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에 닿는 시 1
돌돌 감긴 웅크림이다
터널 밖 하얀 밤을 말아 올려
어느 손에든 찢기울 준비를 한다
어떤 손가락이 뜯어낼 때
울음을 닦는지 얼룩을 지우는지
아니면 새벽의 어딘가를 포기한
얼굴을 수습하는지 모른채
습관처럼 매일 사라지는 편을 택한다
펼칠수록 얇아질 때마다
투명하도록 깨끗이 지우고
더러워질 준비를 하다가
벌거벗은 속이 드러날 때
덩그런 몸뚱어리도 구겨질 날이 있다
이웃집 독거노인이 실려 나간 날
그의 머리맡에는 두루마리 휴지가 나뒹굴었다
길고도 짧은 생의 한편을 닦았는지
먼지 쌓인 창문 너머로
마지막 한 칸이 빈 심지에 웅크리고 붙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