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
경쟁 PT가 시작되면 나의 개인적인 생활은 대부분 멈추게 된다. 일 이외에는 삶에 필수적인 활동만 할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될 뿐이다.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고 해서 하던 실무를 멈출 수는 없다. 광고주 전화받고 실무 처리하고 회의만 해도 일과 시간이 모자란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경쟁 PT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결국 일과 후이거나 주말이다. 생각엔 끝이란 게 없어서 그나마 잘 풀려야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일찍 퇴근할 수 있다. 일찍 퇴근해도 휴식을 취한다는 건 요원한 일이다. 머리가 쉬게 되면 결국 생각은 다시 경쟁 PT 생각으로 가득 차게 된다. 술로 생각을 지운다. 이래서 일이 바쁘면 더 술을 먹게 된다.
불시에 찾아오는 경쟁 PT를 해내 온 게 10년이 되다 보니 장기적인 계획을 잡지 않는 게 버릇이 되었다. 그래도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어 일과 육아 밖에 없던 나의 생활을 쪼개고 쪼개어 운동도 해보고 큰 맘먹고 글도 쓰기 시작했지만, 결국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다시 내 개인적인 생활은 멈추게 된다.
한번 멈추면 다시 돌아오는 것도 쉽지 않다.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른다는 핑계로 하루하루 미루다 보면 어느덧 시간은 붙잡을 수 없을 만큼 지나가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