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리스트는 아니다.
사람들은 다들 저마다 꿈에 그리는 나라가, 도시가 하나씩 있을 것이다. 이른바 버킷리스트라고 하는 '죽기전에 꼭 해야할 일' 목록에 차곡차곡 저장해 놓은 그런 장소 말이다.
나에게 파키스탄이란 나라는 적어도 '버킷리스트'에 있는 나라는 아니다. 한 나라에 대한 지배적인 이미지가 그 나라에 대한 사실 혹은 진실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은 내 안에서 확고하게 자리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키스탄은 일본처럼 '일본 좀 다녀올께~'라며 아무렇지도 않게 발걸음을 할 수 있는 나라는 아니다. 물론 물리적 거리가 일본과 비교도 할 수 없게 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슷한 거리의 프랑스나 스페인처럼 파키스탄에 간다고 부러움을 받지도 못한다.
탈레반,빈라덴,아프가니스탄,이슬람,여성인권,테러... 현대 국제사회에서 파키스탄이 연상시키는 단어들은 그리 가볍지 않다. 하지만 나는 너무나 파키스탄이 가고 싶었다 .
왜?
사람들이 이야기히는 그 놈의 '훈자' 때문이다.
내가 고산지역.
평지보다 약간 낮은 산고농도, 6000m가 넘는 봉우리와 만년설 그리고 척박한 대지에 미쳐있다는 것는 인도에서 만난 사람들 사에에서는 새로울것 없는 이야기다.
그런데 인도에서 만난 훈자를 다녀온 모든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내게 훈자에 갈 것을 권했다. 훈자가 나의 마지막 샹그릴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말?
어떻게 그 사람들은 내가 훈자를 좋아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일까? 물론 내가 장소에 있어서는 금사빠다. 100가지 나쁜일을 겪어도 하나의 좋은 일만 있으면 그 장소를 떠나기가 망설여지고, 열가지의 좋은 일이 있으면 이미 나는 그 장소의 노예나 다름없다. 장소에 있어서 만큼은 쉬운여자라는 말이다.
그런데 가보지도 않은 장소에 대해, 나에대해 그렇게 다들 확신한다면 가보지 않을 이유가 뭐가 있을까? 더군다나 이참에 나의 버킷리스트이자 실크로드 중 가장 유명한 길인 <중국(시안-우루무치)-중앙아시아>로 이르는 길을 가볼 기회이기도 하다.
파키스탄에 가겠다는 나름의 이유를 만들고 나니 너무나도 파키스탄에 가고 싶어졌다.
혹시 누가 알까. 정말로 훈자가 나의 꿈의 장소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