 초롱이면서 자신이 진짜 원하던 것들을 말하는 것만 같았다. 그러다가 각자 인터뷰 해보고 싶은 사람들이 나오기도 하고, 이 책에 각자의 야망을 담아보자는 의견이 나온 것이다. 나도 한때 한 야망 했던 사람으로서 '야망'은 꽤나 끌리는 단어였다.




야망 (野望)

개인적으로 야망이 뭐 별거 있나 싶었고, 누군가한텐 별거 아닌 것도 어떤 사람에겐 야망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각한 건 꿈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긴 하지만, 보통은 그 꿈이 잘되어서 나에게 더 큰 행복을 가져다주는 좀 더 야심 찬 꿈을 꾸지 않는가. 그런 조금은 발칙한 소망을 담은 것을 나는 ‘야망’이라고 표현해 보자 했다.


아직 구체적인 기획이 나오진 않았지만, 그냥 재밌을 것 같다. 난 도저히 혼자서 아웃풋 만드는 게 자신 없기에 그동안 해보자고 했던 걸(인터뷰집 혹은 매거진 만들기) 마무리해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기 때문에 어떻게든 해볼 것 같다.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나의 야망이라고 한다면 우리가 묶어놓은 이야기들이 조금은 널리 퍼져서 내가 내 이름으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그 정도가 될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2023년 톺아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