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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카레몬 Dec 21. 2024

늦게 도착한 사람

사물에 닿는 시 3



외출하지 못한 살림살이 중에는 언제나 닫힌 서랍이 있다


서랍은 방 한구석에 뿌리를 내렸다

작은 빨강 스웨터, 손때 묻은 연필, 귀퉁이가 닳은 책

너의 손바닥만 한 흔적들이

서랍 속에서 점점 더 작아지고 있다


장롱 앞에 몇 번이고 멈춰 선다

손잡이를 당기려다 멈추고

닫힌 문을 한참 보다 돌아선다

칸 사이마다 네가 남긴 것들과

내가 감춘 것들이 잔뿌리처럼 얽혀 있다


서랍을 열 때마다 너의 작은 발이

다시 방 안을 돌아다닐 것 같다

하지만 네모난 공간은 조용하고 너는 거기 없다

남은 것은 먼지가 된 너의 날들뿐


어떤 날은

서랍 속에서 너를 꺼내

거리를 걸으며 

멈춘 계절이 아니라 

움직이는 꽃을 살고 싶다


닫힌 서랍은 무겁고 너는 늘 늦는다

네가 희미해지는 동안 여전히 서랍 앞에 서 있다


열지 않는 사람처럼

닫지도 못한 사람처럼













#서랍  #도착  #사람  #스웨터  #사물  #그림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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