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알면 내가 보인다
소설 <아몬드>의 주인공 ‘윤재’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독특한 캐릭터다. 분노도 공포도 기쁨도 잘 느끼지 못하는 ‘감정 표현 불능증'으로 어린 시절부터 엄마에게 남이 웃으면 따라 웃고, 호의를 보이면 고맙다고 말하는 식의 ‘주입식 감정 교육’을 받는다.
인간에게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것과 상대의 감정을 인식하는 하는 것은 사회적 상호작용의 기본이다. 내 감정이 어떤지 인식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 상태를 파악하고 이해할 때 소통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뇌에 문제가 있을 경우 감정을 느끼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신경퇴행성 질환인 파킨슨병은 도파민 세포의 퇴화에 의해 발생한다. 도파민은 행동과 인식, 도전, 동기부여, 처벌과 보상 등과 관련이 있다.
전두엽이나 선조체 부위의 도파민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정신병이 발병한다. 현재까지 사용되는 대부분의 항정신병 약물은 도파민 기능을 떨어뜨려 정신병 증상을 치료하고 있다. 코카인이나 LSD 같은 향정신성 의약품을 복용하면 망상이나 환청 같은 정신병 증상이 발생하는 것도 이 약물이 도파민 기능을 과도하게 항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파민이 어느 정도가 적정한 지, 도파민과 특정 사회적 행동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확인된 바가 없다.
최근 영국 버밍엄 대학 연구팀은 건강한 성인 33명을 대상으로 도파민과 감정 인식 관련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감정을 표현하는 사람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화면에 나오는 인물이 얼마나 행복한지, 화가 났는지, 또는 슬픈지 표시하게 했다. 이 테스트를 두 번에 걸쳐 진행했다.
첫 번째 테스트 기간에는 참가자들은 뇌의 도파민 수치에 영향을 미치는 약물인 할로페리돌 Haloperidol 2.5mg을 섭취했다. 두 번째 테스트 기간에는 위약을 섭취하게 했다.
그 결과 할로펠리돌 효과는 참가자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는 도파민 수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기본적으로 도파민 수치가 낮은 사람은 할로펠리돌 복용 후, 감정 인식 능력이 상승했다. 반면 기본적으로 수치가 높은 사람은 약물 복용 후, 오히려 감정 인식이 악화되는 결과를 보였다. 즉, 도파민이 감정을 인식하는 능력을 떨어뜨린 것이다.
연구팀은 도파민 수치가 기준치보다 높은 참가자의 감정 인식 능력이 떨어진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건 도파민 수치가 높다고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며, 감정 인식에 있어 적정 수준 유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지 워싱턴 대학 대니얼 리버언은 <도파민형 인간>에서 지루함이나 무력함을 느낄 때, 동기부여가 되지 않고, 단순히 일이 재미없다고 느껴질 때는 도파민이 부족한 것일 수 있다고 했다.
반면 도파민 분비가 지나치면 어떻게 될까? 술, 담배, 음식, 섹스, 성공에 이르기까지 쉽게 만족하지 못하고 중독현상을 일으킨다.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더 비싼 것, 더 자극적인 것, 더 놀라운 것에 집착하게 된다.
리버언 교수는 결국 인간은 ‘조화로운 삶’을 위해 도파민 균형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몸을 움직이는 활동을 강조한다.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걷기, 달리기, 등산과 같은 운동부터 그림 그리기, 뜨개질, 목공, 텃밭 가꾸기 등 손을 움직이는 활동이 도움이 된다. 몇 년 전, 직장인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컬러링북'도 크게 생각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수작업이다. 종이에 색칠하는 것이 내 미래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확실한 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타인과 조화롭게 살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취미생활이다.
*이 글은 [브레인미디어] 기사 일부를 재편집하여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