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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귤 Nov 21. 2018

샘 찾아 삼만리 아닌 3년

배우 최준영이 영화 <샘>에 대하여...


안녕하세요, '두상' 역을 맡은 배우 최준영입니다. 황규일 감독님에 이어 제가 2화를 이어받게 되었습니다.  



<샘>을 촬영한 지 벌써 3년이 넘어간 듯하다. 감독님과의 첫 만남이 생각난다. 감독님은 리딩을 해보자고 했고, 나는 리딩은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리딩 대신 한 시간 가량 이야기를 했고 헤어졌다. 그게 작품 샘을 만난 첫 번째 기억 중에 하나이다.



<샘>은 내가 주연으로 플레이를 하는 첫 영화였다. 당시 대본만 20번 가까이 본 듯하다. 크랭크 인 하기 몇 주 전부터 감독님과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감독님은 배우에게 아주 친절한 감독이다. 내가 궁금한 것이나 풀리지 않는 질문들을 가지고 가면 언제나 답변을 해주었다. 그리고 밥도 잘 사줬다. 




‘아벨’ 배우 하고는 대학 동기다. 당시 이름은 선영이. 아벨이는 20살 때부터 봐왔지만 같이 연기 호흡을 맞추는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신선하고 재밌었다. 역시 연기를 할 때면 평소에 볼 수 없던 그 사람의 모습들을 많이 보게 된다. 순수하고 이뻤다. ‘반성중’이라는 인물의 조재영 배우 역시 나의 친구이다. 재영이는 정말 상대를 편안하게 해 주면서 빠르게 적응하는 장점을 가진 배우였다. 어디를 세워놔도 그곳에 흡수되어 있는 것 같았다.



촬영 장소 중에 ‘마두상’과 ‘그녀’, 그리고 ‘반성중’이 함께 사는 집이 있는데 실제로는 감독님의 집이었다. 콜 시간이 아침 일찍이었을 때는 현장에 도착하면 감독님의 누님께서 따듯한 집밥을 해주셨던 기억이 난다. 난 항상 밥 두 공기를 먹었던 것 같다.



<샘>에는 재밌는 이름들이 있다. 마두상, 샘, 반성중, 변기연 등등. 마두상이 왜 마두상인지 나는 얼마 전에야 감독님께 그 이유를 들었다. 아벨 배우는 이미 알고 있었다고 한다. 마두상을 연기한 나만 3년 넘게 모르고 있었다. 내가 둔한 탓이다.  

작품 안에는 상징적인 요소들이 곳곳에 있다. 메시지가 어떻게 녹아 있는지 보고 나면 이 영화가 시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감독님은 두 인물을 아주 우연으로, 하지만 운명적으로 그려냈다. 서로 다른 길에서 와서 다른 곳으로 향하는데 그 발걸음이 나란히 되어 가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서로 찾는 것이 다른데 같은 곳에서 찾게 되는 것. 정말 중요한 것은 ‘어딘가에 완성된 채 존재하는 것이 아닌, 서로의 관계 속에서 발견됨이 아닐까’ 하는 것이 이 시나리오를 읽고, 영화를 보고 난 뒤 떠오른 첫 번째 느낀 점이었다. 

생텍쥐베리의 ‘어린 왕자’에서 어린 왕자와 여우인지, 어린 왕자와 장미였는지, 어떤 커플이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들의 처음과 나중은 완전히 달랐다는 것이다. ‘시작은 미미하나 끝은 창대하리라’는 말은 이러한 ‘관계’에 두고 한 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 그리고, 크레딧이 올라간 후에 에필로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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