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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나무 May 15. 2018

광고대행사의 업무 프로세스 엿보기

기획과 제작

기획과 제작

기획과 제작은 광고대행사의 가장 핵심적인 두 축이다. 이 두 팀 간의 호흡과 케미에 따라 프로젝트의 성패가 좌우된다. 기본적으로 기획과 제작은 한 회사 내의 동료이다 보니 어느 정도 가까운 관계라 할 수 있다. 항상 페어가 되어 일을 하다 보니 가장 많이 부대끼는 관계다. 실제로 기획팀끼리는 교류가 많지 않아 친분 쌓기가 어려운 반면 기획과 제작은 일 때문이라도 자주 얼굴을 보게 되니 더 친해질 기회가 많다. 나도 회사에서 같은 기획보다는 제작들과 더 친한 편이다. 하지만 마냥 친할 수만은 없는 관계가 기획과 제작이다. 일은 친분과 착함으로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없기 때문이다. 


광고대행사의 업무 프로세스

광고대행사의 기본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보면, 보통 프로젝트의 전체 진행과 코디네이션은 기획이 맡는 게 일반적이다. 기획은 프로젝트를 맡게 되면 관련 사항에 대한 기본 조사를 거치고 프로젝트를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한 전략 수립과 스케쥴링을 하게 된다. 그리고 프로젝트의 구성팀을 꾸리게 되는데 제작팀은 기본적으로 함께 하며 경우에 따라 매체팀, 디지털팀, 그리고 브랜드 전문팀까지 다양한 영역에서의 프로젝트 구성원이 꾸려지게 된다. 기획들은 조사한 자료과 수립된 전략을 바탕으로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각 팀에 설명하고 팀별 업무 배분을 하게 된다. 그리고 각 팀에서 진행된 내용들을 바탕으로 수차례의 회의를 거치면서 점점 아웃풋이 완성되어가는 것이 일반적인 프로세스이다. 


회의는 전쟁이다

이 미팅의 과정에서 기획팀과 제작팀은 치열하게 부딪히게 된다. 기획이 전략방향과 컨셉을 잡아오면 제작팀은 그 전략과 컨셉이 맞는지 챌린지를 한다. 전략 수립에 문제는 없는지 컨셉은 매력적인지 토론하고 논리의 공방을 펼친다. 그렇게 컨셉이 정해지면 제작팀은 컨셉을 바탕으로 크리에이티브를 개발하게 된다. 기획 회의가 있은 후 1-2주 후 제작 회의를 하게 되는데 이때는 공수가 바뀐다. 제작팀의 아이디어를 기획팀은 치열하게 검증한다. 이것은 오래된 광고회사의 프로세스로 통섭의 시대라고 불리는 최근에는 이 경계선이 많이 허물어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그 영역은 존재하고 존중하며 그 역할에 맞는 업무를 진행한다. 기획자인 나는 이 회의, 그러니까 제작팀에 전략과 컨셉을 팔아야 하는 회의가 가장 부담스럽다. 이 회의는 적나라하게 나의 실력이 드러나고 각자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논리의 공방이 오간다. 격해지면 날 선 논쟁으로 번지기도 하고 고성과 욕설이 오가기도 한다. 옛 선배들의 무용담에는 회의실에서 욕설과 함께 페이퍼가 날아다니고 주먹 교환의 직전까지 가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나는 그런 적 까지는 없다. 이 회의를 잘 준비하지 못했을 경우 오는 대미지는 어마어마하다. 너무 기본적인 부분에서 논리적 허점이 있다거나 누구도 나의 전략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거나 동의하지 못하게 되면 정말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을 것이다. 이 싸움에서 인정받지 못하게 되면 제작팀이 꺼리는 기획이 되고 만다. 우리 회사는 기획팀이 함께 일할 제작팀을 섭외하게 되는데 만약 내가 꺼리는 기획팀이라면 함께 일할 제작팀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 상태가 오래된다면 아마 그 비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묘한 제작과 기획의 관계 

기획과 제작은 프로젝트 안에서는 너무 친하기만 해서도 너무 싸우기만 해서도 안된다. 친하다고 상대의 의견을 마냥 수용하거나 앙숙이라고 상대의 의견을 무시만 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없다. 적당히 경쟁하고 협동해야 한다. 물론 우리 모두는 프로라 개인적인 친분 관계에 따라 일을 좌지우지하지는 않는다. 나는 오늘도 하루에 평균 세 번 정도의 제작팀과의 미팅을 한다. 사안의 크고 작음을 떠나 제작팀을 만난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 회의에 광고대행사의 모든 것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회의로부터 광고대행사 특유의 업무 역동성이 만들어지고, 일반 회사들과는 다른 의사결정이 시작된다. 난 오늘도 비장한 마음으로 제작팀과의 회의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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