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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영 Jun 29. 2020

"살려주세요" 크게 외칠 수 있는 용기

왕좌의 게임 시즌 8이 시작되고 나서 퇴근 시간은 빨라졌다.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처럼 뒤도 돌아보지 않고 칼퇴한 후, 샤워를 하고 간단한 먹을거리를 준비해 아스토리아 왕국으로 여행을 떠났다.


그들의 전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모니터 볼륨은 높아져만 갔다. 

그러다 치열한 전투 소리를 뚫고 어떤 소리가 들렸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잘못들은 건가 생각했다.

볼륨이 너무 커서 줄여달라고 소리 지르는 건가?


볼륨을 줄여도 소리는 계속됐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아니다. 이건 아스토리아 왕국에서 나오는 소리가 아니다. 이건 리얼이다.


"살려주세요. 여기 좀 살려주세요."

등골이 서늘했다. 머릿속으로 최근 일어난 각종 흉악범죄들이 빠르게 지나갔다.


갑자기 어디선가 들리는 또 다른 소리

"저기요. 무슨 일이세요?"


"욕실에 갇혔어요. 문이 열리지 않아요."

"몇 호세요? 비밀번호가 어떻게 되나요?" 

"xxxx 에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가볼게요."


순간 얼었던 마음이 따뜻하게 녹는 것을 느꼈다. 혼자 사는 사람이 휴대폰도 없이 욕실에 갇혔을 때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혼자 사는 여성이 온 동네가 떠나가라 소리 지르는 것도 쉽게 내기 어려운 용기였을 것이다.

제법 오랜 시간 문고리를 잡고 사투를 벌였지 않았을까 싶다.



얼마 전 늦은 오후 한통의 전화가 왔다.


"000 씨 집에 계신 거죠?"

택배 기사님이었다.


대부분 온라인으로 필요한 물품을 주문하기에 하루가 멀다 하고 택배가 배달되는데, 출장으로 3일 정도 집을 비우니 현관 앞에 택배가 산더미처럼 쌓이게 되었다.

많이 시키는 만큼 꼬박꼬박 없어지던 택배 상자들이 집 앞에 그대로 있으니 걱정되셨던 모양이었다.

엄마도 챙기지 않는 나의 생존을 택배기사님이 챙겨주시니 순간 울컥했다.


현관 앞에 쌓여있는 택배 상자들


며칠 전 정부가 발표한 '1인 가구 종합계획'을 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30%가 1인 가구로, 현재 우리나라 대표 가구형태라 한다.


1인 가구인 나 역시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살려달라고 외칠 수 있을까?

아.... 우리 집 욕실엔 창문이 없지... 욕실 문을 살짝 열고 샤워를 해야겠다.

그리고 택배도 열심히 시켜야겠다.


(쇼핑은 온라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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