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싫은 책을 도서 반납함에 넣었다.
퇴근길 도서관 앞을 지나치다 발길을 돌렸다. 평소의 나라면 읽기 싫어도 끝까지 꾸역꾸역 읽었을 텐데 이번엔 왠지 그러기 싫었다. 뭐 하나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상을 보내는 요즘, 이 정도는 내 맘대로 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덜컹’하고 책 떨어지는 소리가 경쾌하다. 요만큼이라도 해야 할 일을 처리한 것처럼 후련하다.
물 없이 인절미를 먹는 기분이랄까, 안개 가득한 산속을 헤매는 기분이랄까. 요즘의 내가 그렇다. 겉으로 보기엔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데 속은 처참하다. 머릿속에 해야 할 것들은 복잡하게 엉키고 쌓여 가는데 행동으로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크든 작든 그게 무엇이든 일단 그냥 하면 되는데, 무섭고 두렵다. 문제가 무얼까. 무엇에 대한 두려움일까. 별 것 아닌 일에 왜 이렇게 벌벌 떨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그냥 대놓고 물어보면 될 일을 전전긍긍하며 고민하는 내가 안타깝다. 가진 것에 대한 욕심 때문인가. 이제껏 고생하다가 조금 누리게 된 이 행복과 희망을 놓치기 싫어서? 그게 두려워서 전전긍긍 또 고민하고 망설이는 건가? 너무 행복해서 그런가? 왜 불안할까. 기쁨도 슬픔도 두려움도 모두 내려놓고 싶은데. 그게 제일 어렵다.
읽기 싫은 책 한 권 반납하고 잡생각이 많아졌다.
할 일을 마치고 일찍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