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엔튜닝_사십대 북에디터의 기타 분투기
[도도서가 = 북에디터 정선영] “연습해요, 연습!”
기타 선생님의 잔소리가 더 심해졌다. ‘마흔엔 튜닝’ 칼럼이 나가면서부터다. 레슨 중간 중간은 물론이요, 레슨을 마치고 걸어나가는 내 뒤통수에 몇 번이고 연습하라는 메아리가 울려퍼진다.
내 모자란 실력 때문에 ‘대체 누구한테 배웠길래 그 모양이냐'는 비난을 걱정하시는 것일까. 기타를 못 치는 건 선생님 탓이 아니라 전적으로 내 탓이지만, 언제고 본인의 정체가 밝혀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신 모양인데.
다행히 내가 뭐 유명인도 아니고 이 칼럼 연재만으로 그리 쉽게 선생님 정체가 밝혀질 거 같지 않다.
기타 레슨을 하면서 내 마음은 하루에도 열두 번씩 극과 극을 오간다. ‘뭐 좀 못하면 어때? 환갑까지 한 곡은 제대로 연주하겠지’와 ‘할 줄 아는 게 뭐야. 이 정도로 못하면 문제가 있는 거 아냐?’
설상가상으로 레슨 중 ‘하늘 같은 선생님’을 앞에 두고 “(선생님은 되는데) 왜 전 안 되죠?”를 남발하고 있다. 선생님은 내 말에 일일이 대꾸하지 않는다.
요즘 나는 영화 ‘머니볼’ OST ‘The Show’ 1절을 연습하고 있다.
C코드로 시작해 G와 Am, F를 거쳐 다시 C코드로 돌아가는 이 노래도 제 타이밍에 코드를 바꾸지 못하고, 툭하면 박자가 빨라진다. 그러면 선생님은 “연습을 한 거 같긴 한데”라는 말과 함께 메트로놈 앱을 켜기 시작하고, 나는 더 긴장하기 시작한다. 그러면 또 박자가 빨라지는 악순환.
메트로놈 박자에 맞춰 옆에서 선생님이 박수나 육성으로 박자를 맞춰줘도 왜 내 박자는 자꾸만 무너지는 것일까.
이 와중에 아직까지도 F코드는 제대로 된 소리를 내본 적이 없다.
검지만 가지고 맨아래 1번 줄부터 시작해, 한 줄씩 더해 나가 6번 줄까지 모두 잡아 소리를 내는 연습을 할 때도 제대로 된 소리가 난 적이 별로 없다. 이런 나약한 검지 같으니. 대체 내 검지에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맞다. 선생님 입장에서는 잔소리를 안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학생을 두고 연습하라는 잔소리를 안 하면 그게 더 이상하다.
정말 살면서 요즘처럼 잔소리를 많이 들어본 적이 없다. 내 부모님이 방목형 교육관을 가진 덕분에 잔소리가 없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회 생활을 시작한 뒤로 나는 북 에디터라는 직업 특성 탓에 잔소리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선생님, 원고 쓰고 계시죠?” “선생님, 이러이러하게 수정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선생님, 통화가 어렵네요) 편하실 때 연락 부탁드립니다.” “선생님… 저를 잊으신 건 아니죠?”
기타 선생님께 지금 듣는 이 잔소리는 그간의 업보인가.
-매주 토요일 <마이데일리> 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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